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산백화골조선족옛마을’을 찾아
겨울 장백산에 놀러갔다가 집으로 바로 가는 길이 아쉽다면 장백산백화골조선족옛마을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여름에는 근처 주민들도 돗자리 펴놓고 찾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한산하면 한산한 대로, 또 다른 멋을 지닌 곳이다.
옛것이 주는 담백한 아름다움은 현대의 화려한 아름다움과는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입구에서 쭉 길을 따라가면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옛집을 그대로 복원한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계절에 더욱 고즈넉한 백화골 옛마을 안의 모습은 차량과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마을 돌담 밖의 세상과 대비되여 묘한 여운을 자아낸다.
눈 내리는 하늘이 회색빛이라 그런지 유독 담벼락이 하얗게 보이는 날이였다. 깨끗해보이긴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삭막해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계절에 이 곳은 굳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담벼락 우에 얹은 기와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따뜻하고 고요한, 동시에 독특한 감수성도 한웅큼 더해주니 말이다.
옛것은 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시골 촌 구석’이 뭐가 볼 게 있냐 싶겠지만 정작 오래 전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옛집 건물 앞에 서면, ‘내가 그 시절에 살았다면 어땠을가?’ 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시대를 온전히 느껴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익숙할 수 있는 옛마을이지만 한번씩 내용을 살펴 보면 조금 더 알찬 려행이 될 수 있다.
지난해에 국가 3A급 풍경구로 선정된 장백산백화골조선족옛마을은 안도현 송강진 판석촌에 호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풍경구 총 부지면적은 6만 4455 평방메터, 총 건축면적은 1만 3612평방메터로 생태관광, 민속체험, 레저양생, 삼림욕장을 일체화한 체험형식의 옛마을이다. 백화골은 조선족민속관, 조선족무형문화재전시관, 조선족전통미식체험관, 조선족민박 등 내부시설이 잘되여있어 관광객들이 중국조선족의 력사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여름철에는 옛마을 가장자리에 마련된 큰 마당에서 조선족민속공연도 펼쳐지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조선족 민속문화의 매력을 알린다.
활짝 열린 나무로 짜여진 대문을 넘으면 옛마을로 들어서는 조금은 좁다란 길이 나진다. 그 길을 따라 얼마 안가 북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내 고즈넉한 정취를 지난 수십채의 옛집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량옆에 옛집들이 늘어선 마을 중앙에 마련된 오덕샘우물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옛집의 지붕과 처마끝 사이로 저 멀리 장백산이 눈에 안겨 와 장관이다. 겨울이라 코끝이 빨갛게 얼어드는 날씨에도 백화골에서는 관광객들이 련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옛집의 생김새 하나하나를 음미하고 있었다. 시내의 그 어떤 곳보다 우리 전통의 멋과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공간임이 틀림없다.
이곳은 옛마을을 보여주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그속에서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도처에 마련했다.
마을 큰길에 들어서면 전시가옥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의, 식, 주, 법으로 테마를 나눠 의복, 식문화, 옛주거형식, 명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백화골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통가옥게스트하우스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다. 조선족전통가옥 체험관은 27개가 되는데 그중 일부는 옛 생활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져 인기가 많다.
공방체험 전통가옥에서는 지붕 아래 매듭, 자수 등 전통공예품과 복식 유물들을 체험할 수 있다. 무형문화재전승인들과 손잡고 이러한 공방골목을 형성했는데 학생들과 일반인들은 이곳을 찾아 머물면서 전통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지만 골목마다 작고 귀여운 표지판도 있어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어떤 전통가옥 앞마당에는 귀여운 항아리들을 옹기종기 모아놓았다. 항아리 우로 하얀 눈까지 소복이 쌓여있어 귀엽고 정겹다. 크기도 다양한 항아리들의 모습은 어찌 그리 우리네 식구들의 모습과 닮았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옛마을의 가장 북쪽 가장자리에 나즈막한 언덕이 하나 있다. 그곳에 올라서면 마치 파도처럼 굽이치는 모습의 전통가옥 기와지붕들이 참 인상적이고 그 우에 쌓인 눈들은 하얀 물보라 같다. 기와지붕 우에 무언가 꼬물거리는 게 있어 자세히 보니 통통한 고양이 한마리가 기와장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고 있다. 아마 이곳 관리인이 키우는 고양이일 것 같다.
조선족옛마을이 주는 고즈넉함과 소박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백화골을 실컷 구경하고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때이다.
옛마을을 빠져나오는 길에 출구로 이어지는 돌계단길이 있다. 이 마을과 어울리는 정겨운 계단길이다. 바로 옆에 전통가옥으로 지어진 식당이 있는 데 길다란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있다. 춥지 않다면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은 려행자의 쉼터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사회, 10년이 아니라 1년 사이에도 강산이 변하는중이다. 이런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옛것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리유는 뭘가? 아마도 추억과 향수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스타일을 재해석함으로써 ‘신선함’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가?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