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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2)
http://hljxinwen.dbw.cn   2009-04-01 14:42:04
 
 
 
 
 
제2장 까치우는 아침

교수와 제자
 
 “꼬-끼오!- 꼬-끼오!-”
 
 백일호는 머리곁에 놓은 핸드폰 벨 울림소리에 잠에서 깨여났다. 백일호의 핸드폰 벨은 아침에는 수탉의 울음소리를 낸다.
 
 오늘 아침 8시에 일본 오사카대학의 교수진이 북방사범대학 교육심리학원으로 참관을 오는데 백총장이 참가할수 있냐고 청시하는 교육심리학원의 한 부원장의 전화였다.
 
 “그분들이 우리 학원에 와서 3일 묵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예! 맞습니다.”
 
 “그래서 나는 래일 저녁 연회에 참가하고 모레 오전 학술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로 다 포치가 된거 아니오?!”
 
 “아, 그렇습니까? 저는 그런 구체적인 스케줄은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총장님!”
 
 “모르긴 왜 모른단 말이오? 어제 아침 원장사무회의에서 손님안내와 식사를 책임지기로 한사람이 누군데?... ”
 
 “예,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10시에 나는 대학 총장사무회의에 참가한다고 어제 상세히 말하지 않았던가?!...”
 
 “예, 생각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잠이 하직 덜 깼구만...됐소!”
 
 백일호는 위엄 있게 몇마디하고는 핸드폰을 꺼버렸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침 5시 10분이였다. 그는 긴 팔을 벌려 체조를 하며 호텔밖으로 나왔다.
 
 청신한 아침공기가 대뜸 기분을 맑게 해주었다. 사면이 숲이라 신록의 향기가 상긋이 풍기는 숲속으로 움켜쥐면 손에 잡힐듯 한 우유빛 안개가 감돌고 있었다. 안개는 숙연히 침묵속에 잠긴 나무들을 덮어감추느라 크고 작은 나무가지들 사이에 서리서리 끼여있다. 그렇게 푸른색과 은빛색이 서로 얼른거리며 조화를 이루는 그 속에서 뭇새들의 구으는듯한 지저귐 소리가 귀맛 좋게 들려온다. 까치 한 놈은 가까운 곳에 있는 백양나무 중턱에 앉아 꼬리를 촐싹거리며 련방 울어댄다.
 
 “일찍하십니다. 교수님!”
 
 김만융교수는 벌써 기침하고 안개흐르는 숲속을 거닐고 있었다.
 
 “자네도 일찍 일어났네 그려...”
 
 교수는 뒤짐을 지고 제자는 허리체조를 하며 둘은 천천히 숲속 잔디밭길을 걷고있다.
 
 “교수님은 언제부터 시골로 내려가셨습니까?”
 
 “이젠 근 십년 되여 가네.”
 
 “림구현이라고 하셨던가요?”
 
 “림구현에서 한 삼십리 떨어진 소룡조란 마을에서도 동쪽으로 한 3리쯤 더 들어가는 산속에서 마누라와 둘이 살고 있네.”
 
 “그럼 외롭지 않으세요?”
 
 “아니네. 이 숲처럼 눈만 뜨면 대자연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데 외로울 리가 있겠나?!”
 
 “허허, 바위하고 나무하고 풀하고 개울물하고 이야기를 나누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럼 서로 무슨 말을 하십니까?”
 
 “무슨 말을 한다기 보다는 내가 대자연한테서 너무 많은걸 배우고 있는거지. 해가 가고 달이 가도 언제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항상 묵묵히, 또 항상 변함없고 거짓 없고 차별 없이 살아가는 그 심오한 철학말이네.”
 
 “과연 교수님다운 말씀입니다.”
 
 “어허, 대학교총장님한테서 과찬까지 받다니, 자네 부인 구금자가 하던 말 생각나지 않는가?! 이 김만융교수는 ‘헛 똑똑이’라던 말...”
 
 “아니, 우리 집 사람이 그렇게 험한 말까지 내 뱉았던가요?”
 
