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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5)
http://hljxinwen.dbw.cn   2009-05-08 16:26:48
 
 
 
 
 

 

(ㄷ)

 구금자와 한방에 든 전수향은 야식장에서 돌아와 침대에 오르자 그 길로 잠이 들어 쌔근쌔근 코소리를 내고있었다. 하지만 옆 침대에 누운 구금자는 온 몸이 불덩이로 달아오르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빨래를 두드리는 방치소리처럼 세차게 고동을 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 안에서는 아직도 대머리의 그 유혹적인 살덩이가 꼬물거리고 있는것만 같아 가슴이 옥죄여들고 숨이 콱콱 막힌다. 남자들의 육체의 매력이란 이처럼 신비로운것이였던가? 그래서 남자와 녀자 두 사람이 한몸이 되는 순간을 천륜지락이라고 했던가?...

 구금자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활 틀어놓고 찬물을 얼굴에 퍼부으며 또 세수를 했다. 오늘 저녁에 이렇게 세수를 몇번이나 하는지 그도 모른다. 머리를 쳐드니 얼굴이 그대로 나오는 거울이 여기에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주있는 거울을 쳐다보기조차 두려워 아예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런데도 거울에서는 네가 구금자가 맞냐? 네가 백일호의 안해냐? 하는 소리가 그냥 귀전을 때리는것만 같다. 그 소리는 어린시절 매일같이 그렇게도 엄하게 교육하던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불덩이마냥 뜨거운 김이 가슴속에서 확확 북받쳐나오며 귀밑까지 타올랐다. 구금자는 이처럼 혼자서도 옹색하고 게면스러워 본적은 난생처음 겪는 체험이였다. 

 그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다. 코를 골던 전수향이 눈을 살며시 뜨고 자기를 보는것 같아 등을 돌렸다.

 문득 백일호가 늘 하던 말이 귀전을 간지럽힌다.

 “우리는 몸은 두 쪽이지만 마음은 하나요. 육체보다 중요한것이 한결같은 마음이 아니겠소.”

 구금자는 혼자서 피씩 웃었다. 밤이 되여 잠자리에 누워서 잠을 자기 전이면 미워나고 괘씸한 생각이 들다가도 낮이 되면 기둥같이 의지되고 자석처럼 마음은 항상 끌려가고 그래서는 그런 남편을 떠나서는 단 하루라도 살수 없는것이 남편 백일호라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래서 항상 죽어서 사는 남편의 그 기둥같은 힘줄을 살려보려고 무등 애를 써온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용하다는 의사들도 여럿이나 찾아보고 좋다는 약도 계속 달고 있는데 왜서 그것이 옛날처럼 머리를 꿋꿋이 쳐들지 못할가? 그렇다. 약보다도 두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그 병을 고칠수 있는것이다. 안해로서의 정성이 부족했고 남편 또한 내심으로 우러나오는 노력이 모자랐던것이다...

 오늘 대머리와 저지른 그 용서못할 일도 도깨비 같은 술에다만 그 죄를 몽땅 덮어씌울 일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 그런 불만의 불씨가 그냥 반짝반짝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술이란 괴물이 불길로 지펴줬던것이고... 그 다음은 남편 백일호 당신의 잘못이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지 않아다면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것이다. 그러니 나도 당신에게 용서못할 죄를 졌지만 당신의 립장에서 보면 그건 나한테 지은 죄값인것이다. 그러니 제발 나만 탓하지 마소서. 이 구금자도 진심으로 속죄할테니 당신도 마음 다해 노력해야 하는겁니다...

 콜콜 잠을 자는 전수향과 등을 돌리고 모로 누운 구금자는 마치도 머리에 벤 하얀 베개가 남편 백일호나 되는것처럼 그 베개깃 한 모서리를 꼭 깨물고 놓지 않는다...

(ㄹ)

 최윤희도 백일호, 구금자와 꼭 같이 이 밤을 눈감고 잠을 청할수가 없었다. 안송옥이는 최윤희와 함께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련이어 이틀밤이나 놀음에 지쳐 구금자와 한방에 든 전수향처럼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지만 최윤희는 비좁은 방안에 있는것조차 가슴이 조여들고 갑갑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얀 적삼우에다 운동복을 하나 더 걸치고 혼자서 3층에서 내려와 호텔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맑고도 시원한 새벽공기가 답답하던 가슴을 확 틔워주는것만 같았다. 한생 남편없이 혼자 살아온 그녀는 밤이 두려운줄 몰랐다. 옛날에는 밖에 있는 닭굴에서 무슨 버스럭 소리만 나도 딸애를 껴안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던 그였지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차츰은 습관이 되여 밤이 무섭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주위의 검고 틱틱한 숲속에서 나무잎들이 바람에 우수수 떨리는 소리가 나고 잠들줄 모르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찌륵찌륵 우는 소리들이 간단없이 들려오지만 밤이 무섭지 않은 최윤희는 오히려 그런 소리들이 곁에서 자기를 동무해 함께 고독을 쫓아내는 반가운 소리들로 느껴졌다.

