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재>소설연재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5)
http://hljxinwen.dbw.cn   2009-05-08 16:26:48
 
 
 
 
 

 

 “방금 네가 화장실에 들어간 뒤 나 혼자 여기에 앉아 머리에 떠올렸던 생각을 그대로 터놓으면 전에는 구금자가 백일호한테 시집을 잘 갔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백일호가 구금자한테 장가를 잘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호호 듣던중 반가운 말이네. 수길아, 지금 시간이 열두시반이다. 동창들은 아직도 야식장에서 놀고 있을거야. 그러니 우리 둘은 술을 딱 한잔씩만 더 하고 동창들이 노는 곳으로 가는게 어때?”

 “그뿐이야? 둘이 술에 취한척하고 연극을 꾸미며 가자는 말까지는 왜 안해? 그래, 알았어. 요귀 같은 구금자와 바람둥이 대머리의 꿈같은 이 밤을 위하여 건배!”

 “건배!”

 둘은 쨍 소리나게 술잔을 부딪쳤다.

 

잠들수 없는 밤

(ㄱ)

 어제 저녁엔 상봉의 첫 연회가 펼쳐졌던 귀빈식당 그 자리에서 밤새 춤판이 벌어져 뚝배기가 양말밑바닥이 다 거덜이 날 지경으로 놀았다면 오늘은 하늘의 별무리와 설레이는 숲이 관중이 된 이 로천 야식장에서 밤이 깊도록 다 같이 부르는 합창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시작되였는지 누가 노래를 하나 생각해내고 그 노래의 첫 머리를 떼면 이구동성으로 목이 터지게 그 노래를 함께 열창했다.

 “학창에서 공부하고 농촌에 돌아와...”

 누가 이렇게 선창을 하면 그 다음은

 “부지런히 일하여 첫수확을 거두었네...”

 하고 다 같이 1절에 이어 2절까지 불렀고 또 누가 먼저

 “내가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하고 부르면 이번엔 흘러간 옛노래 ‘고향의 봄’이 합창으로 터져 나왔다. 뚝배기를 비롯해서 열성이 높은 남성들 몇은 삽을 메고 논판으로 나가는 농부들처럼 바지가랭이를 아무렇게나 걷어올리고 노래 가락에 맞춰 양고기구이 꼬챙이로 맥주병이며 음식접시를 두드리며 성수나서 장단을 치느라고 땀벌창이 되고 있다.

 누가 특별히 규정을 만든 사람도 없는데 한번 불렀던 노래는 더는 나오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통해 줄창 새 노래만 나왔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

 ‘꽃파는 처녀’

 ‘남강마을 처녀들’

 ‘반갑습니다’

 조선의 노래를 다 훑었다 싶으면 그다음엔

 ‘나그네 설음’

 ‘바다가 륙지라면’

 ‘섬마을 선생님’

 ‘싫다 싫어’

 ‘있을 때 잘해’

 흘러간 옛노래에 이어 한국노래가 륙속 나오고 한국 노래가 더 생각나는것이 없으면 그 다음엔 연변노래에 한어로 된 중국노래들이 한데 섞여 나왔다. 그중에서도 어린시절 그렇게 많이 듣고 또 많이 불러왔던 문화대혁명때의 정들었던 노래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저마다 옛추억을 더듬으며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목청 다해 불렀다.

 ‘경애하는 모주석’

 ‘북경의 금산에서’

 ‘홍군은 원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대해 항행은 키잡이의 힘’...

 어린시절 귀에 익고 가슴에 절어 부를수록 정답고 부를수록 눈물이 나는 노래였다.

 누구라 할것없이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추억이란 맑고 깊은 호수밑바닥에 가라앉은 나무잎처럼 그 어떤 충격이나 설레임만 있어도 한꺼번에 몰려서 떠오르기 마련이다. 대학을 졸업해서 25년만에 밤하늘의 별을 머리우에 이고 설레이는 숲과 동무하며 다정하게 모여 앉은 동창들은 지금 깊어지는 회포와 파랗게 살아나는 추억들을 술이라는 흥분제에 담고 노래라는 정감의 즙에 담아 거짓없이 마시고 열심히 부른다.

 흥겨운 노래판에 할빈 시내 ‘몽야술집’으로 갔던 성만이와 비아바이도 어느 사이 돌아와 끼여들었고 백일호와 최윤희도, 구금자와 대머리도 모두 쌍쌍이 돌아와 유세했다.

 “별들이 조으는 깊은 밤에도...”

 강현수가 또 하나 노래를 생각해내고 첫머리를 멋지게 뗀다. 그러자 또 일시에 합창으로 번져진다.

 꺼질줄 모르는 밝은 그 불빛

 선생님 들창가 지날때마다

 선생님 그 영상 비꼈습니다

 아~아~

 우리선생님, 존경하는 선생님

 선생님 그 영상 비꼈습니다...