 백일호는 짐짓 모르쇠를 놓고 있지만 기실은 그도 옛날 대학 다닐 때 구금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김만융교수는 일찍 지난 세기 50년대에 길림대학 력사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출중한 인재였다. 그런데 만살까지 살라는 ‘만세’라는 말은 옛날 봉건사회때 황제들에게나 붙이던 말인데 어떻게 사회주의 사회에서 모택동주석한테도 ‘만세’라는 구호가 붙느냐는 말 한마디 했다가 반우파투쟁때 우파모자를 쓰고 내몽골초원으로 로동개조를 가게 되였던것이다. 새파란 이십대에 그렇게 우파로 되였던 그는 반백이 다 되던 1978년에야 우파모자를 벗고 목단강민족사범학원에 와서 교편을 잡게 되였던것이다. 그때 구금자가 조문학부 벽보에다 ‘적자생존’이란 글 한편을 썼는데 전교사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혼하여 얼마 안되여 우파모자를 쓰고 젊은 안해에게 리혼까지 당하며 황량하고 치벽한 내몽골초원으로 쫓겨갔던 김만융교수, 배운 지식을 써먹지도 못하고 인생의 황금시절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 김만융교수를 전교사생들 모두가  동정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안타까운 마음들인데 금방 대학에 붙은 구금자라는 처녀애가 김만융교수를 비웃는 글을 썼던것이다.
 
  “이 지구덩이에 인간이 왜 살아 갈수있는가? 인간이 지구에 적응할수있기 때문이 아닌가?... ‘만세’설이 그르다는건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도 얼마든지 나올수 있는 말인데 이 사회에 적응할줄 모르는 김교수가 혼자만 아는것처럼 그런 말을 했으니 ‘저런 분을 일컬어 헛 똑똑이’라고 하지 않을가?!”
 
 “지금 생각해보아도 구금자의 그 당시 지적이 적중하네.”
 
 김만융교수는 백일호네가 대학 2학년에 다닐 때 학원 위생소에서 의사로 일하는 한씨 성을 가진 녀인과 새 가정을 무었던것이다. 그 한의사는 어린애를 낳지 못해 결혼해서 십년만에 리혼을 하고 홀몸으로 산다고 당시 소문났었다. 그랬던 기억이 떠오르자 백일호는 슬쩍 곁에서 걷는 교수님을 쳐다보고 있다.
 
 “내 얼마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호남성 어느 시골에선가 한 대학생이 방학이 되여 고향에 갔다가 한무리 마을청년들이 사람들로 오가는 마을 한 복판 길에서 바지를 벗고 오줌을 갈기는걸 보고 ‘너희들이 어쩜 그렇게 문명치 못하냐?’고 한마디 했다가 시골청년들이 모여들어 그 대학생을 들어다 늪에다 처넣어 죽였다는 기사였네. 그 대학생이 잘못한것이였지. 오줌싼다고 말릴 일 아니라 구금자의 말처럼 ‘적자생존’이라고 그 마을청년들과 같이 바지를 벗고 오줌을 쌌어야 하는건데...”
 
 “허허허...”
 
 김만융교수의 말에 백일호는 턱을 쳐들고 너털웃음을 웃는다.
 
 “림구에 사시면 최윤희를 자주 만나시겠습니다?”
 
 “그럼, 최윤희가 드문드문  날 보러 산속으로 놀러오네.”
 
 그런데 김만융교수는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말머리를 돌린다.
 
 “내 어제 강현수한테서 들었네만 자네는 참 훌륭한 학자이면서도 훌륭한 지도자라고 하더구만.”
 
 “무슨 말씀을,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공연히 소문만 났지요. 그리고 강현수 그 친구가 많이 보태서 말씀드렸겠지요. 뭐,”
 
 “그럼 그 숱한 심리학 전문가들을 다 제치고 자네가 전국대학교 심리학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는것도 없는 말인가?”
 
 “허허, 그거야 무슨 벼슬자리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네가 몸담고 있는 교육심리학원에서는 여기 할빈 도심에다 전국에서 가장 큰 심리전문검진 병원을 앉힌다면서...그거 정말 잘하는 일일세. 특히 요즘 사람들은 심리검진을 홀시 해서는 아니 되네.”
 
 김만융교수와 백일호가 이런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별장같이 으리으리한 별무리호텔 정문으로부터 잠을 설친 동창들이 하나 둘 눈등을 부비고 하품을 실실하며 밖으로 나오고들 있었다.
 
 “내 자네한테 한가지 엿줘볼 말이 있네.”
 
 “예, 말씀하세요, 교수님.”
 
 “자네 대학에 조선족학생이 얼마나 되는가?”
 
 “한 칠팔십명쯤 될겁니다.”
 
 “그럼, 교육심리학원에는?”
 
 “십여명 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왜 그런걸 물으십니까?”
 
