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시건공소학교 김선희
청사에 길이 빛날 건공소학교
수천만 인재를 키운 배움의 요람
아담한 교실에서 록음이 우거진 교정에서
부지런히 배우자 조국은 부른다
교가를 목청껏 부르는 우렁찬 목소리와 달리 졸업생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가랑가랑 맺혔다. 해살이 이슬을 비춰 아이들의 얼굴은 더 반짝거렸다. 해님도 창문에 머리를 맞대고 졸업식을 축하하고 있었다. 교가를 함께 부르면서 졸업생들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던 선생님들도 눈물을 훔쳤다. 나는 학생들에게 눈물을 보일가바 슬쩍 안경을 벗어 안경알을 닦는척 하였다.
이어서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발급해주셨다. 보도원선생님의 호명순서에 따라 졸업생들은 무대에 올라가서 졸업장을 받는다. 졸업장을 발급하는 교장선생님의 눈가도 눈물로 촉촉히 젖었다. 교장선생님은 평소에 6학년 학생들을 항상 관심해주고 규범을 잘 지키는 착한 아이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을 한명한명 안아주면서 졸업을 축하했다. “졸업 축하합니다.” 졸업장을 받고 훌쩍이면서 나한테 달려오는 선아 학생을 본 나는 끝내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나의 “아픈 손가락” 지운이가 무대에서 나를 꼬옥 끄러안고 손을 놓지 않는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울려퍼졌다. 순간 졸업식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나의 키를 훌쩍 넘게 커버린 아이들도, 졸업식이라 예쁘게 단장하고 오신 엄마 아빠들도, 손군과 함께 동참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눈물을 훔치면서 아쉬움을 금치못했다. 졸업식은 눈물로 막을 내렸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하나둘 교실을 떠나갔다. 1학년 개학 첫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입학하던 모습과 똑같았다.
6년 동안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준 고마움이였을가. 유난히도 공부를 강조했던 미안함이였을가. 초중으로 떠나보내는 아쉬움이였을가… 여러가지 감정들이 어우러져 나의 마음은 칠색물감으로 물들어졌다. 모두가 떠나버린 텅빈 교실에 앉아 교실의 구석구석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매일이다싶이 학생들과 함께 있었던 정다운 교실을 청소하기로 했다. 나는 손걸레를 들고 책걸상을 닦기 시작했다.
장난기가 다분한 얼굴에 눈웃음이 예쁜 원혁이의 책상에 손길이 닿았다. 아침마다 새물새물 웃으면서 교실에 들어서는 원혁이를 보면 모든 고민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아서 나는 좋았다. 혼날 때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불쌍하게 나를 바라보면 나는 속으로 ‘아이구 요놈, 언제면 철이 들려나’하며 중얼대군 했었지. 담임교원을 맡은지도 어언간 23년,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1학년부터 담임했던 학생들이여서인지 우리 반급 학생들을 보면 모두 아기 같았다.
항상 바른 자세로 앉아 공부하던 청학이 책상이다. 내 마음이 아플 정도로 6년 동안 어쩜 장난을 한번도 안하고 언제나 바른 자세로 앉아 공부하던 청학이의 책상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유상이의 책상 안도 깔끔히 정리되였고 사물함은 먼지 한점 없었다. 성격도 비슷하여 6년 동안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던 두 남자애는 나를 한번도 힘들게 한 적이 없이 성실하게 반듯하게 학교생활을 하였었다. 평소에 이 두 학생한테만은 항상 이 두마디를 했었다. “청학이와 유상이는 장난을 좀 쳐도 돼요. 공부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 휴식하세요.”
개구쟁이 광욱이 책상에 손이 닿았다. “광욱아, 장난 좀 그만 하고 공부를 하렴.” 나의 말은 들은체만체 하던 광욱이가 한마디 건넨다. “선생님은 앞으로 제가 영원히 생각날 겁니다. 선생님들은 보통 공부를 제일 잘하는 애랑 장난이 제일 심한 애를 잘 기억한다고 합니다. 하하하… 그러니까 선생님은 저를 잊지 못할 겁니다.”
교원의 엄격함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던 광욱이가 내심 고마웠다. 정말 유난히도 장난이 심한 남자애였지만 학교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한번도 한 적이 없는 마음이 착한 학생이였다.
‘음, 지성이의 책상이네.’성격이 활발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반급 친구들한테 인기짱이였다. 지성이는 교학청사 층계에서 넘어져 발목이 골절된 나를 휠체어에 앉히고 수업을 다닐수 있도록 한달 동안이나 도와주었었다. 아이들은 내가 수업을 다니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번갈아가면서 앞다투어 휠체어에 앉은 나를 보살펴주었다. 오죽하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나를 보고 “호위대를 보면 김선생님 대우가 대통령급이네요. 참 행복한 선생님입니다”라고 말했을가.
