“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마치 시작을 알리는 말 같아. 그러니까 오늘밤 우선 한명을 죽이고 다음에 또 죽이겠다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여 있는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 단 한번으로 그칠것 같지가 않아.”
병호의 분석력은 아주 뛰여난데가 있다. 그와 함께 오래동안 일해온 부하들은 그 점을 높이 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이 직속상관으로서의 그의 위치를 견고히 해주고 있었다.
“말씀대로라면 련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겠군요?”
문형사가 잽싸게 그의 말을 받았다. 그는 언제나 재빠른데가 있었다.
병호는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 ‘오늘 밤 녀자 한명을 죽이겠다.’ 여기서 가장 강조되는 말은 오늘밤이라는 말이야. 왜 하필이면 오늘밤이라고 못을 박았을가? 래일도 죽일수 있고 모레도 죽일수 잇는데 왜 굳이 오늘밤이라고 했을가? 리유가 뭘가? 범인이 범행일정을 밝히게 되면 그만큼 자신에게 불리해질텐데 말이야.”
“자신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가요?”
정문자가 말상처럼 생긴 얼굴을 쳐들며 말했다. 그녀의 안색은 별로 좋지가 않았다. 그녀의 얼굴빛은 언제나 창백해서 마치 어디가 아픈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누가 자기를 보고 어디가 아프냐고 묻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
“그렇지, 그렇게 볼수도 있지, 자신이 있으니까 자신만만하게 오늘밤이라고 못을 박았겠지.”
“놈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게 아닐가요? 그래서 오늘밤이라고 말한게 아닐가요?”
안형사의 안경이 번쩍 빛났다. 그는 경험은 적지만 예리한데가 있었다. 병호의 얼굴이 밝아져싿.
“그래. 바로 그거야. 놈은 스케줄을 잡아놓고 있는거야. 그 스케줄의 첫번째 실행일이 바로 오늘밤이야. 그리고 두번재 실행일자도 잡혀올거란 말이야. 그걸 우리는 저지하지 않으면 안돼.”
“마치 구름 잡는 이야기 같군.”
나이 많은 조형사가 마땅치 않은 어조로 말했다. 병호보다 불콰 두살 아래인 그는 이제 겨우 경사로서 왕반장보다도 계급이 아래였다. 그래서인지 별로 말이 없었고 어쩌다 입을 열면 조소어린 말을 하거나 불평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그가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모른체 하거나 의례 그러려니 했기때문에 별문제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