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37세)의 전공은 원래 촬영이 아니였다. 일찍 법률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취미 삼아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가 결국 사진사로 되였다.
6월 27일, 연길시 동남쪽 외곽인 리화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 ‘인스튜디오’를 찾았다. 야트막한 언덕 우에 자리잡은 하얀 전원주택은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고 있었다. 200여평방메터 되는 마당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인스튜디오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보더콜리 ‘곰이’가 격하게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다.
“분주히 달리는 차들이 아닌, 조용히 거니는 소들을 볼 수 있는 작업실 창 밖 풍경이 너무 좋아요.”
김원일 부부는 한국에서 만났고 결혼을 결심한 2012년 2월에 중국 상해로 들어왔다. 거기서 약 1년간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생각을 고쳐 연길에 발을 붙이게 됐다.
“좀 더 느리고 여유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다 여기 계시고.”
중요한 건 상해에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사진작품의 기준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 고유의 정서를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연길이란 지역이 사진촬영 작업을 펼치기엔 더 적합하지 않을가 생각했고 미구에 생각을 정리하고 연길로 들어온게 딱 3년 전 이맘 때쯤이다.
김원일은 글을 끄적이기 좋아한다. 그의 모멘트와 계정은 위트로 넘친다. 그것은 사진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단순히 어느 한 순간의 빛의 집합체를 잡아둔다기보다는 모델이 갖고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잡아내 박제한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몇시간 동안의 소통을 통해야만 드러나는 것이다.
처음엔 메뉴, 제품, 반려동물, 음식 등 이것저것 찍으며 컨셉을 잡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물사진 요청이 들어왔고 촬영 내내 소통을 이어간 결과 그들 부부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인물사진은 나도 만족하고 모델도 만족하는 데서 오는 특별한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사람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어내는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김원일은 가족사진이나 웨딩촬영 등 인물사진을 주로 찍는다. 촬영과정에 김원일은 끊임없이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객들은 그 과정에 평소 외면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꽁꽁 숨겨왔던 치부를 드러내보이기도 하며 펑펑 울기도 한다. 그런 희로애락의 정서를 김원일은 포착한다.
“평소엔 부부 사이에도 표현에 린색할 만큼 쑥스럽고 어색한 관계가 많더라구요. 이곳 특유의 체면문화라고나 할가요. 그런데 프레임 속에 들어가면 또 달라져요. 자신도 미처 몰랐던 그런 모습을 끄집어내서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사진사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인스튜디오의 사진은 오래 걸린다. 하나, 둘, 셋! 하는 순간 얼굴에 띄운‘촬영용 미소’를 찍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리해하고 그와 교감하면서 촬영의 과정을 함께 체험하게 한다.
사진을 잘 찍으면 상대적으로 후기보정이 쉬워진다. 이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며 후기보정은 사진이 담고 있는 정서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거들 뿐이다.
기존의 사진관과 차별화된 후기보정 방식에 불만을 표하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있는 걸 없애거나 없는 걸 만들어넣으며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에 맞추는 것은 인스튜디오의 스타일이 아니다. 그것은 본연의 ‘나’를 상실한 사진이다.
“예쁜 사진이란 예뻐보이는 사진이 아니라, 가장 ‘나 답게’ 된 사진이 아닐가요.”
주름도 그대로, 이 몸도 그대로인 사진을 좋아해주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자신이 고집하는 걸 알아준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한다.
김원일 자칭 ‘노을맛집’인 인스튜디오에서는 서산에 지는 붉은 노을을 가감없이 구경할 수 있다. 그 아름다운 노을의 모양새는 언제 한번 똑같을 때가 없다. 노을도 이러할 진대 존귀한 인간의 아름다움은 더욱 천태만상이 아닐가.
“진심이 담긴 말이 무겁듯이, 정서와 감정이 담긴 사진은 비록 종이 한장일지라도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