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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6)
http://hljxinwen.dbw.cn   2009-06-26 15:48:24
 
 
 
 
 

 

 

 열가지 장점보다 한가지 단점이 더 커 보이는것이 인간의 마음이네. 인간의 심리를 살펴보면 흔히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과대 평가한다는것일세. 우리도 어제부터 김운재에게 그러지 않았던가 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네.”

 

 동창들은 조용히 백일호의 열띤 연설을 귀담아 듣고 있다. 그런데 유독 김만융교수만은 아까부터 백일호의 말은 듣는둥 마는둥 고개를 돌리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도 방금 가목사시위 부서기로 승급한 제자 김운재를 두고 한마디 하시지요?”

 

 “난 사람과 사람들간의 요사스러운 처세술에 대해선 문외한이네. 김운재가 현장에서 어느 시위부서기가 아니라 성장, 지어 어느 나라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나는 그런 권력과 급별에 대해선 저쪽으로 하는 사람일세.”

 

 백발 로인은 그게 무슨 반가운 소식이라고 그렇게 떠드느냐 하고 반문하는 눈길이다.

 

 “교수님 말씀이야말로 제 생각과 꼭 같습니다. 대충대충 되는대로 살아가면 될 일들 가지고 왜 이리 신경을 곤두세우며 복잡하게 살려고들 하는지 저는 통 리해가 안갑니다. 높은 관리면 어떻고 시골 농민이면 또 어떻단 말인가? 모두 제멋대로 제 밥 먹으며 살아가는거 아닌가? 어제 강현수가 들고 온 우리글 신문을 얼핏 훑어보니 ‘우리 조선족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지상토론인지 뭔지 하는걸 벌리고 있던데 그게 뭔가? 모두들 밥 처먹고 할 짓들이 없는 모양이지? 조선족들이 어디로 가긴 뭐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 한국에 가고 싶으면 한국에 가고 연해도시에 가고 싶으면 연해도시에 가고 저마끔 발길이 닿는 대로 가면 되는 일 아닌가? 그래 강현수가 신문에다 떠든다고 해서 술집에 갈 량반이 서점에 갈것 같은가? 밥먹고 할짓이 없으면 하다못해 코구멍을 우벼도 그건 가려운 곳이라도 긁어주지 않는가?”

 

 ‘한근짜리’ 김성만이가 마침내 지기를 찾은듯이 김만융교수의 말에 동을 달며 한바탕 열변을 토한다.

 

 그러자 동창들은 성만이 말이 우습다고 야단이다. 김만융교수도 턱을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껄껄 웃는다.

 

 “이 주책머리 없는 늙은이도 한마디 비쳐볼가?”

 

 김만융교수는 제자들의 얼굴을 한번 빗질하더니 눈을 지긋이 감으며 입을 연다.

 

 “저 두성이는 왜 백일호가 말할 때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는가?”

 

 “제가 무슨 말을?...”

 

 맥주병밑굽이 흠칫 놀란다.

 

 “방금 한 말이 만약 백일호의 입에서가 아니고 강현수의 입에서 나왔다면 두성이가 여태 찍소리 않고 쥐죽은듯 가만히 있었을가?”

 

 “?...”

 

 “자네들은 방금 성만이가 한 말이 우습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저 김성만이가 부럽네. 물론 성만이의 몸에선 어딘가 타락에 가까운 허무한 모습도 보이고 있네만 또 바꾸어 생각해보면 성만이야 말로 마음의 탕개를 활 풀어놓고 제가 하고 싶은 소리를 하고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제자가 아닌가 싶네. 그런데 두성이를 포함해서 여기의 적지 않은 제자들은 권세에 대한 숭배가 미신처럼 머리에 깊숙이 박힌것이 참으로 가련스럽다는 생각도 드네.

 

 나는 옛날에도 그렇게 봐왔거니와 지금은 더구나 백일호라는 이 제자를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이 제자의 박식함에 머리를 숙이게 되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어느 제자들보다도 마음속으로 더 사랑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네. 하지만 대학 부총장이라는 백일호의 권력같은건 내 눈엔 보이지 않네. 어제 저녁에도 나는 백일호를 보고 북방사범대학의 1인자는 자리가 생겨도 하지 않는것이 좋겠다고 귀띔을 해주었네.