 “그중에 올해 심리학석사연구생을 졸업하는 박화라는 학생을 알고있는가?”
 
 “예, 잘 알지요. 참 령리하고 똑똑한 애입니다.”
 
 김만융교수의 입에서 박화란 이름이 불쑥 나오자 백일호는 ‘저의 집사람 구금자는 그 처녀애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하는데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걸 가까스로 참는다. 공연히 쓸데없는 말을 미리 꺼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자네가 그 학생의 도사를 맡았었는가?”
 
 “그런건 아니지만 가끔은 공동과에서 강의는 합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그 애를 어떻게 아십니까?”
 
 “음 그런 일이 좀 있네. 그 학생은 장춘에 있는 내 옛날 동창생의 손녀애라네.”
 
 (동창생네 손녀애라? 이건 또 웬 말일가? 그 앤 최윤희의 이종사촌 오빠네 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혹시 우연의 일치일가?...)
 
 백일호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안해 구금자한테서 그 박화라는 연구생처녀가 동창생 최윤희의 조카애란 말을 들었었는데 오늘 아침 또 이렇게 교수님의 입에서도 그 애의 이름이 튀여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예, 그러시군요. 저도 드문드문 그 박화라는 학생과 만나 가끔은 몇마디씩 이야기도 주고받는데 집은 밀산현에 있다고 합디다. 량부모는 여러 해전에 한국으로 나갔다던가...”
 
 “맞는 얘길세. 그럼 그 학생은 자네 그 교육심학원에서 계속 박사공부까지 하게 되는건가?”
 
 “교수님도 잘 아는 학생이니깐 제가 말씀드립니다만 요즘 참, 그 애한테 안타까운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
 
 “얼마전 우리 성에서 심리학과를 설치한 4개 대학의 심리학 석사연구생들중에서 3명을 선발해 유럽 영국으로 공비류학을 보내기로 하고 시험을 쳤는데 그 박화라는 애가 2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그 애는 가지 못하게 되였습니다.”
 
 “그건 왜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에 모두 18명 학생이 시험을 쳤는데 3등을 한 학생의 부친은 성공안청에서 한자리하는 사람이여서 밀려날 우려가 없는데 8등을 한 학생의 삼촌이 성의 모모 어른의 친척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8등짜리가 2등을 한 그 박화란애의 명액을 빼앗아간거지요. 참, 저로서도 어쩔 방법이 없는 일이였습니다.”
 
 “어쩔 방법이 없었다?...”
 
 김만융교수는 뒤말을 흐리우더니 입을 무겁게 닫는다. 백일호도 대학교의 부총장으로서 또 같은 조선족으로서 힘없는 한 민족학생의 정당한 권리를 바로 찾아주지 못했던 그 일이 가슴아파 얼굴이 흐려진다...
 
    칠색 박사
 
 “모두들 일어나! 오줌들 누고 자!...”
 
 뚝배기 박두천이 팔을 걷어붙이고 심술궂게 이방 저방 다니며 주먹으로 요란스레 방문을 두드려대는 바람에 단잠에 곯아떨어졌던 동창들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밤에 색벽 2시가 넘도록 춤을 추다는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다는 또 춤판을 벌렸던 동창들이다. 하다 보니 오래 잔 동창도 잠자리에 든지는 거퍼 세시간도 안되였다. 김만융교수를 제외하고 동창들은 두사람이 방 하나씩 들었는데 그중 어떤 친구들은 방에 돌아와서도 이야기를 하다보니 뜬 눈으로 날을 샌 동창들도 있었다.
 
 그랬던 동창들이 하나 둘 호텔에서 정원으로 나오고 있었다...
 
 앞을 가리우는 자오록한 안개로 선명하던 숲이며 정자며 돌들이, 그리고 삼삼오오 흩어져 움직이는 동창들의 모습이 시선에서 숨박곡질 하듯이 새뽀얀 안개속에 얼른거리고 있었다.
 
 “어이, 금자 여기로 좀 오오!”
 
 ‘비아바이’ 박재동이 김순애랑 안송옥이랑 같이 거닐고 있는 구금자를 손짓하여 부른다.
 
 “왜서요?”
 
 “‘칠색박사’한테서 상식 한가지 배우려고...”
 
 구금자는 비아바이가 왜서 부르는지 알만했다. 대학시절 비아바이는 구금자를 ‘칠색박사’라고 불렀던것이다. 
 
