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피여난 전승의 꽃
1991년, 연길시실습식당은 경영 부진과 루적된 외부 채무로 파산 직전의 위기에 빠져있었다. 이때, 회사의 위탁을 받고 이 난국을 떠안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후날 연변조선족랭면 제작기예 전승인이자 진달래 랭면의 ‘어머니’로 불리게 된 연길진달래식당유한책임회사의 주인 최기옥이였다.
취임 첫날, 그녀는 빚받으로 찾아온 채권자들 속에서 동시에 두장의 법원 소환장을 받는 초유의 압박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채권자들과 종업원들 앞에서 확고한 약속을 했다. “저를 잡아가도 한푼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저에게 5년의 시간을 준다면 기업을 잘 발전시켜 여러분들께 빚진 돈을 반드시 모두 갚겠습니다.” 이 단호한 한마디는 위기의 식당에 희망의 불씨를 살렸을 뿐만 아니라 조선족랭면이라는 귀한 무형문화유산이 현대적으로 계승되고 빛나는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이로부터 약 35년에 걸친 최기옥의 고집스럽고도 열정적인 전승 이야기가 시작되였다.
전승의 뿌리: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각성과 문화적 사명감
최기옥의 전승 려정은 단순히 가업을 잇거나 생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문화적 뿌리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비롯되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조선족음식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음식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키웠다. 1974년 농촌에서 단련하며 음식업종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고 그후 연길시 음식복무회사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족음식, 특히 조선족랭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진달래 랭면
그 과정에서 그는 조선족랭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님을 깨달았다. 조선족랭면은 200년 이상의 력사를 지닌, 조선족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음식문화의 살아있는 전승물이다. 중국에 전파된 지도 약 150년에 이르는 랭면은 조선족의 생활 습관, 지혜, 정서와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적 코드였다. 최기옥은 이 ‘문화적 뿌리’를 지키는 것이 자신과 같은 전승인에게 주어진 력사적 사명임을 절감했다. 그는 랭면 기술을 전승한다는 것은 민족 문화의 맥박을 이어가고 후손들에게 조상의 맛과 정신을 전해주는 고귀한 책임임을 깊이 느끼였다.
도전과 극복: 번영으로 이끈 혁신과 ‘진달래식당’의 탄생
위기에 직면한 최기옥이 선택한 돌파구는 ‘전통의 핵심을 지키되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과학적으로 개량하는 것’이였다. 당시 경영난에 빠진 식당을 구하기 위해 그는 조선족랭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는 랭면의 령혼이 원료에 있다고 믿었다. 장백산 기슭에서 나는 량질의 메밀과 두만강가의 깨끗한 천연 샘물을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전통을 지켰다. 이는 단순한 맛의 문제가 아니라 랭면이 지닌 건강함(메밀은 혈중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을 부드럽게 함)과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담보하려는 것이였다.
창
업초기 주방에서 직접 랭면을 만들고 있는 최기옥
그는 대량 생산의 편리함을 버리고, ‘수공 반죽’, ‘약한 불로 8시간 이상 정성스럽게 국물 끓이기’와 같은 핵심 수공 공정을 고수했다. 이는 효률성을 희생하는 선택처럼 보였지만 정확한 힘 조절과 시간을 통해서만 구현되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과 ‘깊고 맑은 국물의 풍미’를 지키기 위한 것이였다.
혁신적인 개량도 한몫했다. 전통을 맹목적으로 고수하지 않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레시피를 개량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진달래 랭면’ 이였다. 이 새로운 랭면은 전통의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의 미각에 더욱 친숙하고 균형잡힌 풍미를 선사했다.
그동안 거둔 빛나는 성과들이 벽면 가득 메우고 있다.
2005년 5월 전국민족단결진보 선진개인으로 당선되여 북경 천안문 성루에 오른 최기옥
이러한 꾸준한 노력은 빠르게 결실을 맺었다. 1997년, ‘진달래 랭면’은 ‘중화 유명 음식’ 칭호를 획득했고 이후 ‘중화 유명 브랜드’, ‘성급 무형문화유산’ 등 수많은 영예를 안았다. 기업 자산은 인수 초기의 51만원에서 1,800만원 이상으로 성장했고 ‘진달래’ 랭면 상표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등록되는 등 국제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비약은 단순한 사업적 성공이 아니라 전통 기술이 현대시장에서 얼마나 큰 가치와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사례가 되였다.
