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 연변 교육지원팀에 합류하기로 마음먹은 건 리력을 풍부히 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연길시실험중학교를 찾은 첫날 학교측이 우리 지원교원들에 대한 기대, 학생들이 한어문을 잘 배우려는 간절한 눈빛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양열 교원은 지난해 9월 13일 연길시실험중학교를 찾은 첫날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장춘시 구태구흥륭중심학교의 어문 교원인 양열(35세)은 지난해부터 연길시실험중학교에서 교육지원 교원으로 초중 1학년 학생들의 한어문을 가르치고 있다.
“조선족 학교 학생들의 한어 수준에 적잖게 당황했었다. 빈약한 기초에 학생들 속에 한어는 너무 어렵다는 정서가 앞도적으로 우세했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꼭 학생들이 한어공부를 즐기게 해야겠다고 말이다.”
양 열은 다짐을 실천에 옮겼다. 한어문 학과조 교원들과 교류하고 수업시간에는 학생들과 교류하며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았다. 수업대상이 달라졌으니 수업준비부터 다시 해야 했다.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교수법이 조선족학교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그는 다시 교재를 연구하고 학생들의 한어문 기초에서 출발해 교수설계에 알심을 들였다. 그리고 수업시간의 교수 난도를 낮추고 고시, 고문의 교수 절차를 세분화했으며 학생들이 한어문 열독에 흥취를 갖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점차 새로운 교수 진지에 적응해나갔다. 약 1년간의 노력을 거쳐 양열 교원의 학생들은 한어문 지식과 어법지식 면에서 큰 진보를 가져왔고 명작 열독에서도 명확한 계획과 방향이 생겼다.
“또 한가지 부담스러웠던 건 거의 모든 수업이 공개수업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실 험중학교 1학년 한어문조는 모두 젊은 교원들로 구성돼 양열은 학생들의 선생님일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선생님 역할을 해야 했다. 젊은 교원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교수법을 전수해주기 위해 교수설계부터 수업자료, 심지어 수업에 사용하는 언어까지 사전에 면밀히 연구하고 준비했다. 그런 양열을 보며 동료들은 “양선생은 두개 학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년 전체를 가르친다.”고 우스개를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던 교육지원 생활이 뜻하지 않은 전염병 사태라는 변수를 맞았다. 가족을 두고 떠나온 구태구의 전염병 형세가 가장 준엄했으니 조바심에 양열은 속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남편은 방역일선에 투입됐고 소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이가 홀로 집에 남게 됐다. 연길을 떠날 수 없으니 원격 영상으로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그 렇게 고향과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더해가던 즈음에 설상가상으로 양열의 어머니가 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안해, 엄마, 딸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했던 양열은 그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가족의 역할을 할 수 없으니 교원 역할 만큼은 반드시 착실하게 해낼 것’이라는 다짐으로 눈물을 닦고 매일 세시간씩 온라인 수업을 해내는 양열을 보며 교육지원팀 모두가 감동했다.
“어머니는 지난 6월 6일에 돌아가셨다.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이번 여름방학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 곁에 함께 하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달래고 싶다.”
지 금은 장춘에 머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양열은 다음 학기에는 한어문 학습 임무가 더 과중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특히 문어문 교수에 공들이고 학생들의 글쓰기 훈련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열은 제한된 시간 안에 학생들과 젊은 교원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남겨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 사람에게 열정이 없다면 그는 아무 일도 성사시키기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열정의 출발점은 책임감이다.” 양열이 좋아하는 레브 똘스또이의 명언이다. 똘스또이의 이 말처럼 양열은 책임감으로 교육사업에 대한 열정을 풀어내고 있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