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 변경에 자리한 연길시의 여름은 커피 향에 흠뻑 젖어 있다.
연변은 중국 최대 조선족 거주지로 주도인 연길은 커피가 일상 깊숙이 스며든 도시다. 연변대학 주변에는 100여 개가 넘는 카페가 빽빽이 늘어서 있어 문을 여는 순간 진한 원두 향이 코끝을 감싼다.
상주 인구가 7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현(縣)급 도시이자 면적이 상해 포동신구 정도인 이곳에는 무려 1천여 개의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커피콩 한 알 나지 않는 지역임에도 인구 1만 명당 카페 수는 전국 현급 도시 가운데 가장 많다.
1985년 이후 출생자인 카페 점주 리향영(李香英)은 "대도시가 설비와 브랜드로 경쟁한다면 우리는 이 땅과 지역만의 특색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창업가들은 지역 식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해 색다른 맛을 선보인다. 찹쌀 향이 어우러진 곡주 라테, 건강을 강조한 홍삼 커피, 이뿐 아니라 지역 식재료인 사과배와 오미자로 커피에 독특한 풍미를 더하며 신선한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길이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시골 마을까지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최희흠(崔熙羨)은 도시 외곽의 한 조선족 가옥 별채를 카페로 꾸몄다. 큰 유리창 너머로 넓게 펼쳐진 논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말이면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커피를 마시며 들녘 풍경을 감상한다.
신룡철 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모아산(帽兒山) 자락 과수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4월이면 배꽃이 컵 가장자리에 살포시 내려앉고 특히 겨울에는 남부 지역 손님들이 많이 찾아 난로 곁에 둘러앉아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창밖에 흩날리는 눈을 구경한다.
민박 예약도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떠날 때는 마을 주민들이 키운 찰옥수수와 직접 담근 꿀을 구입한다.
현재 연길커피는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형태로 구분된다. 핫플레이스 카페, 애프터눈 티 하우스, 서점 카페, 반려동물 카페는 물론, 야외 공간도 정원 카페, 별빛 카페 등 여러 세부 유형으로 나뉘어 각각의 고유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산업 대화회를 개최해 운남)성 커피 원두업체, 상해 로스팅 업체와 협력을 촉진하고 기업들의 국제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동북아시아 시장에 연길 커피를 적극 알렸다.
또한 소비 축제와 플랫폼 련계를 통한 소비 쿠폰 발행 등 활동을 전개하고 '커피+민속'으로 커피에 문화적 가치를 더했다. 귀향 창업 청년들에게는 창업 보조금과 임대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연변대학에서는 커피 실습 과정을 개설해 기술과 지역 문화를 겸비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처럼 옌지와 연변의 커피 산업은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소규모 매장들을 연결해 활기찬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저녁 7시 동북의 하늘이 어스름해지기 시작하면 '밤이 없는 도시' 연길에는 커피 향기로 가득한 절정을 맞는다. 밤 시간대 주문이 전체의 20%에 이를 정도다. 1선 도시의 '직장인 커피'와는 달리 이곳 커피에는 일상의 온기가 묻어난다.
이웃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보드게임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은 손에 커피 한 잔씩 들고 있다. 깊어가는 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거리의 카페는 따스한 황색 불빛을 내뿜고 그 불빛은 길가의 포장마차 불꽃과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밤 풍경을 그려낸다.
이 커피 향 속에는 관광객의 여유와 창업자의 열정,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어우러져 변방의 작은 도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빚어내고 있다.
출처:신화통신 한국어 뉴스 서비스
편집:김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