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청명절에 즈음하여 여러 단위, 학교, 사회구역 등 단체 뿐만 아니라 혁명렬사 후손들도 또 한번 연변혁명렬사릉원을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선렬들을 추모하고 기렸다."
3일, 연길시 공원거리 연집로 8호에 위치한 연변혁명렬사릉원에는 따뜻한 해살이 내려앉았다. 19.28메터 높이의 혁명렬사기념비에 새겨진 ‘혁명렬사 영생하리’라는 여덟 글자가 해살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으며 21개 화강암으로 세워진 영렬벽에는 1만 6800여명의 혁명렬사 영명이 새겨져있어 뜨거운 피와 생명으로 불멸의 력사를 써내려간 영웅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었다.
김봉래 렬사 유가족이 영렬벽 앞에서 술을 부어 올리고 있다.
청명절에 즈음해 여러 단위나 학교, 사회구역에서 조직한 단체 추모행사 뿐만 아니라 많은 렬사의 후손들도 이곳을 찾아 선렬들을 추모하고 기념하면서 추모객들의 발길은 온종일 끊기지 않았다.
“할아버지, 외손자 외손녀가 문안 드리러 왔습니다.”
이날 오전, 머리가 희끗한 로인 세명이 영렬벽 한켠에 서서 국화꽃 세송이를 벽에 기대여놓고 술을 부어 올린 후 묵념하면서 추모식을 치뤘다. 다가가서 얘기를 나눠보니 외할아버지인 김봉래 렬사와 그의 동생들인 김봉춘, 김봉만 렬사를 기리기 위해 찾아온 김영자(68세) 내외와 그녀의 사촌오빠 일행이였다.
“저희 외할아버지인 김봉래 렬사는 형제자매중 셋째였습니다. 외할아버지의 넷째 동생 김봉춘 렬사와 다섯째 동생 김봉만 렬사는 쌍둥이였다고 합니다. 형님을 따라 혁명활동을 하시다가 형제 셋이 왜놈들에게 살해되였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꺼내는 김영자 로인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김영자에 따르면 김봉래 렬사는 당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24년부터 교직에 종사했으며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지하당활동을 했다. “외할아버지는 1929년부터 본격적으로 혁명에 참가하고 1930년에는 당조직에 가입하여 후에 당지부 서기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33년 11월 개산툰에서 17명 지하당원이 변절자의 밀고로 한꺼번에 희생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외할아버지도 그중에 포함되였습니다. 왜놈들은 남양령경찰분서에서 이들을 나포해 개산툰 제동 골안까지 끌고 가 총칼로 혁명대원들을 협박해 초가집에 가두고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당시 외할아버지 나이는 고작 26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넷째 할아버지와 다섯째 할아버지는 형님의 뒤를 이어 혁명활동을 하다가 희생되였습니다.” 수십년 세월이 흘렀지만 가족들의 기억을 통해 처절했던 선렬들의 투쟁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김억풍 렬사의 제를 지내고 내려오는 그의 손자 김성근(68세) 로인도 만났다. 그의 조부 역시 1933년 개산툰에서 돌아갔다고 한다. “이곳에 할아버지를 모신 후 해마다 찾아온 지도 15년이 됩니다. 할아버지는 항일전쟁시기에 희생되였는데 당시 28세였습니다. 아버지 형제는 모두 돌아가셨고 이제 남아있는 렬사가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렬사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그들의 불굴의 투쟁정신을 이어가려 다짐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유가족으로서 큰 위안을 받습니다.”고 밝혔다.
채창훈 렬사의 손녀인 채순희(75세) 로인도 영렬벽 앞에 5병의 술을 놓고 할아버지와 친오빠를 비롯한 집안의 다섯명 혁명렬사를 추모했다. “십여년째 청명절이나 추석 등 기념일마다 이곳을 찾습니다. 렬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근본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며 렬사 후손으로서 주위 사람들을 많이 돕고 봉사활동에 적극 참가하면서 선렬들의 고귀한 혁명정신을 본받으려 노력합니다.”고 얘기했다.
연변혁명렬사릉원 윤란희 주임에 의하면 연변혁명렬사릉원은 올해 청명절과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 승리 80돐에 즈음해 ‘계승·2025년·청명절 영렬들을 기리다’를 주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활동을 펼쳤다.
“3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렬사들을 추모하는 온라인 전문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현재까지 약 3000여명 군중이 참여했습니다. 추모활동은 현재 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일평균 약 20여개 단체를 접대하고 대리 성묘봉사(代为祭扫)를 한 렬사묘비는 608좌이며 외지에 거주해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8명의 렬사 가족을 위해서 영상방식으로 성묘를 했습니다. 우리는 렬사 유가족들을 위한 온라인 성묘나 렬사 친인척 찾기 등 봉사들을 꾸준히 전개하며 붉은넥타이해설원활동, 력사교실, 주제당일활동 등 다양한 선전 교양 활동을 활발히 조직하는데 모든 노력은 영웅들의 숭고한 혁명정신이 잊혀지지 않고 한 세대 또 한 세대 잘 이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고 밝혔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