“지금 이 안개는 왜서 생기는거요?”
 
비아바이가 정색해서 묻는데 구금자는 입을 싸쥐고 방실방실 웃는다.
 
 “우리 아바이는 정말 락제생이네요. 옛날 학창시절에도 제가 가르쳐 드린것 같은데요.”
 
 학창시절 남학생들은 반급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박재동이를 ‘비아바이’라고들 했지만 녀학생들은 그럴수가 없어 박씨 성에다 ‘아바이’를 붙여 ‘박아바이’라고 하든가 혹은 친절하게 ‘우리 아바이’라고 불렀다.
 
 “허참, 금자는 매를 수리개로 보았나?! 이 로인이 머리가 좋았으라면 금자보다 일곱살이나 더 먹고도 한반에서 공부했겠어?”
 
 “호, 그럼 또 가르쳐 드리지요. 안개란건 말이죠. 이 지표면에서 생긴 수많은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생기게 된거죠. 그래서 우리는 안개를 지면과 제일 가까이에 있는 ‘구름’이라고도 말하지요.”
 
 ...
 
 금방 대학에 입학하던 그해 가을에 있은 일이다. 어느 하루 오후, 조문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시간을 보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소낙비가 퍼부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비를 피해 운동장 가까이에 있는 학교식당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런데 소낙비는 십여분만에 그쳐 학생들은 다시 우르르 밖으로 나오게 되였다. 그때 비가 지나간 서쪽 하늘엔 둥글게 드리운 무지개가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그려져 있었다.
 
 “야, 멋있다!”
 
 모두들 칠색무지개를 바라보며 입에서 감탄이 터지는데 나이 많은 박재동이가 “저 무지개는 어떻게 생기는걸가?” 하며 혼자 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누군가 비가 온 다음이나 구름이 끼였을 때 공중에는 물방울들이 무수히 떠도는데 해빛이 물방울에 비치면 아마도 저렇게 무지개가 되는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나이 많은 박재동이는 무엇이나 신기해서 물어보기 좋아하는 어린애들처럼 그럼 어째서 무지개는 일곱가지 색갈이냐고 또 캐여 묻는다. 그건 아마도 해빛이 물방울에 비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겠지, 이번에도 누군가 알뚱말뚱한  대답을 한다.
 
 이럴 때 곁에 서있던 구금자가 입을 연다.
 
 “해빛이 물방울에 비치면 물방울속으로 들어갈 때와 거기서 다시 공기속으로 나올 때 그 방향이 꺾기게 되지요. 그 꺾기는 순서에 따라 원래의 흰빛은 결국 자색, 남색, 청색, 록새, 황색, 등색, 적색으로 변하게 되는거예요.”
 
 구금자는 이렇게 입을 열더니 아직도 그 해석이 완정하지 못한지 또 말을 잇는다.
 
 “물방울들은 이렇게 해빛을 여러 색갈의 빛으로 갈라놓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또 작은 거울과 같은 역할도 하거든요. 말하자면 빛을 반사하여 들어온 방향으로 되돌려 보내는거예요. 이러한 현상은 무수한 물방울에서 일어나는데 이 빛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 사람들은 저런 무지개를 보게 되는거지요.”
 
 “그럼 왜 무지개는 저렇게 둥글게만 보이는데?...”
 
 “그래 말이, 금자의 말처럼이라면 무지개는 물방울이 있는 그만큼 넓게 온 하늘을 덮을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자막대기처럼 곧게 보일수도 있지 않느냐 말이요?”
 
 이번에는 여럿이 네 한마디 내 한마디 구금자에게 바투 질문을 들이댄다.
 
 “그렇게 생긴 무지개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어요?”
 
 구금자는 이렇게 한마디 반문하더니 이번엔 ‘무지개가 왜 둥글게 보이는가?’에 대해 해답을 한다.
 
 “빛이 물방울에 비쳤을 때 반사 굴절되여 나가는 광선중에서 모든 광선이 다 우리 눈에 보이는것이 아니래요. 쉽게 말하면 공기중에 물방울이 무수히 있어도 해와 물방울이 련결한 직선과 관측자와 물방울이 련결한 직선 사이의 각이 40°30′되여요. 그래서 우리 눈엔 바로 저렇게 둥글게 생긴 띠로 보이게 되는 거래요. 그리고 때로는 쌍무지개도 보이지요? 그 두번째 무지개는 물방울들속에서 빛이 두번 반사 굴절될 때 생기는거래요.”
 
