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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5)
http://hljxinwen.dbw.cn   2009-05-08 16:26:48
 
 
 
 
 

제5장 태양도의 밤

우등불 야회

아침에 떠오르자부터 불덩이마냥 하루종일 확확 열기만 뿜어대던 여름해가 뉘엿뉘엿 서산 너머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바람이 선들선들 분다. 하루종일 해빛에 찌들었던 나무잎들이 생기를 되찾은듯 기분좋게 설레인다.

 동창들은 아침에 식사하던것처럼 귀빈식당에 두상으로 갈라 앉았다. 저녁에는 개고기에 개갈비에 개내장에 시래기에 된장을 넣고 끓인 경상도 개장국으로 한상 차려졌다. 뚝배기의 말대로 하면 몽땅 ‘개판’이다.

 그런데 어제와는 달리 술이라 하면 이젠 두손들고 비실비실 물러나는 동창들이 많아졌다. 어제 첫날 저녁엔 상봉의 기쁨에 모두들 부푸는 감정을 그대로 술에 담아 누구라 없이 권하는 대로 마셨지만 이제는 하루밤 하루낮을 함께 보내 처음 만날 때의 격동과 흥분은 많이 사그라지고  대신 차분한 리성을 찾게 되였다. 그래서 술이 약한 동창들은 어제 술이 너무 과분해 이젠 몸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며 두손을 삭삭 비비며 빌고 든다.

 “무슨 짓들이야? 술량이 도량이란 소리도 다들 못들었나? 피는 물보다 진하고 술은 피보다 진하다고도 하는데 안돼! 술잔을 몽땅 상우에다 올려놔!”

 왜소한 체구에 등이 약간 꼬부장하고 량 어깨가 앞으로 휘였어도 술상에서는 언제나 덤벼볼 사람은 나오라 하는‘비아바이’ 박재동이 소주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일호부터 한잔 마셔!”

 “아니, 저쪽상에 계시는 교수님부터 권해야 하는거 아니야?”

 “교수님은 최윤희가 벌써 와인한잔 권했어. 잔말 말고 얼른 마셔!”

 비아바이가 호통을 치자 백일호는 시키는 대로 술잔을 받아 시원스레 쭉 굽을 낸다.

 “이번엔 구금자!”

 “호, 저도 꼭 마셔야 해요?”

 “술상에서는 칠색박사가 아니야. 잔소린 집에 가서 백일호 등을 긁어줄 때나 하는거고 얼른 받어!”

 비아바이가 눈을 부라리며 우통을 쓰자 누구도 어쩌지 못하고 고분고분 돌아가며 잔을 받아 굽을 낸다.

 “어쩌다 만났다가 나원, 래일이면 또 뿔뿔이 헤여지겠는데 오늘 밤도 실컷 취하도록 마셔보자!”

 비아바이 뒤를 이어 뚝배기가 또 팔을 걷어올리며 일어선다. 술상에서 제일 좋은 안주는 뭐니뭐니 해도 기분이라더니 아니나 다를가 비아바이의 동원으로 이렇게 술 기분이 살아나자 두상에선 웃음이 터지고 건배소리가 터지며 모두들 사기가 충천해서 네 한잔, 내 한잔 술을 물처럼 마셔댄다. 

 “그 빌어먹을 김운재는 끝끝내 바라오지 않는구나!”

 “정말 그 자식은 현장질 한다고 너무 한다. 하다 못해 전화한통도 못쳐준단 말이여?”

 “그 사람은 이젠 우리 동창도 아니래요.”

 갑자기 누구의 입에선가 김운재 말이 나오자 동창들은 하나같이 서운해서 기색이 흐려진다. 실로 그럴만도 했다. 아침에 들어선다고 약속한 사람이 못 오면 못 온다는 전화마저도 없으니 동창들은 안목중에 없는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할만도 했다.

 “야, 두성아, 내 점심때 그 자식을 두둔해서 너와 다툰걸 다시 한번 사과하는 의미에서 우리 둘 술 한잔하자!”

 “그래 건배!”

 “건배가 아니라 이건 소독이다. 마음속에 있는 이상한 회한과 찌꺼기를 죄다 소독!”

 “그래 소독!”

 김운재 바람에 싸움까지 붙었던 강현수와 맥주병밑굽이 술잔을 쨍 소리나게 부딪친다.  

 “그 자식의 눈은 이젠 이마우에 올라가 붙었겠어. 제 보다 급이 높은 웃사람만 보이고 제 보다 낮은 아래 사람들은 눈에 없는 거야.”