 그는 천천히 호텔 정원 한복판에 있는 분수못 주위를 돌다가 정자에 올라가 긴 걸상에 조용히 앉았다.

 “피줄이란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는것도 아니고 끊으려고 해서 끊어지는것도 아니지 않소?”

 최윤희의 귀전에선 아까 수영장의 밝은 불빛아래에서 백일호가 하던 말이 그냥그냥 맴돌고 있다. 실로 그 말은 딱 맞는 말이였다. 꼬박 26년간 딸애와 백일호와의 관계를 지우고 끊으려고 그렇게 이를 악물고 모지름을 써왔지만 결국은 눈깜박할 사이에 헛수고로 돌아갔다. 봄을 맞아 겨우내 죽었던 풀들이 파릇파릇 되살아나듯 어쩌면 지우고 끊으려고 애썼던 그 흔적마저도 찾아볼수 없이 그대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는것이 아닌가?

 딸애 일화도 이일을 알고 있다고 백일호가 면바로 정곡을 찌를 때도 최윤희는 말문이 막혀 더 할말이 없었다. 기실은 최윤희도 대학 다니는 딸애가 무언가 눈치채고 있다는 느낌을 언녕부터 받아오고 있었던것이다. 다만 일화가 백일호네 집에 놀러갔을 때 25년전에 동창들이 함께 찍은 졸업사진을 보고 자기네 집에 있는 사진과 꼭 같음을 머리에 떠올렸으리라고 하던 백일호의 그 말만은 모르고 넘겨짚는 소리였다. 최윤희는 일화가 어릴 때 벌써 혹시나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할가바 무릇 대학다닐 때 동창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몽땅 없애버렸던것이다.

 그런데 딸애 일화는 2년전 북방사범대학 교육심리학원 석사연구생으로 된 후부터 어쩐지 자기를 대하는 눈치가 달라 보였다. 한번은 방학이 되여 집으로 온 딸애가 불쑥 이런 말을 꺼낸다.

 “어머니, 우리 학원 원장님도 조선족이래요.”

 “그래?...”

 “이름은 백일호라고 하고 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를 졸업한 분인데 그분이 쓴 ‘긍정과 부정’이란 론문은 전 세계 수많은 대학교들의 심리학 교과서로 되고 있어요.”

 “... ...”

 딸애가 그런 말을 꺼낼 때 최윤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모르는척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 그 원장님도 목단강민족사범학원을 졸업했다고 합디다. 어머닌 혹시 모르세요?”

 “난 모른다. 그런 사람 이름조차도 들어본 기억이 없구나.”

 그때 최윤희는 칼로 베듯 이렇게 잘라 말하고는 딸애가 더 그 말을 못 꺼내게 화제를 다른데로 돌려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일화는 그후부턴 방학이 되여 집으로 와도 자기의 도사선생이며 함께 공부하는 동창들의 일은 보는 듯이 이야기하면서도 유독 백일호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입밖에 번지지 않는 그것이였다. 그래서 한번은 최윤희가 딸애를 떠보느라고 “넌 그 백 뭐이라고 하던 조선족원장을 자주 만나냐?”하고 물었더니 “예, 드문드문 얼굴을 봐요.”라고 단마디로 응대할뿐 백일호에 대해선 더 말을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은근히 떨리는 가슴을 안고 딸애를 주시하고 있던 참인데 오늘 백일호가 그것을 백프로 확신하며 면바로 짚어 내는것이 아니가? 과연 백일호의 말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과녁을 명중하는것만 같았다. 여기 태양도로 오던 날 오후 최윤희는 남몰래 딸애를 만났었는데 일화는 그때도 “동창모임을 며칠 하세요?”이 한마디밖에는 더 묻는것이 없었다. 그보다도 오늘 저녁무렵에도 일화한테서 전화가 왔지만 오후에 백일호를 만났다는 말은 입밖에 꺼내지도 않지 않는가? 그 한가지 일만 봐도 확실히 일화는 많은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숨기는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최윤희는 혼자서도 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백일호의 안해 구금자가 우스웠던것이다. 갑자기 귀가 멀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면서 명곡을 지어내는 베토벤이 련상 되였다. 구금자는 일화를 자기 며느리로 삼겠다지 않는가? 동창생끼리 사돈까지 맺으면 금상천화라나?...