전승의 확장: 가문의 기술에서 민족의 공유 자산으로
최기옥은 기업을 안정시킨 후, 전승의 범위를 가족의 울타리에서 사회 전체로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전승이 ‘혈연’에만 의존할 경우 필연적으로 ‘사람의 단절’이라는 위기를 맞게 됨을 멀리 내다보았다.
문화 전승의 책임감, 기업 발전의 지속성, 기술 전파의 필요성에 립각하여 최기옥은 아들 고봉렬을 조선족 랭면 제6대 전승인으로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이는 핵심 기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하다.
종업원들과 함께 한 등산의 하루
더 나아가 그녀는 ‘사제제(师弟制)와 학교-기업 련계’의 이중 궤도 전승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숙련된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전통 사제 전승과 더불어 연변직업기술대학 등 지역 교육기관과 협력해 ‘조선족랭면 제조’ 특색 과정을 개설하여 젊은 세대가 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기술을 익히고 문화를 리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전통이 ‘구전’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문자+영상+표준’을 결합하여 수공 반죽의 힘 조절, 국물의 맛 비률, 면발의 탄력 테스트 방법 등 미묘한 경험과 노하우를 표준화된 작업 매뉴얼과 고화질 영상으로 기록해 ‘디지털화’하여 영구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기술의 변형과 소실을 방지하는 한편, 미래 전승인 양성의 과학적 기준을 마련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실적 도전과 미래 비전: ‘지키다’와 ‘변화’ 사이의 줄타기
35년의 전승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며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왔다.
오늘날 그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세가지이다. 첫째, ‘사람의 단절’ 문제로 수공 공정의 힘듦과 시간 소요 때문에 젊은이들이 전통 기술을 배우고 이어가는 데 소극적인 것이다. 둘째, ‘기술의 균형’ 문제로 ‘본래의 맛을 지키는 것’과 ‘현대의 효률성과 변화하는 구호를 맞추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시장의 경쟁’으로 음식시장의 동질화 경쟁이 치렬하고 저가 전략과 파격적 혁신을 내세우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초심을 지키기 위해 최기옥은 몇가지 미래 지향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우선 브랜드 전파의 젊은 세대화이다. 단순한 오프라인 매장 경영을 넘어 틱톡, 쇼훙쑤 등 디지털 플래트홈들을 활용하여 ‘랭면 이야기’, ‘최기옥의 30년 맛 지키기’, ‘장백산 메밀의 려정’ 등 문화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랭면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 기호’로 승격시켜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 하고 있다.
문화와 관광의 융합도 들어있다. 랭면을 단순한 ‘미식 소비’를 넘어 ‘문화 체험’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진달래식당’이나 연변의 무형문화유산 전시장에 ‘랭면 체험 공방’을 열어 관광객들이 직접 면을 뽑고 국물을 맞춰보는 참여형 활동을 제공하며 ‘세계 랭면대회’와 같은 국제 행사를 통해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외 원료의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있는데 원료의 품질을 확고히 하기 위해 ‘원료 기지-생산 공장-매장’을 련결하는 전 과정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어떤 단계에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순수한 친환경 건강식품’이라는 본래의 철학을 지켜나간다는 구상이다.
민족의 불꽃, 이 도시의 생기 지켜나갈 터
최기옥의 35년은 한그릇 랭면을 통해 조선족의 력사, 문화, 정신을 현대에 되살려낸 불꽃같은 시간이였다. 그는 가정의 든든한 후원과 기술에 대한 장인 정신, 브랜드 성장의 성취감, 그리고 사회와 고객의 폭넓은 인정이라는 여러 동력이 서로 얽혀 오랜 세월을 지탱해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진달래 랭면’은 연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음식 명함장’이 되였을 뿐만 아니라 민족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중국조선족의 문화 아이콘이 되였다.
진달래식당의 현재 모습
최기옥의 이야기는 무형문화유산 전승이 박물관의 유물 보존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발전해가는 ‘활태 전승(活态传承)’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그는 “전승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도시와 민족을 위해 한자락의 생기(烟火气)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향후 조선족 랭면의 독특한 맛과 그 배후에 담긴 깊은 문화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명력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길림신문
편집:김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