나는 아이들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책걸상을 닦기 시작했다. 1조, 2조, 3조, 4조… 학생들이 앉았던 책걸상을 닦노라니 잔등은 땀범벅이 되여 교복샤쯔가 착 달라붙었다.
‘어? 이건 또 머지?’문득 책상면에 오려진 락서가 눈에 띄였다. ‘아이구! 책상에 락서하면 어떡해…’중얼거리면서 락서를 지우려는 순간 락서문구를 보고 나는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락서내용은 바로 “체육시간만 보고 싶다”였다. 그리고 락서문구 옆에는 커다란 축구공이 그려져있었다. 졸업시험을 앞두고 아침 8시부터 하루종일 대부분 시간을 공부에만 열중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락서를 한 것이 리해되였다. 비록 6학년생이라 하지만 사실 아직은 12살짜리 어린 아이들이니 말이다. 얼마나 밖에 나가 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면서 신나게 뛰여 놀고 싶었을가…
어느날, 사이체조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가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이번 학기에는 녀학생들도 축구시합이 있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형예 학생이 뛰여오며 제일 먼저 나한테 학교소식을 전했다. “그래? 그럼 소학교시절 마지막 축구시합인데 1등 해볼가?” 나의 응원에 아이들은 좋다고 교실이 떠나갈듯 환호했다.
다른 반급에서는 축구교실에 가서 훈련을 하지만 우리 반급만은 학생들 스스로 두팀으로 나뉘여 매일 짬짬이 시간을 리용해서 운동장에서 축구훈련을 하였다. 나는 애들을 믿었다. 매일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축구훈련을 하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은 알록고양이 같았다. 훈련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온 알록고양이들한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척 쥐여주면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고 하면서 엄지척을 내든다.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입이 함박만해지는 애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엄마가 된 기분이다. 축구교실에도 다니지 않고 오로지 열정 하나만으로 열심히 훈련한 보람으로 녀자축구시합에서 끝내 1등을 따냈다. 축구코치가 없이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1등을 따내여 너무 좋아서 서로 끌어안고 퐁퐁 뛰며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책상면의 락서를 지우면서 힐끗 우승컵을 쳐다보았다. 우승을 따내고 퐁퐁 뛰며 좋아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우승컵에 비껴 한껏 빛을 뿌렸다. 남자축구가 꼴찌를 하여 운동장 복판에서 대자로 엎드려 땅을 치며 통곡을 하던 명원이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책상면을 정성들여 뽁뽁 소리나게 닦아내려갔다. 책상안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편지 한장을 보았다. 아마도 쑥스러워서 건네지 못하였나보다. “존경하는 선생님, 공부를 잘 배워줘서 고맙습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보러 자주 오겠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중학교에 가고 싶습니다… 커서 선생님의 이름으로 모교에 도서관을 세우겠습니다. 선생님,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아 혼났던 아이였는데 중학교까지 나를 데려가고 싶다는 아이의 쪽지글에 코마루가 찡해나며 가슴속에 감동의 물결이 소용돌이쳤다. 선생님이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라는 멘트에 우습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다. ‘헌우야, 고마워. 그리고 선생님의 이름으로 모교에 도서관을 세우려는 목표를 잊지 말거라.’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이 혹시나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가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나는 엄격한 교원으로 되기로 마음을 먹고 학급을 관리했다. 하여 6학년에 들어서서 엄격한 교원으로 학생들의 인상속에 자리매김됐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나를 중학교에 데리고 가고 싶다니 정말 뭉클했다.
학생들의 책걸상을 하나하나 닦으며 기억의 노트를 한장한장 번지느라니 어느새 37명 학생들의 책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놓았다. 텅빈 교실에서 혼자 웃고 울고를 반복하면서 학생들이 앉아 공부하던 책걸상을 깨끗하게 닦아놓았다. ‘아빠를 잃어 슬퍼하던 아이도, 할머니와 단둘이 사랑에 갈증을 느끼며 살아온 아이도, 생계유지를 위해 엄마가 한국에 가서 아빠랑 외로이 생활하고 있는 아이도… 모두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비물이 타닥타닥 창문을 친다. 이제 비가 그치면 하늘에 칠색무지개가 아롱다롱 걸리겠지. 나의 응원이 칠색무지개를 타고 너희들의 마음에 전달되였으면…
원대한 리상을 품은 우리 친구들
중화의 진흥을 위해 몸과 맘 바치자
모교의 영예떨친 선배들 이어받아
부지런히 배우자 조국은 부른다
교가 2절을 흥얼거리면서 교실청소를 마무리하고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6학년 4반 친구들아, 난 너희들의 담임교원이여서 6년 동안 너무너무 행복했어. 선생님은 모교에서 친구들의 희소식을 기다릴게.
글쓴이: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