 “야, 구금자가 대단하네. 인제 보니 박사구만 박사...”
 
 모두들 구금자의 박식함에 감탄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박재동이는 너무도 놀라와서 입을 딱 벌린다.
 
 “그게 무슨 깊은 학문이라고 그래요. ‘십만개 무엇때문에’란 과학상식 책만 보면 소학생들도 다 알일 가지고...”
 
 그런 일이 있은 후의 어느 날 저녁이였다. 자습을 마치고 돌아온 조문반 남성 침실에서 강현수가 한창 한국 제주도란 섬은 바람 많고 돌이 많고 녀자가 많아 ‘삼다도’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하다가(그때만 해도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 대해선 료해가 별로 없었음) 제주도의 해녀들은 물속에서 3분 동안 숨을 안쉬며 미역을 딴다는 이야기로 번져가는데 비아바이가 또 어린애들처럼 “사람은 왜 숨을 쉬는가?”하는 질문을 꺼내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맛도 냄새도 없는 공기가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에 사람이 숨을 쉬지 않고는 살수 없는거냐?”하며 련이어 질문들이 쏟아내는것이였다. 그바람에 강현수의 제주도 이야기는 중단되고 네 한마디 내 한마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사람은 산소를 마시지 않으면 못산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럼 왜 산소를 마셔야 하는가’하는 질문엔 명확한 답안을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그 당시는 지식있는 사람들이 ‘구린내 나는 아홉째’로 몰리던 문화대혁명이 방금 결속된 시기라 지금의 청소년들처럼 학교에서 이러한 기초적인 자연과학 또는 사회과학상식들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해 같은 한 반급의 대학생들이라 할지라도 부동한 학문에 대한 수준차이가 컸던것이다. 이를테면 ‘비아바이’ 박재동이는 대학시험을 칠때 조선어문과 력사지리 점수는 그런 대로 괜찮게 맞았지만 수학시험은 ‘구고정리’란 한 문제만 억지로 풀어 수학점수 100점에서 겨우 18점을 맞고 대학으로 왔던것이다.
 
 “산이 들썩한 끝에 쥐새끼 한마리구나!”
 
 박재동은 여럿이 떠들기만 했지 확실한 답안을 내놓지 못하는것이 못내 서운하기만 했다.
 
 “그렇게 알고프면 래일 날이 밝으면 구금자한테 물어보게나.”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데 박재동은 그길로 씽 하니 구금자가 있는 녀성숙소를 찾아갔다.
 
 이윽고 박재동이 구금자한테서 알아온 답안은 이러했다.
 
 사람은 아무 일 하지 않고 가만히 누어있어도 하루에 1400~1700칼로리의 열을 내야만 생명을 유지할수 있다.(로동이나 생활을 하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열과 힘이 필요함.) 이 열과 힘은 산소가 있어야 생긴다. 산소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타면서 힘을 쓰고 열을 내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산소공급이 잠시라도 멎으면 생명이 위험해 지는데 인체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는 뇌라는것이다. 팔다리 같은 부위는 2시간 정도 산소가 중지 되여도 별로 지장이 없지만 뇌수에는 거퍼 몇분만 산소공급이 중단 되여도 죽는단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박재동은 구금자를 ‘칠색박사’라고 부르면서 ‘바람은 왜 부는가?’, ‘사람은 왜 꿈을 꾸는가?’, ‘콩기름이 끓는 가마에 물방울이 들어가면 왜 물방울이 튀여 나오는가?’, ‘왜 물에다 바늘이나 돌을 던지면 인츰 갈아 앉는데 그렇게 육중한 륜선은 물에서 뜨는가?’ 등등 천문지리로부터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학적인 도리나 상식을 알고 싶을 때마다 구금자한테 물어보군했다. 그때마다 구금자는 준확하면서도 알아듣기 쉽게 해답해 주었다. 구금자는 반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박재동이가 마치도 호기심 많은 소학생처럼 그렇게 자주 물어보는 것이 재미나면서도 한편 큰오빠 같은 동창생의 선생으로 된 기분에 가슴이 뿌듯했다. 박재동이도 그래서 4년간 구금자한테서 숱한 자연과학상식을 배웠다. 물론 듣고 배운 상식은 엄청 더 많지만 일부는 들을 때뿐이지 돌아앉으면 인츰 잊어버리거나 시간이 지나면 알둥말둥 생각이 잘 나지 않는것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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