 

 그런데 자네들은 백일호라 하면 우상처럼 모시려 하고 백일호의 말이라면 황제의 지령처럼 틀리든 맞든 곱삭곱삭 순종하려 드는것이 참으로 우습단 말일세. 백일호가 만약 대학교 부총장이 아니고 그저 심리학을 깊이 전공한 학자였더라면 자네들이 이랬을가?

 

 왜 이렇게들 권세라 하면 그 앞에선 머리를 떨구고 키를 줄이느냐 말이네. 나는 방금 백일호가 한 말을 대부분 찬성이고 또 깊이 새겨듣고 싶었네. 그러나 말을 다 잘한거는 아니네. 마지막에 ‘조선족들 앞에서도 조선말을 하지 않는 김운재가 리해된다’는 말에 대해선 주먹같은 항의를 하고 싶었네. 조선족들 앞에선 우리말을 해야지 그러고도 민족간부인가? 분명 리두성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건데 왜 찍소리도 못하냐 말일세.

 

 백일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말이 틀린건가?”

 

 “아닙니다. 진정 교수님답게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그런데 칼에 날이 너무 서서 가슴을 도려내는것 같습니다.”

 

 백일호가 머리를 크게 끄덕이며 김만융교수의 말을 받는다.

 

 “제가 그럼 벼루기 등에 앉아 코구멍 우비는 소리를 해볼가요? 저는 교수님의 말씀도 다 옳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니, 저는 교수님의 관점이 다 옳다고 보지 않을뿐더러 많이는 비뚤었다고 봅니다.”

 

 ‘비아바이’ 박재동이 한마디 하려고 나서는데 ‘앉으나 서나’ 강현수가 비아바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앞질러 입을 연다.

 

 “교수님은 권세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급별이 있는 관리들이라 하면 도리를 저으시는것 같으신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두운 구석에서 또는 한쪽 옆에 서서 보시는 눈길이지 이 세상을 정면에서 보시는 바른 눈길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 다음, 권세를 한쪽으로 제쳐놓고 동창대 동창, 동료대 동료들 사이를 보면 수준이나 능력이 비슷할 땐 서로 질투를 하게 되지만 저 백일호가 키가 껑충 큰것처럼 그중 어느 한 사람이 수준이나 능력이 훨씬 월등하게 뛰여날 때는 그 사람을 우러러보게 되고 그 사람에게 의뢰하게 됩니다. 우리 동창들이 백일호의 말에 순종하고 백일호를 따르게 되는 리유가 바로 같은 동창들이지만 백일호가 거목처럼 높이 섰기 때문입니다.”

 

 과연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는 추호의 가식도 양보도 없는 진지하고 열띤 쟁론이 벌어졌다.

 

 “저는 교수님의 날카로운 비판에 머리숙여집니다. 확실히 김운재를 두고 우리 반장인 백일호가 아니라 강현수가 그렇게 나한테 말했다면 내 이 성질에 또 가만히 있질 않았을겁니다.”

 

 습관적으로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눈에 건 안경을 춰올리는 맥주병밑굽이다.

 

“그런데 교수님 말씀보다도 이제 방금 백일호가 저에게 한 말이야 말로 서슬이 시퍼런 비수로 저의 가슴을 찌르는것 같았습니다...”

 

 ‘맥주병밑굽’ 리두성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자못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동창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듣기만 한다. 

 

 “이제 여기서 동창모임이 끝나 모두들 헤여져 돌아갈 때면 저는 가목사에 먼저 들러 김운재를 찾아가겠습니다. 꽃을 한송이 사들고 김운재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나오겠습니다. 만약 김운재를 만나지 못하면 비서들에게라도 꽃을 전해주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두성이 고맙네.”

 

 백일호는 어느 사이 다가가 긴 팔로 맥주병밑굽을 꼭 끌어안고 등을 다독여준다. 그러자 맥주병밑굽도 주먹으로 백일호의 등을 탕탕 두드린다.

 

 “야, 두성아, 돈은 내가 낼테니 너 혼자만 그러지 말고 여기 모인 우리 동창들을 대표해서 꽃을 한바구니 사가지고 가거라.”

 

 ‘한근짜리’ 김성만이 말에 모두들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야단이다.

 

 “그럼 이 늙은이도 승급을 축하 한다기보다는 운재, 그 제자를 한번보고 싶어하더라는 말을 전해주게나.”

 

 김만융교수까지도 한마디 곁든다.

 

 “예, 교수님! 꼭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맥주병밑굽이 시원스레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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