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사상자 내고 ‘미국의 전쟁’ 막내려

　　유엔 안전보장리사회가 결의한 이라크 주둔 시한이 올해말로 끝남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했던 13개국이 이달내 일제히 군대를 철수시킨다. 미국이 존재하지도 않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를 핑계삼아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상처와 오명만 남긴채 5년9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군도 주력 전투부대인 101공수사단을 비롯해 주요 부대의 단계적 철군을 시작했다. 미군은 이라크 정부와의 밀고 당기기 끝에 최근주둔군지위협정(SOFA) 협상을 끝냈다. 협정안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는 일부 이라크인들의 반발 속에서도 지난달 27일 이라크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 협정은 2011년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체류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치안권은 이미 이라크측에 대부분 이양된 상태여서 미군 추가 주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미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라크정부는 “미군 점령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주둔중인 한국, 일본, 몰도바 등 13개국 주둔군은 올해말까지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이라크서 철군하는 슬로바키아 륙군. /자료사진

이라크전은 유엔 승인없이 미국의 독단으로 진행됐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이 전쟁을 감행하자 어쩔수 없이 이라크 재건을 지원할 다국적군 주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이에 따라 2004년 5월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가 설치됐다. MNF-I는 이라크를 네 부분으로 나눠 북부, 중부는 미군이, 중남부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사단이, 남부는 영국을 필두로 한 유럽사단이 관할하게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라크전은 ‘미군의 전쟁’이였다. 약 40개국이 파병을 했지만 전투병을 보낸 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뿐이였다. 니카라과, 온두라스, 필리핀 등 9개국은 형식적 파병 뒤 반년도 안돼 철군했다. 1300명을 파병했던 스페인은 2004년 마드리드 테러가 나자 곧바로 군대를 빼냈다. 유엔은 2006년, 2007년 련달아 추가 결의안을 통과시켜 다국적군 주둔 시한을 올 12월 31일까지로 연장했으나 올해에는 연장 결의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에 큰 상처를 남겼다. 지금까지 미군 4207명 등 4521명이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었고 수만명이 다쳤다. 

　　다국적군은 해산 단계에 들어갔지만 평화는 요원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저항세력의 공격은 다국적군 철군을 앞두고 다시 늘었다. 특히 고성능매설폭탄(IED) 공격이 잇따라 9~11월 석달 동안에만 민간인 422명이 숨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