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멋 그대로, 힐링의 공간
문을 떼고 들어서는 순간, 북적이는 도심의 소음은 차단되고 세월이 비껴간 듯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손님을 반긴다.
마치 민속원을 그대로 실내에 옮겨온 듯, 전통요소로 꽉 채워진 이 공간은 걸음마다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오른편으로 백세헌, 명월정, 정관각 편액이 걸려져있는, 전통가옥을 방불케 하는 방이 나란히 있고 문에는 잠자리날개처럼 투명한 문발을 드리워 은밀함을 연출한다. 벽에 걸린 민속화, 곳곳에 놓여진 전통공예품들은 옛 멋이 그대로 살아숨쉬고 생활의 정취가 짙게 담겨있다. 한가운데 큰 공간은 ‘뜨락’이라 하겠다. 왼편에는 ‘십장생’이 그려져있는 병풍과 ‘천자문’이 새겨진 조명기둥이 있고 사이사이에 탁자를 놓았으며 담장, 장독, 갈대와 감나무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생동함과 랑만을 더한다. 전통가옥으로 꾸며놓은 단칸방의 좌식 탁자에 앉아있으면 사극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분위기에 취해 차잔을 들어올리는 손놀림이 저도 모르게 조신해진다. 그러면 시간은 유독 더디게 흐르는 것 같다.
진경시대는 수정과차, 오미자차, 대추차 등 전통기법으로 우린 약선차에 곶감단지나 떡과 같은 전통궁중간식을 곁들여 내오는데 곁에는 앙증맞은 화병에 수수한 잔꽃 한가지를 꽂아 운치를 더한다.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궁중음식을 기반으로 정성스럽게 담아낸 다양한 정식메뉴도 준비되여있는데 잔치국수, 소고기떡국, 팥죽, 돼지고기감자국수, 된장국, 삼계탕 등 10여가지나 있어 웬만한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옛날 선비들이 먹던 안주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전통안주와 술도 있고 요즘 젊은이들이 기본 1일1잔이라는 커피 메뉴도 구전하다.
◆확장성을 지닌 민속체험의 장
진경시대 내부는 곳곳이 포토존이다. 요즘 연길에 다녀가는 관광객들의 필수리스트중 하나인, 조선족민속복식을 입고 사진찍기도 마련되여있어서 려행일정이 빠듯한 관광객들에게는 일석이조이다.가끔씩 여기에서 전통악기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면 취흥이 오른 손님들이 가볍게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우리 민족의 흥을 감상할 수 있는 장면이 되겠다.
진경시대의 직원들의 민속문화사랑은 남다르다. 민속음식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민속문화에 대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다. 그들과 교류하며 잠시 앉아 은은한 민속음악을 배경으로 전통문화와 력사의 분위기를 느끼다 보면 삶의 자질구레한 번뇌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몸과 마음을 위로받게 된다.
진경시대 내부의 곳곳에 옹기종기 놓여있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민속공예품들, 크게는 오동나무 궤짝이나, 화장대, 한지조명과 같은 가구로부터 작게는 은장도, 노리개, 주걱, 손거울에 이르기까지, 명품처럼 만듦새가 단단하고 정교해서 저도 모르게 손으로 쓸어보게 된다. 고전미가 짙고 민속의 력사와 문화가 농축되여있는 이런 가구나 소품들은 전부 진경시대가 제작한 것으로 손님들은 현장에서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거나 주문 제작할 수 있다.
진경시대는 단순히 음식점이나 차집, 주막으로 정의 내리기는 바쁘다. 볼거리, 먹을거리, 쇼핑거리에 카페의 기능을 접목한 이곳은 파고들수록 넓은 확장성을 지닌 복합적 민속체험의 장으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정통 민속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진경시대 대표 김호남은 어릴 적부터 력사문화서적을 즐겨 읽고 중화문화를 깊이 연구해왔다.
“지난 세기 20년대에 할머니 김경인은 손바느질로 품앗이를 했고 그 손재간을 살려 민족옷을 지었습니다. 어머니 최보월도 그 뒤를 이어 마선으로 옷을 지었고, 그렇게 개혁개방 초기 ‘련꽃조선옷’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습니다.”
영어를 전공했던 김호남 역시 종당에는 대례민속상품상가를 오픈하고 조선족 민족복장과 공예품의 생산경영에 뛰여들었고 이 외길에서 30년을 견지해왔다.
“복장 한가지로 민속문화를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문화에는 음악, 음식, 주거공간, 가구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김호남은 부단히 민속문화를 연구하는 한편 사업규모를 계속 확장했다. 2023년에 연변진경시대민속문화발전집단유한회사를 설립해 민족복장 원자재 공급과 민속품 연구, 제작판매에 종사해왔고 그러다가 지금의 진경시대— 문화체험공간을 개업하기에 이르렀다.
몇년 사이 민족복장체험과 촬영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독특한 민속문화를 가진 연변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상인들은 고객의 소비욕을 자극하기 위해 전통문화에 대해 제멋대로 해석하거나 첨삭하는데요, 전통적인 민속문화와는 동떨어진 어정쩡한 것을 내놓아 우리의 눈살을 찌프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그는 다년간의 학습과 연구를 총화해 정통적인 민속문화를 선보이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가 진경시대를 시작한 취지이다.
◆민속문화는 우리 모두의 공동유산
김호남은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모여앉아 중화문명의 기원, 조선족 민속문화와 유교 등 전통적, 과학적인 차원에서 전통문화를 학습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는 향후 력사와 전통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학당을 세울 타산도 터놓았다.
력사문화를 전파하는 동시에 김호남은 민속문화장인을 청하여 민속복식, 전통공예품을 함께 설계, 생산했다. 전통복장체험을 할 수 있게 진경시대 사진작업실도 열었다.
김호남은 민속문화를 고양하는 길에서 모든 전통이 반드시 출처가 있어야 하며 발원지와 맥락이 명명백백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문화는 중화민족의 공동의 문화유산이기에 회사에서 생산 제작한 모든 제품들은 회사 브랜드를 밝히지 않고 특허를 신청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모두가 와서 전통공예의 기술을 배우고 대대로 전승하기를 희망한다.
김호남은 “조선족의 노래와 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조선족의 생활문화에 대해 연구가 깊은 사람이 적습니다. 우리 민족은 장유유서, 주객유별 등 례의범절을 중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모든 언어, 행동에서 구현되고 생활 속에 완전히 녹아있습니다. ‘진경시대’라는 종합적인 문화공간을 리용하여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확고히 수립하고 민족단결 이야기를 선전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골목프로젝트로 전통문화를 곳곳에
중화문화, 민속문화 고양은 물론 청년창업에도 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김호남은 “부자란 소유한 재산으로 가늠할 것이 아니라 그 재산을 바탕으로 한, 사회에 대한 기여도로 가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창업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호남은 향후 연길시 골목골목에 민박집을 앉혀 거리마다 민속촌이 되게 할 야심찬 계획도 숨기지 않았다.
“연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아름답게 피여날 뒤골목도 많지요. 건물은 세멘트지만 그 안에 깃들어있는 메시지라든가 인테리어는 얼마든지 고전풍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민속+카페+’의 형식으로 주제는 창업자가 정하고 진경시대는 그것을 지원한다. 다양한 문화자원을 갖고 있는 진경시대는 전통문화로 발전하려는 모든 이들의 뒤바라지를 해 실질적으로 취업률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높이며 더불어 발전하는 미래로 나아가도록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