 “참, 이럴 때 보면 중국의 조선족으로 산다는게 가슴이 뿌듯하다. 한국노래, 조선노래, 중국노래, 연변노래 한 자리에 앉아 세나라 네가지 노래를 한입으로 부를수 있는 사람들은 유독 우리 조선족들뿐이 아니겠어?!”

 “그럼, 노래만 불러도 벌써 한국에도 없고 조선에도 없고 중국의 기타 민족에게도 있을수 없는 독특한 중국의 조선족문화권이란것이 그대로 알려지는거야.”

 뒤늦게 유세한 비아바이와 대머리가 수군거리며 머리를 끄덕인다.

 ... ...

 그렇게 놀던 동창들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호텔로 돌아와 뿔뿔이 자기 방으로 흩어졌다.

(ㄴ)

 백일호는 방으로 들어서자 간단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도무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반백이 된 인생 길에서 짧디 짧은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절반 로정을 차지한것만 같이 길게 느껴졌다. 꿈만 같이 난생처음 그처럼 끔찍하고 그처럼 신기한 일을 몸소 실감하고 또 몸바쳐 처리해오느라 분주하기 그지없었던 하루였다.

 어느 소설책에선가 ‘계집하고 옛날 일은 들추면 탈이 난다’고 하던 말이 떠올라 백일호는 혼자 피씩 웃고 있다. 실로 그러했다. 총각시절이던 26년전, 녀동창생 최윤희와 본의 아니게 한번 저지른 실수가 갑자기 오늘에 와서 이처럼 집채같은 파도가 되여 혼신에 덮쳐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였다.

 백일호의 눈앞엔 옛날 자기와 살을 한번 섞인적 있었던 최윤희, 그래서 최윤희와 자기가 만든 피줄 박일화, 또 그 일을 밝히려다가 곁따라 묻어 나오게 된 최윤희의 아버지 김만융교수의 얼굴이 엇바뀌며 떠올랐다. 

 뜻밖에도 대학다닐 때 학식이 연박하고 정직한 분이여서 학생들의 존경을 받았던 김만융교수가 최윤희의 친아버지라니? 백일호는 세상이 좁아도 너무 비좁다고 혼자서 도리머리를 설레설레 저어본다. 백일호는 지금 그것이 자기와 박일화처럼 틀림없는 사실일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것은 저녁에 김만융교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 머리를 차고 일어서는 판단이였다. 최윤희의 내향적인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아무리 임신을 했을 때 도와준 은인이라 할지라도 그쯤의 은인에게 자기의 모든 비밀을 송두리채 털어낼 그런 녀성은 절대 아니였다. 그런데 김만융교수는 최윤희가 애를 설때 배에다 천을 감았던 일, 그렇게 나온 애가 4근도 안되였다는 일, 그래서 자진해 벽촌 소학교로 배치 받은 일, 지어는 최윤희가 사촌 형부에게 릉욕을 당할번 했던 그런 한심한 비밀까지도 손금보듯 환히 알고 계시지 않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김만융교수는 최윤희의 겨드랑이에서 노린내가 나는 그 수치스러운 비밀마저도 알고 있어 후에는 사모님을 시켜 그 병까지도 고쳐주었다. 그리고 남몰래 딸애를 낳자 그 애의 이름까지도 박일화라고 지어준다. 이것은 보통 사제관계, 은사관계를 훨씬 초월한 어떤 특수한 이성관계, 혹은 혈연관계가 아니고서는 상상할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혹으로부터 자세히 관찰해보니 최윤희는 얼굴둘레와 날이 선 코가 김만융교수를 닮은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다. 김만융교수는 우파가 되는 바람에 첫 부인과 리혼을 했다고 했으니 최윤희는 1959년 생, 그러니 김만융교수가 우파모자를 쓰고 내몽골로 로동개조를 가기전에 그 부인과 결혼하여 생긴 애가 바로 최윤희일것이였다. 김만융교수는 보통 키이지만 최윤희가 키가 큰것은 모친을 닮았을 확률이 높은것이다. 또 김만융교수도 주대 있고 고집이 세고 성격 또한 내향적인데 옛날에 한 제자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하여 퇴직하고 림구현이라고 하는 그 제자의 곁에 가서 만년을 보낼 그런 위인이 절대 아니였다. 다시 돌이켜 보면 확실히 어제 최윤희가 김만융교수와 함께 기차를 타고 할빈에 도착해서부터 김만융교수를 대하는 눈치도 남달랐음을 느낄수 있었다. 특히 술상이 벌어질 때마다 동창들이 김만융교수에게 술을 권하려고 하면 교수님은 년세가 많고 몸이 불편해 많이 권하면 안된다며 최윤희가 번번이 막아 나섰고 그때마다 로인과 오고가는 눈길도 보통 사제사이와는 달리 그렇게 허물없고 피처럼 진한 무엇이 느껴지는 눈길이 틀림없었다. 단 최윤희는 대학에 와서야 김만융교수가 자기 부친이란걸 알았었는지 아니면 일찍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백일호로서는 알바가 없는 일이였다.

