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점점 담담해진다. 흰 눈꽃이 창에 맺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연변을 떠난 지 몇시간 만에 우리의 발길은 압록강을 마주한 도시, 단동에 닿았다. 1월의 칼바람은 살을 에는 듯했지만 가슴속에는 새해 첫 교류의 설렘이 따스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의 이번 걸음은 단지 방문만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손을 잡기 위한 려정이였다.
지난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한걸 회장과 박권률 운영위원은 각각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방문단을 인솔하여 단동, 청도에서 일련의 고찰 및 교류활동을 펼쳤다.
기억의 틈새로 스미는 오늘의 빛
24일 오전, 단동시조선족련합회의 안내로 찾은 항미원조기념관이다. 겨울 해살이 조용히 스미는 관내를 걸을 때마다 발걸음이 저절로 무거워졌다.
유리장 속에 전시한 노란빛 사진, 한 땀 한 땀 기워 넣은 군복, 중국인민지원군 유품 하나하나가 목소리 없이 력사를 속삭였다.
그 침묵 앞에 서니 지금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평화로운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추모비 앞에 고개 숙인 우리의 묵념은 선렬들의 희생에 대한 경의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의 다짐이였다.
이어진 '료녕성유농산물유한회사' 기업견학에서는 또 다른 현장이 펼쳐졌다.
깨끗한 작업장에서 정성스레 손질되는 더덕과 깨잎에서, 이 땅에 뿌리내린 단동 조선족기업인들의 근면과 지혜를 읽을 수 있었다.
년간 가공량이 5천톤에 달하는 산업화된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이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지휘봉이 건네지는 순간, 뜨거운 함성이 홀을 적시다
오후, 단동시조선족련의회 회장 리취임식 및 신년회가 열린 홀은 장엄하면서도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했다.
7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끌어 온 심청송 회장의 퇴임사에는 무게감이 담겨있었다. 그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그가 쌓아 올린 단체 '일심단결'의 정신은 홀 안팎에 고스란히 배어있었다.
새로운 지휘봉을 받아든 전순희 신임 회장의 얼굴에는 책임감과 결의가 빛났다. 그 순간,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함성과 응원이 하나 되어 공명했다. 단동 조선족 사회의 뜨거운 단합을 지켜보니,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한 동행자가 속삭였다. "저 우렁찬 함성 속에, 이곳의 무한한 가능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 가족이 된 듯한 온기를 느꼈다. "심회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합니다"라는 축복이 교차했다. 단동 동포들의 성의 어린 환대는 차가운 겨울날의 가장 따뜻한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청도에서 맺은 또 하나의 결실
이 려정의 또 다른 축은 청도에서 그려졌다. 박권률 운영위원이 이끈 협회 일행은 청도시연길상회와의 만남에서 실질적인 결실을 맺었다.
량측이 업무협력각서(MOU)에 서명하는 순간, 종이에 적힌 글자보다 더 무거운 것은 상호 발전에 대한 믿음이였다.
인적 교류, 정보 공유, 비즈니스의 가교—이 모든 것이 이늘 한 장의 약속에서 싹틀 무성한 나무의 씨앗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연변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을 스치는 눈덮힌 북방의 겨울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속에서 우리의 마음속 지도에는 새로 그려진 좌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단동의 력사와 열정, 청도의 약속과 비전이 남긴 깊은 여운이였다.
새해 첫날을 함께한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와 국내 형제 협회들과의 인연은 교류의 기록을 넘어 함께 걸어갈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려정이 트놓은 물꼬가 한 해를 가득 채울 협력과 공동 발전의 큰 강물로 흘러넘치리라 믿는다. 이번 려정은 끝이 아닌 더 큰 시작을 알리는 새해의 서막이다.
출처:흑룡강신문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