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에 조롱박을 다는 것은 흑룡강성의 전통 풍속이다. 민간에서는 조롱박이 오독을 거두어들이고 복을 가져다주며 조롱박의 발음이 ‘복록’의 발음과 비슷하여 단오절이면 집집마다 조롱박이 걸려 있는 모습을 찾아볼수 있다. 할빈인민광장에서는 빨간 끈에 달린 조롱박들이 바람에 잘랑잘랑 춤을 췄고 무명문화재 전시구역에서는 여러 가지 전통 수공예품들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다. 흑룡강성 오상시 성급 무형문화재 ‘청우(青牛) 조롱박 제작기예’ 전승인 정국화(郑国华) 씨의 작품 전시구역에서는 전통 민속의 기억을 담은 조롱박작품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정국화 씨와 청우조롱박의 인연을 말하자면 증조부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청조 말기 서당의 훈장이였던 그의 증조부는 조롱박에 시를 쓰고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고 한다. 2007년 ‘청우 조롱박제작기예’가 흑룡강성 성급 무형문화재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 정국화 씨는 조롱박제작기예에 현대적 생명을 불어 넣은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정국화 씨의 작업실에는 크고 작은 조롱박작품이 즐비하다. 그중 정국화 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2016년 재배호의 실수로 여물기 전에 채집해 표면이 오그라든 기형의 조롱박이다. 덜 여문 조롱박은 마르면서 쭈그러들었고 그중 하나는 륜곽이 로인의 모습과 흡사했다. 정국화 씨는 이 조롱박에 반년의 시간을 들여 두보의 시‘가을바람에 노래 부르는 초가집(茅屋为秋风所破歌)’전문을 새겼는데 이 작품은 최종 성급 공예 금상을 따냈다.
2025년4월 정국화 씨는 할빈개방대학의 초청을 받고 장애인들을 상대로 기능양성반을 개설했다.
정국화 씨의 작품 세계에서 조롱박은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화사 그 자체다. 그의 손에서 전기 인두펜(电烙笔)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닌 고대와 현대를 잇는 문화의 맥락이 되였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그는 무형문화재 기술이 시대의 파도 속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도록 했으며, 전통문화의 씨앗이 더 많은 사람들 속에 뿌리내리고 새싹을 틔우게 했다.
출처:동북망
편역:김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