 “그럼 운재 그 자식, 아비 에미도 시골에 사니 그 자식 눈엔 보이질 않겠네.”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게 바로 중국의 간부 선거제도에서의 허점이란거야. 만약 현장을 그 현의 백성들이 선거한다 해보렴, 백프로 눈길은 백성들에게 돌릴거야. 그런데 중국에서는 현장이고 성장이고 몽땅 우에서 내리 임명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당연히 눈길은 우만 올리 보게 되는거 아니겠어?”

 “지금 보면 시골의 촌급들에서는 촌장을 촌민들이 민주선거 하거든. 그런 민주선거가 하루빨리 향장, 현장, 시장으로 올라가야 할텐데...”

 술이 한잔씩 들어간 동창들은 네 한마디 내 한마디 어느새 중국의 정치가들로 변하고 있다. 유독 백일호만은 눈을 지긋이 감고 말 한마디 없다. 며칠전부터 이번 동창모임에 꼭 참가하겠노라고 전화통화까지 여러번 한 김운재가 오늘 하루종일 전화마저 없을 때는 필시 무슨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야, 야, 개가 핥아놓은 죽 그릇처럼 매끄러운 그 운재 말은 이젠 그만들 하자. 술맛이 다 떨어진다.”

 “그런데 왜 녀성들은 하나도 술을 마시지 않어?”

 “호, 우리야 체질상에서 남성들과 다르죠. 오빠, 눈을 좀 감아주소.”

 “이거 참, 집에서 제 남편들이야 그런 요사스런 응석을 받아 줄런지 몰라도 여기서야 통하지 않는다는걸 몰라?”

 “저렇게 철판을 깐것처럼 비유짝들이 두꺼워서 녀자들의 얼굴엔 수염이 못나오는 거야.”

 “이제 방금 누가 오빠라고 했어? 그 오빠란 말 한번 거꾸로 해보지?”

 기회가 없어 꼬리를 못잡는 대머리다.

 “거꾸로 해보라구? 오빠, 빠오! 야- 저 대머리 어쩌나...”

 남성들이 이렇게 지껄이자 안송옥이가 펄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네 남자들은 집에선 마누라들한테 꼼짝도 못하면서 밖에 나와선 흰소리들 잘 친다.”

 “너 남편이 그래? 우린 그렇지가 않아!”

 “내 남편이구 네 남편이구 다 같애! 저녁이면 마누라들의 젖을 빨지 못해 애를 쓰니 그게 뭐야? 아들놈들이지.”   “송옥이 네 말 다했어? 그건 피차 일반이야...”

 대머리가 이러면서 자리를 차고 일어서는데 그 입에서 더 한심한 말이 나올가봐 구금자가 급급히 손으로 대머리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래, 너네 남자들이 얼마 마시면 우리 녀자들도 그만큼 마실만 해!”

 “그렇지 안구, 야, 야, 사내놈들아! 술잔이 고였다. 술 부어!”

 안송옥이 팔을 휘젓자 주영주도 맞장구를 치며 빈잔을 탕탕 두드린다. 그 바람에 술상은 술 마시는 경쟁이 붙었다.

 그럴 때 백일호는 술잔을 들고 슬쩍 최윤희 옆에 가 앉는다.

 “윤희 우리 둘 소주 한잔 할가?”

 “아니, 전 인젠 정말 술은 못하겠어요.”

 “그럼 맥주 한잔?”

 “호 그것도 안돼요.”

 최윤희는 백일호의 술잔을 사양하는척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갔다가 뜸을 들여 다시 들어오더니 백일호가 없는 다른 상에가 슬쩍 앉는다.

 눈치 빠른 구금자도 그러는 두사람을 몰래 살핀다. 하면서도 술잔을 들고 곁에 앉은 이 사람, 저 사람과 건배를 하느라고 아무것도 모르는것처럼 놀고있다.

 술상의 삼단법이란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엔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엔 술이 사람을 마시는것이라고 한다. 지금 동창들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 첫 단계는 넘어 이미 술이 술을 마시는 단계에 이른것 같다.

이럴 때 강현수가 걸상우에 발딱 올라섰다. 저마다 목에 피줄을 세우고 고아대는 술상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려는 깜찍한 수단이였다.

 “사랑하는 그대들! 이제는 개장국에 밥이나 말아 잡수시고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야식장에서 우리의 우등불야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야식장에서 양고기 구이에 맥주를 마시면서 3차, 4차가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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