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리고 우리 동창들중에서 유일한 로처녀 최윤희는 말이야. 윤희가 교장으로 있는 그 학교 이름을 림구조선족중심학교라고 하지 말고 편부모 자녀들을 부르는 ‘어머니학교’ 라고 이름을 고치란 말이야. 그리고 한편으로는 신문에다 광고를 때리고 한편으로는 윤희가 지금까지 해온 경험을 내가 신문에다 대서특필해줄테니까. 그러면야 더도 말고 목단강 지구만 해도 한국으로 나가있는 부모들이 너도나도 하며 자녀를 윤희네 학교에 보낼거 아니겠는가? 어때? 이 앉으나 서나의 아이디어가?”
“현수, 너 기자라는 이름 헛가진거 아니구나. 민감성과 관찰력이 대단한데...”
“정말이야. 지금 현수 하는 말 깊이 새겨 들을만 하다구.”
동창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김운재
이럴 때 백일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예, 누구시지요?... 어? 김운재?! 자네 지금 어딘가?”
핸드폰을 받는 백일호가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 소리에 동창들도 하나 같이 따라 놀란다.
“뭐야? 김운재가? 다 헤여질 마당에 이제야 전화를 걸어와?”
“그 자식 비유짝도 두껍다!”
동창들이 너무 어이없어 야단을 치는데 백일호가 식지를 자기 입에다 한 일자로 세우며 떠들지 말라는 시늉을 해보인다.
“응...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백일호는 김운재와 통화를 꽤나 오래한다. 주로 전화를 걸어온 김운재 쪽에서 말을 많이 하는것 같았고 백일호는 듣고만 있었다.
“운재 그 자식 뭐래? 왜 동창모임에 오지 못하는거래?”
백일호가 귀에다 대고 있던 핸드폰을 내리기 바쁘게 동창들이 백일호를 둘러쌌다.
“운재가 이제는 화남현 현장자리를 내놓았다고 하네.”
“뭐야? 그 자식, 그럼 현장 자리에서 떨어졌구나!”
“그것보라니까, 내 그렇게 될줄 언녕 알았어!”
리두성이 맥주병밑굽 같이 도수높은 안경을 춰올리며 입을 비쭉거린다.
“허허 두성이는 우리 동창생 김운재가 현장자리에서 떨어지는게 그렇게도 속이 시원한가?”
“속이 시원하다기 보다는 사실이 그렇단 말이여. 아무리 동창생이라 해도 그렇게 부패하고 인정 없이 논다면 누가 좋아할 사람이 있겠어. 반장은 안 그런가?”
“나는 운재가 현장자리를 내놓았다고 했지 떨어졌다고 말하지 않았네. 운재는 떨어진것이 아니라 한급 더 올리춰 지금은 가목사시위 부서기로 되였다네.”
엉??...
백일호의 입에서 나오는 폭탄같은 소식에 맥주병밑굽을 포함해 동창들은 또 한번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린다.
“지금은 시급에도 부서기 명액을 줄여 시장이 시위 부서기를 겸하고는 부서기를 1명밖에 두지 않는데 운재가 그 자리에 올랐다는군. 성위 조직부의 정식 임명장은 그저께 내려왔는데 어제 하루는 가목사시위 서기, 시장 그리고 운재 셋이 모두 핸드폰을 끄고 어느 조용한 낚시터에 가서 하루종일 사업토론을 했고 부임 첫날인 오늘 아침엔 출근하자 시위 비서장과 함께 수하의 기구들인 조직부, 선전부, 통전부, 규률검사위원회를 한바퀴 돌고 방금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네.”
“그러면 그렇겠지. 꼭 오겠다고 약속까지 한 녀석이 전화한통마저 없을 때는 필경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강현수가 무릎을 치며 하는 소리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이제는 리해가 간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그 이상은 더 할말들이 없다. 어제 하루는 내막도 모르면서 눈먼 욕만 퍼부었고 지금은 또 너무나 급작스레 들이닥치는 돌발적인 뉴스라 한편으로는 게면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촌닭 관청구경하듯 어리둥절해지는 모양이다.
“내 어제 점심때 우리 대학 총장회의를 다녀오다가 야식장에서 김운재를 놓고 두성이와 현수가 크게 다투는 소리를 거의 다 엿들었네.”
백일호가 얼굴에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나는 두성이가 하던 말도 어떤 견해에는 도리가 있다고 보네. 김운재는 처세술에 남보다 눈이 뜬 사람이고 지방 의 일부 관리들이 잘 노는 유희에도 어느 정도 말려들어갔으리라고 보네.
하지만 김운재의 부패사실과 일련의 인간성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두성이가 생각하는것처럼 그렇게 엄중하지 않을거라는 판단이 머리에 서게 되네. 지금 중앙에서부터 각급 관리들의 부패문제를 그렇게 엄하게 다스리고 있어 성장, 부장들도 부패가 엄중하면 사형에도 처하는 판인데 김운재 같은 그까지 현장이 다 뭐겠는가. 만약 두성이가 말한것처럼 그렇게 엄중하다면 언녕 벌써 목이 잘리웠을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개 현의 현장에서 시위 부서기로 승진했다는것은 조선족인 우리 동창생 김운재가 그만큼 실력이 있고 사업실적이 뛰여나기 때문에 성에서부터 긍정하고 중용한다는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두성이와 여기에 있는 우리 동창들부터 김운재를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네.”
“뭐라구? 나를 보고 김운재를 도와주라구? 이거참, 환장하겠네. 나는 보통 중학교의 평교원이고 김운재는 이젠 현장에서도 더 승진하여 가목사시위 부서기로 올라간 높은 어른인데 도대체 누가 누굴 도와준단 말인가?”
“도와주고 베푼다는것은 돈이나 권리로만 하는것이 아니네. 우리는 마음으로 도와주자는 말일세. 두성이부터, 이 백일호부터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동창들부터 김운재를 미워하고 배척할 일이 아니라 우리 동창,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족간부 김운재를 아끼고 사랑하고 받들어주자는 말일세.
자기의 혈육, 자기 가정의 식솔을 남들앞에서 흉보고 미워한다면 남들이야 더 흉보고 미워할일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민족간부들이 바로 우리 민족의 혈육이고 우리 조선족이란 이 대가정의 끔찍한 식솔들이라는거네.
오늘 중국의 소수민족간부들은 옛날하고는 많이 달라졌다고 보네. 우선 소수민족이기에 우대한다는 개념부터 타파하고 주류사회에 침투되고 주류사회의 경쟁속에 뛰여들어 떳떳이 승자가 되여야 하는거네. 이중에서 언어란 한가지 례만들어도 그렇네. 옛날엔 소수민족간부이기에 주류사회에서 리해해주었지만 지금은 아니네. 한어 구사, 표달 능력도 한족들보다 짝지지 말아야 할뿐만 아니라 정치, 력사, 문화를 포함한 다 방면의 지식도 한족들보다 우월해야 주류사회에서 더운밥 대접을 받을수 있고 존경을 받을수 있다는거네.
어제 두성이는 김운재가 자네 학교에 와서도 우리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중국말만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김운재가 잘못한거네. 민족간부들이 본 민족속에서 호소력이 있고 위망이 서려면 민족간부답게 제구실을 해야 하는게네. 하면서도 한 사람의 정력엔 제한이 있기에 주류사회 진출을 우선으로 놓냐 아니면 본 민족리익의 대변역할을 앞자리에 놓냐를 두고 저울질 할수도 있으니 한개 현의 황제노릇을 한 김운재의 처신에 어느 정도 리해도 가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