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례외적인 경우라는게 뭡니까?”하고 조형사가 물었다.
“도전이라는거야. 범인은 모든것을 치밀하게 계산에 넣고 우리한테 도전장을 보낸거야.”
병호는 우리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한번 불어보겠다는겁니까?”
왕형사의 눈이 더욱 작아지고 있었다.
병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보겠다는거야. 범인은 겁에 질려 꼬리를 감추려는 놈이 아니고 지금 꼬리를 흔들고 있어.”
병호는 원본을 집어들고 흔들었다.
“여기 보면 ‘잘해봐’라는 말이 있어. 이건 좀 더 살을 붙이면 오늘밤 녀자를 한명 죽일테니까 해볼테면 해보라 이런 뜻이라고 생각해. 놈은 우리를 조롱하고 있어.”
“웃기는 놈이야.”
“비정상이야.”하고 화시가 말했다.
“정상적인 놈이라면 이런 짓을 하겠어요?”
왕형사의 주먹코가 씰룩거렸다. 화시는 웃음이 나오려는것을 참았다.
“비정상적인 놈한테 가정 적절한 대응방법은 역시 비정상적인 반격이야. 우리도 비정상적으로 대응할수밖에 없어.”
수사를 기정사실화시키려는 병호의 말에 젊은 형사들은 얼른 대꾸도 못한채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들의 상관은 그런것은 개의치 않고 다시 말했다.
“범인은 멋까지 부리고 있어. 정말 웃기는 놈이야.”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듯이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병호는 Z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았다.
“이 글자 말인데, 이건 범인이 멋을 부려서 자신의 존재를 밝힌거란 말이야. Z나 X같은것은 암호명 같은것으로 많이 리용되는 글자인데. 그런것을 알고있는것을 보면 범인은 지식수준이 꽤 높은 자인것 같아. 수준이 낮은 자라면 Z라는 글자를 사용했을리가 없지. 범인은 앞으로 자기를 Z로 불러달라는거야. 그런 요구까지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범인은 우리한테 정식으로 도전장을 보내온거야.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거기에 대응할것인가 하는거야. 피할것인가 아니면 대응할것인다. 이것부터 결정해야 해.”
“오늘밤 녀자를 죽인다고 했으니까 한번 기다려 보죠. 기다려 보면 공갈인지 아닌지 확실한것을 알수 있겠죠.”
문형사의 얇은 입술이 나불거렸다.
“만일 협박대로 녀자를 죽인다면?”
“그때는 할수없이 대응을 해야겠죠. 뭐.”
“녀자가 죽는데도 말이야?”
병호의 두 눈이 치켜 올라갔다.
“할수 없지 않습니까?”
“뭐가 어째? 수사형사가 돼가지고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할수 있어?”
경감은 벌컥 화를 내는듯 하다가 도로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문형사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다음 주저주저 하면서 입을 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