 이렇게 추리해보면 최윤희의 성격의 변화도 백일호는 리해가 갔다. 대학다닐 때 최윤희는 말수 적고 내향적인데다 주위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고 동창들과 잘 휩쓸리지 않았다. 그러던 최윤희가 지금은 사리가 밝고 정이 넘쳐 사생들의 존경을 받는 우수한 교장으로 탈변했는데 그것 역시 20년간 우파모자를 썼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것이다. 그런 우파가정의 자녀였으니 어릴 땐 자연히 주위사람들의 눈총을 많이 받으며 자랐을것이고 또 그런 아버지가 무섭던 우파모자를 벗고 당당하게 대학교수로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였으니 최윤희의 의식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차츰 많이 변하게 되였을것이다. 그런데다 지금까지 홀로 살아온 로처녀가 아니라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남들의 눈을 피해가며 숨겨서 혼자 키워왔으니 짙은 모성애를 한 가슴에 그득 품은 어머니로 성숙되였을것이다.

 심리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주변사람들의 내심세계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추리하는데 습관이 되여 온 백일호는 이제는 자기와 더 가까이 다가오는 최윤희란 한 녀성의 어린시절부터 오늘까지의 내심세계의 형성과 성장, 그리고 변화과정을 나름대로 그려보고 있었다.

 백일호는 다시 박일화로부터 박화로 자기앞에 문득 나타난 이 딸애한테로 사유가 돌아간다. 그러자 눈앞에는 동시에 안해 구금자의 반듯한 얼굴도 나타났다. 안해 구금자는 남편이 저지른 이처럼 끔찍한 일을 지금까지도 감감 모르고 박화를 며느리로 삼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러니 이 일은 남편답고 사내답게 하루 빨리 구금자에게 털어놓아야 하는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백일호는 안해 구금자에게 미안한 일을 너무 많이 안겨주며 살아왔다. 구금자가 어느 밤에 어떤 미친 색마한테 수모를 당한 후에도 그랬다. 입으로는 아무 일 없다고 하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엔 께름직한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던것만은 사실이였다. 그것이 어느 날엔가는 갑자기 옛날 최윤희 몸에서 풍겨오던 그 역한 노린내로 변했다. 물론 그것은 실물이 아니라 환상이였다. 그리고 최윤희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라것도 알고 있었다. 최윤희와는 아무런 사랑의 기초도 없는 상황이였기에 그런 냄새가 페부로부터 역겨워났지만 안해 구금자의 몸에서 나는 그 냄새는 정이 들어 밉지 않은 사랑의 투정 같은것이였다. 그래서 시간이란 약을 먹으면서 자신을 뉘우치며 반성도 하고 또 그래서 노력도 해왔지만 아직도 마음의 부족으로 육체는 고개를 쳐들기 힘들어하며 죄지은 놈처럼 구금자 앞에선 그냥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것이다...

 헝클어진 실패처럼 복잡하게 엉킨 사유덩어리를 하나 하나 질서있게 정리하느라고 백일호의 대뇌의 신경세포들은 지금 쉴새없이 만부하로 일을 하고 있었다...

 
'별자리' 모델쇼 산시 타이위...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 쇼, 중...
‘2014 미스투어리즘 퀸 인터...
2015봄여름계열 국제패션주간...
‘2014 미스 중화 세계선발대...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4)   09-04-28 13:14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3)   09-04-11 19:11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2)   09-04-01 14:42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1)   09-03-20 13:59
·미국 달구는 '시크릿 산타', 한화 1...
·들깨 가루의 위험성!
·조선족 안무가 손룡규의 무용작품
·미국인들은 천재인가,,,,,바보인가,...
·콘돔, 언제 많이 팔렸나 봤더니?
 
Can not find mark:chnavor_blog
 
·앞서가는 성교육 교재, 왜 탈 많나
·한국 영화 '황해'에 비친 재한...
·"아이패드 없으면 강의 듣지마"...
Can not find mark:chnavor_layer_qrsc
·
·시진핑 주석 방한 특집
·2014년 전국 인대 정협 회의
·당의 군중노선교육실천 활동
·제24회 중국 하얼빈국제경제무역상...
·중국 꿈
·칭하이 위수현 7.1규모 강진
·조선전장에서의 팽덕회 장군
·실제 촬영-개를 삼킨 바다 괴물
·KBS열린음악회 성황리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