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모내기가 끝나면 마을에서는 해마다 운동대회를 열었다. 초여름을 잡아든 들에는 신록이 짙어가고 비탈밭 둔덕에는 개나리가 웃는다. 논에는 개구리를 먹는 왜가리가 여기저기 서있고 푸른 주단을 입은 들은 한가하다. 마을 운동장에서는 청년들이 모여 림시무대를 가설하고 학교 학생들이 동원되여 운동장을 청소한다. 마을운동대회는 한해동안 마을에서 가장 큰 경사였고 사람마다 자기의 장기를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여 마을운동대회를 며칠 앞두고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새옷을 해주고 어른들도 적삼이라도 새것으로 갖추고 아줌마들은 떡을 빚군 했다.
운동대회가 열리는 아침이면 마을 방송에서 제비할매노래가 징얼징얼 흘러나오고 마을 방송원이 운동대회를 시작하니 빨리 운동장에 모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받은 소비돈을 가지고 학교운동장으로 바람처럼 달려간다. 림시로 가설한 주석대에는 채색기가 바람에 펄펄 날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한족장사군들이 북적인다. 학교주위 나무밑은 먹거리골목으로 변하는데 우리또래 개구쟁이들이 얼음과자에 타래떡에 과일을 사먹는라고 부산이다. 우리가 가진 소비돈이래야 고작 몇원이라 오전이면 다 쓰고 남는것이 없다. 어느해인가 마을에 사는 똥돌이네 할머니가 청주를 가지고 나가 팔았다. 그런데 장기귀신이고 주정뱅이인 령감이 로친과 함께 청주를 팔아준다는것이 목이 컬컬하다고, 술썰썰이가 난다며 한사발씩 야금야금 알겨먹고 취하여 로친과 싸움이 붙었다. 화가 난 로친이 신발을 벗어들고 령감을 쫓아다녀 사람들이 배를 끌어안고 돌아가기도 했다.
운동대회가 시작되면 더욱 볼만 했다. 마을운동대회라 축구를 찼는데 촌놈들이 재판원이 벌칙을 했다고 호각을 불어도 문대앞에 새까맣게 한덩이가 되여 밀고 닥치고 넘어지는 놈에 뽈을 찬다는것이 남의 궁뎅이를 차는 놈에 아우성이였다. 우물집 덕호는 뽈을 찬다는것이 자기문대에 차넣어 개다리라고 줄욕을 먹고 씨름판에서는 마을에서 장수라고 불리우는 성수가 상대방을 밀고 나가다가 구경군들을 깔아뭉개 곰보다 더 미련한놈이라고 질탄을 받았다. 바줄당기기를 하다가 모두 모재비로 넘어가 웃음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점심때가 되면 소대마다 밖에다 가마를 걸고 개를 몇마리 잡아 끓이고 동네 아줌마들이 음식을 하느라고 분주하다. 밖에다 상을 차리고 로인들로부터 우리 개구쟁이들까지 모두 몫이 있었다. 그때는 음식상도 푸짐했다. 개고기가 사발이 넘치게 오르고 갖가지 음식이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이였다. 오후에는 술 한잔 거나하게 된 사람들이 운동장에 나가는데 여기저기서 노래소리가 터지고 춤판이 벌어진다. 어떤 우추한 사람들은 춤판에서 동네집 아낙의 엉뎅이를 슬쩍 만지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더욱 흥성했다. 밖에다 전등을 밝히고 오락판이 벌어지는데 밤이라 밖에 걸어놓은 전등 주위에는 메뚜기 딱정벌레 꿀도둑 하여 숱한 곤충들이 날아들었는데 우리는 메뚜기를 잡아 버들가지에다 종롱조롱 달아서는 불에다 구워먹기도 했다. 새벽녘까지 이어지던 오락판에 우리는 집으로 가지도 않고 초가집 처마밑에서 굳잠에 빠지군 했다. 3일씩 진행되던 운동대회라 아침이면 우리는 다시 운동장을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