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전의 나는 없다." 양동근이 가정을 꾸리고 난 후 확 달라진 연기관을 밝혔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에 출연한 양동근은 9월 25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결혼 후 달라진 배우 인생을 전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않는 언브레이커블을 죽이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 스릴러이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로 독보적인 장르와 스타일을 개척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코미디의 귀재 장항준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신정원 감독이 SF와 스릴러 등 생소한 장르적 변화를 꾀해 하이브리드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극중 코믹을 담당하는 독특한 캐릭터 '닥터 장'으로 분한 양동근은 "장르부터도 그렇지만, 제 역량으로는 할 수 없는 캐릭터라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늘상 해왔던 역할이라면 '만족했다' '아니다' 말씀 드릴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신정원 감독님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감독님만의 코드가 있는데 저는 사실 이해할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작품에 임할 때부터 어떤 영화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양동근은 "때문에 무조건 감독님의 디렉션에 따랐다. 제가 맡은 부분이나 대사가 재밌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감독님의 디렉션이 먹혔구나'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양동근은 'B급 코믹물'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웃음을 전달한다. 큰 사랑을 받았던 시트콤 '뉴 논스톱'에서 인기를 끌었던 '구리구리'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폭탄 머리' 헤어스타일도 그때와 비슷하다.
"당시엔 실제로 제가 그런 성격인 줄 아시더라. 연예인은 보여지는게 다니까"라고 말한 양동근은 "사실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가감없이 뭔가를 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는 '진지충'이다. 사람들과 말도 잘 안 섞는다. '너 재밌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다가 실망하시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바뀌었다. 양동근은 "어느 시점에서부턴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저와 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더라. 과거엔 '다가오기 어렵다' '화가 난 거 같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피식 피식 웃었다"며 "살다보니 인생 팍팍하더라. 때문에 즐거움을 주는 것에 대해 가치를 두게 됐다. 직업적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결혼하고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후로 연기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다는 그다. 양동근은 "예전에는 이해가 안 되거나, 몰입이 되지 않으면 작품을 선뜻 선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생활형 연기'라고도 하지 않나. 육아를 하고, 가정을 이끌기 위한 기술직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뭐든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하자'고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며 "아빠가 된 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뭐든 다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육아 예능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양동근은 "아내에게 '재미 없다' '왜 이렇게 말이 없냐' 혼이 많이 났다. 저는 예능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전혀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아내는 예능을 너무 좋아한다. 평생 같이 살 사람이니 코드를 알아야하지 않겠나 싶어 함께 예능을 열심히 봤다. 아내가 좋아하니까 나도 예능을 나가야겠다 싶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아내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간 게 '쇼미더머니3'였다. 그 때부터 도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내 삶은 나를 위한 게 아니다"는 양동근은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바뀌었다. 예전의 저는 없다고 보시면 된다. 그때의 저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 부적합했다. 현재는 일단 도전해보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내성적이지 않고 활달해졌다"고 덧붙였다.
한때 '결혼 예찬론자'이기도 했다는 그다. 양동근은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배우로서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는 건 꼭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저에겐 결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엘 다녀오고 30대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나이를 먹으면 삼촌 역할이나 아빠 연기를 할 수도 있을 텐데, 결혼을 안 해보고 아이도 안 낳았는데 그런 역할을 맡았을 때 나오는 저의 연기를 상상하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과거엔 내면에서부터 몰아치는 '메소드 연기'를 펼쳤으나 지금은 연기 기술직이 된 것 같다는 그다. 양동근은 "예전에는 소진하는 스타일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연기에서 다 소진해버리면 가정이 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저의 생각들이 새롭다"고 전했다.
"예전엔 막장 드라마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됐다. '왜 저런 걸 만들까', '왜 과장하고 현실을 왜곡시킬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막장 드라마도 나갈 수 있다."
/뉴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