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꺽다리 옥수수가 수염을 날리며 위풍당당하게 서있고 콩밭에서는 청태콩이 조롱조롱 달려 탐수럽다. 마을밖에 있는 참외밭에서는 모기불이 모락모락 피여오르고 참외밭지기 령감이 막앞에서 오락가락 한다. 초여름이 지나면 마을밖 참외밭에서는 벌써 달콤한 참외내가 솔솔 풍겨온다. 그러나 그림의 떡이다. 참외를 공짜로 준다는것은 꿈같은 말이다. 그때 참외는 모두 한족들이 심었다. 한번은 우리가 고기를 잡아가지고 참외막으로 찾아갔다. 참외밭지기 령감은 빼대대한 눈을 깜짝거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우리가 가지고 간 고기가 자자부레해서 먹을 알이 없다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참외밭으로 들어가더니 꼭지가 삐닥한 못난이 참외 몇개를 우리앞에 내놓는것이였다. 속으로 괘씸했지만 우리는 그대로 먹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느날인가 참외서리를 하자고 윽윽 했다.
기말시험이 끝나고 방학을 하자 매일 강가에서 세월을 보내던 우리는 하루저녁에 창수네 집에 모였다. 참외서리를 하려고 쑹얼쑹얼 약속을 했다. 그날따라 비가 올려는지 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마을밖을 벗어나 참외밭으로 갔다. 옥수수 밭을 지나니 콩밭이 나타났다. 벌써 향기로운 참외냄새가 코를 쿡 찔렀다. 우리는 콩밭고랑에 숨어 주위의 동정에 귀를 도사렸다. 몇번 만났던 참외밭지기 령감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긴장해졌다. 참외밭막앞에 세워놓았던 몽둥이도 떠올랐다. 콩밭고랑을 따라 한참 기여나갔더니 참외밭이 나타났다. 나는 마구다지로 앞에 보이는 참외를 하나 골라 베여물었다. 익지 않은 놈이였다. 나는 앞으로 더 기여나가 다른놈을 골랐다. 그리고는 어리짐작하여 닥치는대로 참외를 가지고간 주머니에 따서 넣었다. 이때였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참외밭 옆에 있는 길로 지나가던 트럭이 갑자기 길가에 서버렸다. 참외밭에서 벌벌 기여다니던 우리는 백일하에 들어나고 말았다.
우리는 급한김에 참외밭에서 일어섰다. 때를 같이하게 참외밭지기 령감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우리는 참외가 담긴 주머니를 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를 쫓아오는 참외밭지기 령감은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치는지 바람같았다. 내가 뒤를 돌아보니 한족령감은 제일 뒤꽁무니에 떨어진 나를 쫓아왔다. 나는 급한김에 참외를 버리고 달아나다가 그만 도랑에 빠지고 말았다. 뒤따라온 한족령감의 우악진 손이 나의 목덜미를 거머쥐였다. 나는 몇번 한족령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러고 했지만 허사였다. 나는 한족령감에게 질질 끌려 참외막까지 왔다. 참외막에 도착한 한족령감은 손전지로 내얼굴을 비추어 보더니 “너 찐로따네 얼즈지”하고 내머리를 툭툭 치는것이였다. 나는 한족령감이 원두막안으로 들어간 기회를 타서 도망가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참외밭지기 한족령감이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나는 속이 후두두해났다. 한족령감은 나를 보더니 허허 웃었다. 한족령감은 우리집으로 오면서 참외를 가득 가져왔던것이다. 한족령감은 아버지와 술 한잔 하고 가면서 밤에는 참외밭으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만일 밤에 참외밭에 들어가면 참외순을 마구 밝기에 참외가 달리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