 어느 사이 새날이 희붐히 밝아온다. 남쪽 송화강기슭을 타고 보얀 안개가 몰려오고 있다. 최윤희가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니 새벽 3시반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겉옷을 벗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 해진다.

 딸애 일화의 일은 그럴수도 있다 치고 백일호가 어쩌면 김만융교수가 이 최윤희의 친아버지라는것까지 속속 보아낸단 말인가? 어떻게 그것까지 알아냈을가? 최윤희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믿어지질 않는다. 귀신이 곡할 일이였다. 실로 영국 소설에서 나오는 정탐가 프엘머스처럼 보이는 백일호다.

 백일호의 말은 맞았다. 김만융교수는 최윤희의 아버지였다.

 최윤희가 어머니배속에서 4개월 되던때 아버지 김만융은 우파모자를 쓰고 내몽골로 로동개조를 가게 되였던것이다. 아버지 김만융과 최윤희의 어머니는 모두 치치할 야리싸라는 한 고향에서 자랐는데 김만융은 길림대학을 졸업하고 치치할 사범학원의 교원으로 배치 받았고 어머니는 치치할 중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야리싸소학교 교원으로 되였는데 둘이 결혼한지 3개월만에 남편이 우파라는 무서운 모자를 쓰고 멀리 추방을 가는 날벼락이 떨어졌던것이다. 그렇게 먼 내몽골초원으로 로동개조를 떠나게 될때 남편 김만융은 안해 배속에 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주동적으로 리혼을 제기했던것이다. 그래서 최윤희가 태여나자 이미 리혼을 한 어머니는 딸애의 성을 당신의 성을 따라 최씨로 호적에 올렸던것이다.

 최윤희는 7살까지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그런데 어린 윤희는 다섯 살에 유치원에 붙으면서부터 매일같이 아이들에게 ‘나쁜놈의 딸’, ‘우파분자 딸’이란 놀림과 따돌림을 받게 되였다. 어머니는 생각던 끝에 윤희를 데리고 성분이 빈농인 한 자동차운전수한테 재가를 가게 되였다. 하지만 그랬어도 최윤희의 몸에선 모주석을 반대한 우파분자의 딸이라는 딱지가 벗겨지질 않았다. 김씨 성을 가진 그 계부에게는 윤희보다 두살 우인 딸이 있어 윤희는 언니라고 부르게 되였는데 그 언니도 어쩌다가 동생하고 다툼이 벌어지기만 하면 “너는 나쁜놈의 종자야” 하는 말부터 나왔고 지어는 소학교밖에 다니지 못한 계부도 어머니와 얼굴을 붉히기만 하면 “네년은 우파하고 붙어 살았길래 그렇게 악질이다”하는 욕이 나오군 했다. 그런 가정에서 모녀는 억지로 붙어살다가 윤희가 11살나던 해에 어머니는 그 계부와 리혼을 하고 그때부터 또 모녀가 단 둘이 살게 되였던것이다.

 이렇게 자란 윤희다 보니 그에겐 어려서부터 곁에 동무가 없었고 성격 또한 내향적이고 언제나 독립적으로 마음을 모질게 먹으며 자랐었다. 1977년 최윤희가 금방 고중을 졸업하고 치치할시 명사구 가두에서 꾸리는 인쇄공장의 로동자로 일할 때 몇해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가 페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최윤희는 화장을 한 어머니의 골회함을 눈강물에 뿌리며 저주로운 세상을 땅을 치며 한탄했었다. 그렇게 세상을 저주하고 주위 사람들을 미워해온 윤희다 보니 1년남짓 가두 인쇄공장에서 로동자로 일할 때도 시키는 일은 그럭저럭 했지만 사람들에게 환영은 받지 못했었다.

 대학시절 최윤희가 한반 동창들과 잘 휩쓸리지 않으면서 유독 강현수하고만은 남달리 가깝게 지내게 된 원인도 강현수의 부친이 문화대혁명때 현행 반혁명분자로 옥살이를 했다는 그 불행이 가슴에 와 닿아 너와 나만은 경력이 같은 불행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아버지인 김만융은 내몽골에서 로동개조를 하면서도 수소문으로 리혼한 안해와 딸 윤희의 정황을 잘알고 있었다. 그래서 문화대혁명이 끝나 추천제도가 없어지고 대학입학시험 제도가 회복된 그 이듬해인 1978년 가을, 윤희가 목단강민족사범학원에 입학하였다는 소식을 알았고 그해 겨울 우파모자를 벗고 부교수란 직명을 가지고 사업배치를 받게 된 김만융은 전에 사업했던 치치할사범학원이 아니라 딸애가 공부하는 목단강민족사범학원을 택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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