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ㆍ중국ㆍ우크라이나ㆍ가자 등 새 질서 구축 가능성
트럼프가 돌아왔다. 1기보다 더 강한 권력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수사와 기소 등 각종 어려움을 겪고도 이번 대선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필자: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트럼프 2기의 국제 정세는 어떻게 될까? 많은 국가들이 트럼프의 귀환을 기대와 불안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와 강하게 밀착했던 국가들 일수록 초조한 입장이다.
트럼프 시대의 대외정책은 우크라이나ㆍ가자ㆍ반도ㆍ중국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조기 종결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에 동조해온 서방 국가들에게는 안타깝겠지만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이념 보다 계산이 앞설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이다. 미국의 돈으로 외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장기화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을 위시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현재 방식,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과 무기의 전폭적 지원으로는 전쟁을 끝낼 수 없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손해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의 해법은 바이든 정부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 계획과 관련, J.D.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시사점을 준 바 있다. 밴스는 지난 9월 션라이언쇼에 출연해 "트럼프는 당선되면 '평화적 해결'을 바라보며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유럽 관계자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고, 러시아가 재침략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비무장 지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젤렌스키로서는 최악의 상황 전개일 것이다. 젤렌스키는 패싱당할 상황에 놓였다.
가자지구의 문제는 이스라엘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조기 종전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내가 당선되면 래년 1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1기 기간 그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했던 만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일변도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도 예상된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시점에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 브로커와의 국회의원 공천 관련 통화 록음이 공개되면서 지지률은 곤두박질 치고, 마침내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하면서 조 바이든의 대북 압박정책에 적극 동조해왔다. 중국ㆍ조선ㆍ러시아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한미일 전략 연대에 올인했다. 그러나 이제 판이 바뀌었다.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조선과의 '하노이 노딜'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거의 합의에 이른 북미협상이 '배신자' 존 볼튼에 의해 깨졌다는 것이 트럼프의 인식이다. 트럼프는 조선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포함한 북미 관계의 새로운 질서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 외교는 패싱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연 100억달러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방위비 협상에서의 갈등도 우려된다.
트럼프 신시대의 대중(對中) 정책도 바이든 시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중국의 핵심 리익인 대만 정책에서 제한주의자라고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매파 공화당원들은 대만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무력을 스스로 갖추고 미국이 이를 지원하기를 원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리적 전쟁보다는 대중 관세 등 무역전쟁에 더 집중한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안보 갈등 보다는 경제적 리익 추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트럼프의 귀환은 미국 대외정책의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념 보다는 경제적 실리가 우선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미(對美) 라인은 조 바이든에 집중되어 있다. 트럼프 2기의 대외정책에서 한국이 패싱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우기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내 정치적으로 위기 국면인데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 국정 동력이 약화된 것도 대미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