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하고자 했던 옛 조상들의 바람이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어느 정도 실현된 듯합니다. 완전한 ‘무병’까지는 아니더라도, 과거에 비해 많은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인간의 기대 수명도 상승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녀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의 기대 수명보다 6년 더 긴 리유는 무엇일까요? 지역마다, 더 넓게는 나라마다 그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녀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깁니다. 러시아의 경우 평균 기대 수명이 녀성은 76.3년, 남성은 64.7년으로 그 차이가 11.6년이나 된다고 해요. 그 외에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등의 국가들도 남녀 기대 수명이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보고가 있죠.
물론 성별 간 기대 수명의 격차가 거의 없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남녀 기대 수명 차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4.88년 정도입니다. 이러한 남녀 간 수명 격차 문제는 학계에서도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 중에 론난이 많은데요. 아직까지도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성별 간 기대 수명 격차의 원인 중 하나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입니다. 그중에서도 녀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보다 면역 증진 기능이 더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학자들이 많은데요. 항염증, 항산화 기능을 가진 에스트로겐은 테스토스테론보다 생체 보호 기능이 뛰여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녀성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죠.
수명 격차의 또 다른 원인으로 떠오르는 생물학적 요소는 성염색체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녀성은 XX의 동형 염색체를, 남성은 XY의 이형 염색체를 지니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X 염색체에는 전체 염색체의 10%가량을 차지하는 2,000개 정도의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X 염색체가 2개인 포유류의 경우, 둘 중 하나는 불활성화하기 때문에 X 염색체가 하나만 존재하는 수컷과 유전자 발현량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X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나타나 기능을 잃었을 때 발생합니다. 녀성은 X 염색체 쌍 중 하나가 변이 유전자이더라도, 다른 X 염색체가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형 염색체를 가진 남성의 경우 다른 대안이 없기에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외에도 비생물학적인 요인인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소가 남녀 수명 차이를 불러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후천적 노력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어요. 사회적 교류를 이어나가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라고 하는데요. 인생이라는 선물의 유효기간이 과거에 비해 길어진 만큼, 그 기간을 얼마나 건강하게 보낼지는 많은 부분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