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산과 들에 백화가 만발하면 꿀벌들이 나무와 꽃들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꿀을 채집하고 수분(授粉)을 해준다. 이 시기는 또한 양봉업자들이 꿀을 뜨느라 한참 분망한 시기이다.
7월 22일, 화룡시 원수림산장의 첩첩산중에서 피나무꿀을 뜨는 김일룡 농부를 만나보았다. 사람 좋은 웃음을 가졌지만 좋은 꿀에 대한 고집은 누구보다도 단단한 김일룡은 이 일대에서 벌농사에 잔뼈가 굵기로 소문났다.
주변에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지나고 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벌집 터를 마련한 그는 벌집 터 위치선정에 대해 “벌들의 비행고도는 7메터 내지 8메터 정도 된다. 벌들이 꿀을 채집해 벌둥지로 돌아올 때는 몸에 짐이 달려 무겁다.”고 설명하면서 지세가 낮은 곳에 벌집을 놓아야 벌들이 꿀을 싣고 날아오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김일룡에 의하면 그는 2009년에 벌집 40상자를 구입하여 벌농사를 시작했는데 키우다 보니 그중 20상자에 왕벌이 없는 것을 발견하여 20상자를 도로 물리고 남은 20상자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벌에 관심이 많아 많은 관련 서적을 찾아 학습도 했고 오랜 기간 벌농사를 하면서 자신만의 양봉비법도 축적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60상자로 발전했고 년간 생산량은 5000근 좌우라고 밝혔다.
그는 또 “농한기에는 국내외 여러 기술교류회에 적극 참가하여 고급 양봉기술을 학습하기도 한다. 가끔씩 양봉업자육성반에 초대되여 강의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양봉 초급 기술에 관해 묻자 김일룡은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도 했다.
“왕벌이 없는 벌통은 의미가 없다. 왕벌이 있어야 산란이 되여 벌들이 부단히 생기고 생산체계가 지속될 수 있다. 왕벌은 또 페로몬(信息素) 물질을 분비하여 벌집내 꿀벌들의 생리변화와 사회활동을 조률한다.” 벌통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김일룡의 눈에는 꿀벌에 대한 애정과 고집이 묻어있었다.
벌통 하나당 한마리만 있다는 벌무리의 군주인 왕벌에 대해 묻자 김일룡은 “벌무리의 모든 일들은 로동벌이 한다. 허나 로동벌이 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산란을 하는 것이다.”면서 산란은 왕벌의 고유 업무이자 유일한 업무라고 했다.
왕벌은 태여날 때부터 다른 벌들과 유전자적으로 다른 종류인가는 질문에 김일룡은 “왕후장상이 씨가 따로 없듯이 벌들의 사회도 그러하다. 왕벌의 비밀은 바로 왕벌젖이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어떤 것은 로동벌로 되고 어떤 것은 왕벌로 되는 까닭은 왕벌젖 때문이다.”면서 애벌레 시절에 왕벌과 로동벌은 3일 동안 동등하게 왕벌젖을 먹지만 3일 후에는 왕벌로 선택된 애벌레의 경우에만 왕벌젖을 계속 먹는다고 했다.
김일룡에 따르면 벌무리는 하나의 고도로 사회화된 조직체라고 했다. 대체적으로 세 종류의 역할이 있는데 왕벌, 수벌, 로동벌로 나뉜다고 했다. 김일룡은 “왕벌은 산란을 하고 수벌은 왕벌과 교배를 한다. 그외 벌집 운영의 일체 업무는 로동벌이 담당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로동벌도 여러가지가 있다고 했다. 태어난 일수(日数)에 따라 3일내는 청소공 역할을 하고 3일 내지 8일내는 가공벌이며 8일 이상은 꿀을 채집하러 나간다고 했다. 김일룡은 “꿀벌들이 꿀을 채집해 돌아오며 꿀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꽃가루, 밀랍도 같이 가져온다. 따라서 청소공 역할을 하는 벌들이 내부에서 분류, 저장을 하고 가공벌이 벌꿀을 빚는다.”고 설명했다.
채집한 꿀의 판로에 관해 김일룡은 “양봉장은 화룡시 동성진에 있고 해마다 6월 중순에 이곳에 피나무꿀을 뜨러 오는데 꿀을 뜨기 전부터 단골들에게서 주문이 들어온다. 들어온 주문을 소화하기에도 벅차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제 천연 피나무꿀을 토대로 한 자체 브랜드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터놓기도 했다.
이날 김일룡이 회전식채밀기에서 피나무꿀을 받아내면서 련거퍼 권하여 한번 맛을 보았는데 청정지역 순수 피나무꽃에서만 채밀된 자연 그대로의 벌꿀 답게 맛과 향이 일품이였고 걸죽한 정도가 보통 벌꿀보다 높아 씹히는 느낌이 있을 정도였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