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8.12.16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독무대였다.

　　선진국들은 출연금 비률이 얼마되지 않지만 기구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다는 기득권을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 기구내 모든 결정을 좌지우지해왔다.

　　례컨대,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출자액에 따라 결정되는 의결권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12.9%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기구의 의사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ADB규정에는 회원국 신규가입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은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총투표 권의 4분의 3(75%)에 해당하는 지지가 있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투표권 합이 25.8%이기 때문에 조선의 ADB 가입과 같은 주요의사결정은 이들 두 나라가 반대하는 한 불가능하다. 선진국들이 적은 지분으로도 기구의 주요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장악해온 국제금융권력에 일대 변화가 오고 있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스템이 만신창이로 전락하고 그 여파로 일부 개도국까지 줄줄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위기수습 역할을 해야할 IMF가 재원의 고갈로 제 역할을 못함에 따라 선진국들이 신흥시장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10년전 아시아의 외환위기와 달리 국지적인 양상이 그친 것이 아닌데다 구제 규모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콧대 높던 선진국들은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시장국들이 참여하는 G-20 정상회의를 11월 15일 미국에서 소집, IMF와 세계은행 등의 개혁을 통해 위기대응 능력을 키운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위기 대응력은 충분한 재원에서 나온다. 이러한 재원 확충은 기존의 G-7(선진 7개국)만으로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G-20로 경제권력의 분점이 이뤄진 것이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내에서 신흥시장국과 개도국들의 경제력을 반영해 이들 국가의 대표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원칙이 합의됐다. 더 이상 소수의 선진국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본질서를 유지해나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결과로 이러한 지형의 변화가 초래된 것이다.

　　만일 세계금융위기가 조속히 수습되고 선진국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된다면 G-7이 신흥시장국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G-20 정상회의의 정례화 문제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가 래년에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G-7 회원국들이 섣불리 독자행보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서구 선진국만의 페쇄적인 금융권력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개도국, 특히 중국과 인도, 한국, 브라질이 포함된 신흥시장국의 참여 없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세계 경제권력의 재편이라는 대세는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