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처서가 되여 논밭의 물을 찌울 때면 무지무지 고기가 많았던 고향이다. 집집의 마당앞에 있는 사과나무의 사과가 한쪽 볼이 빨갛게 연지를 바를 때면 마을밖에는 고기막이 생긴다. 누구네는 메기를 두 초롱 잡았소 누구네는 미꾸라지를 너무 많이 잡아 돼지를 먹이오 하면서 고기잡는 화제에 마을이 와자자하면서 골목마다 고기비린내가 고약하다. 처서가 지나 가을이 되면 몹시 짜증나는 일이 고기잡이 철이면 개학이 삐닥하게 끼여있는것이다. 하여 오후가 되면 까다롭던 녀선생의 강의가 무드러지게 지겹다. 하학종이 울리면 나는 고삐에서 풀려난 망아지새끼처럼 깡동깡동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가 부뚜막에 차려주는 밥을 “에구에구 언칠라”하는 지청구를 반찬으로 허겁지겁 볼이 미여지게 먹는다. 어머니가 초들초들 말린 붕어를 풋고추에 자질자질 졸인 반찬은 밥도둑이다. 저녁에 집에 와서는 잠자라는 어머니의 말을 귀등으로 흘리고 나는 어머니가 꿍져주는 밥보자기를 들고 형이 있는 고기막으로 장달음친다.
두렁을 걸어갈 때마다 고추잠자리가 홀랑홀랑 풀잎에 발질하고 한오리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오글오글 익은 벼들이 사르륵사륵 운다. 벌써 고기막 앞에서 모기 쫓는 불이 지펴져 모락모락 연기가 반공중에 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주네 황소의 걸음에 힘이 올라있다. 여기저기 고기막들에서 서로 부르는 소리가 짜랑짜랑 회답을 하고 그 울림에 저녁락조가 오리오리 풀어지면서 이내가 얼기설기 짝깁기를 한다. 형이 지키고 있는 고기막이 아슴아슴 보이면 나는 “형아”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내 발끝에서 바람이 인다. 형이 발터에서 벌떡 일어서고 나는 형이 푼다는 밥보자기를 내가 고집스럽게 풀고는 붕어찜이면 오이, 참외를 오손도손 맞추어 놓는다. 맛나게 밥을 먹는 형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 자호가 눅눅하다. 고기막우에는 형이 낮동안 말리운 고기가 꼬들꼬들 말라있다. 형은 쑥가지를 꺽어가지고 말리운 고기를 모기불에 굽는다. 짜르륵짜륵 고기가 익으면서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나는 형이 넘겨주는 노랗게 익은 고기를 아작아작 먹는다. 동생을 보는 형의 눈이 순하다.
나는 조바심에 손전지를 해들고 고기발로 간다. 논에서 빠진 퇴수가 왈왈 고기발에 떨지고 고기발앞에서 놀던 물매미들이 고기발에 떨어져 곤두박질하고 다시 폴짝 달아난다. 고기발에 내린 고기는 각각이다. 빼대대한 붕어가 있는가 하면 징글스럽게 큰 미꾸라지도 있다. “모기 깨물라” 형이 부른다. 나는 고기막 안으로 발발 기여들어간다. 쑥향이 찡하다. 형이 마른 풀을 깔고 그우에다 아버지가 입던 솜외투를 펴놓았기에 잠자리는 폭신폭신하다. 나는 형과 나란히 눕는다. 고기발에서 수시로 ‘와르륵 철렁-’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나가 보겠다고 말하면 형은 가지 말라고 한다. 인기척이 나면 고기들이 도망간다고 말리다. “형 난 똥눌래” 나는 밖으로 나가 똥무지를 두개난 만든다. 모기가 엉뎅이에 달려들어 극성이다. 뒤따라 나온 형이 삽으로 내가 눈 똥을 퍼서는 논에다 던진다. ‘철얼’하는 소리가 나고 찌르륵찌르륵 울던 가을 손님이 입을 다물고 벼를 탐내던 밤새가 끼르륵 퉝긴다. 밤이 무겁게 드리워 찬이슬이 촉촉히 내릴 때면 나는 꿈나라로 들어간다. 아침이면 버들광주리에 메기며 붕어를 담아가지고 집으로 가는데 나는 마을길을 걸을 때면 어깨가 으슥해서 동네 사람들이 나를 중시해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집마당에 들어서면 아버지가 무슨 고기를 이렇게 많이 잡았는가고 말하면 나는 발장단을 치면서 시뚝해한다. 그리고는 고래고래 누나를 부른다. 누나가 달려 나오고 “누나 이 고기 봐…” 하면 누나는 웃는다. 그때면 마당앞 백양나무에서는 강남으로 돌아갈 제비들이 지지배배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