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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5)
http://hljxinwen.dbw.cn   2009-05-08 16:26:48
 
 
 
 
 

 

 언젠가 한번은 더 희한한 일도 있었다.

 비아바이가 부교장으로 있는 중학교 교무처에서 교원들의 사무용 원주필을 몇통 사왔는데 포장뚜껑을 열고 나눠주려고 보니 우에 있는 원주필 몇개만 온천할뿐 대부분은 글이 잘 씌여지지 않는 저질품들이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비아바이는 교무주임과 원주필을 사온 교원을 데리고 곧바로 물건을 판 문구용품상점으로 찾아갔다. 자그마한 그 상점은 사십대 한족부부가 경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아바이는 그 상점에 들어서자 마자 “니먼 타마디...”하며 그 부부를 손가락질했다. 한어를 잘못하는 조선족들이 왕왕 상대방에게 밑지고 드는것이 말이 안되니 먼저 욕부터 나가는 그것이다. “타마디”역시 한어로는 욕이 된다. 그러자 번연히 자기들이 저질 원주필을 팔고도 사기가 등등해난 주인남자는 비아바이에게 맞받아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며 쌍욕을 퍼붓는 판이다.

 “차오니 마!”(한어로 상대방 모친을 괄시하는 쌍욕임)

 그런 욕을 듣자 비아바이는 “쟈베이!(加倍)”하고 맞받아 소리쳤다. 얼른 입에서 말이 나가지 않자 너 말한 욕보다 곱절 더 큰 욕을 한다는 소릴 이렇게 했다.

 “차오니 나이 나이!”(상대방 할머니를 괄시하는 쌍욕임)

 “쟈베이!”

 “차오니 주중!”(상대방 조상을 괄시하는 쌍욕임)

 “쟈베이!”

 이렇게 문구상점 주인남자의 입에서 무슨 욕이 나오면 비아바이 입에서는 덮어놓고 ‘쟈베이’다. 그 바람에 몰려왔던 구경군들이고 지어는 욕을 퍼붓던 주인남자까지도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비아바이는 바로 그처럼 한어 구두어가 짧은 탓에 십여년전에 벌써 중학교 1인자로 될것도 현교육국의 령도들이 비준을 하지 않아 1인자가 되기는 영영 글러먹게 되였다.

 그런 비아바이가 지금 몸을 파는 계집애를 앞에 앉혀놓고 한어로 교육을 하고 있는 판이다.

 어린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인가?

 가정이 구차해 공부를 더 할수 없는 정황이라면 다른 일을 찾아해야 하지 않는가?

 음식점에서 복무원으로 일하든지 길을 쓰는 청소부가 되든지...

 버는 돈은 적지만 로동으로 벌며 보람있게 살아야지 않겠는가?

 나이가 아직 어리니 짬짬이 자학도 계속해야 하고...

 어른들의 어깨너머로 어떤 기능이나 손재간을 배워도 좋고...

 여하튼 녀성이라면 정조를 지킬줄 알아야 하고 인간은 존엄과 인격이라는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루한 도리를 옹근 반시간 동안 혀끝을 꼬부렸다 폈다 하며 잘 되지도 않는 한어로 말했다. 그 반시간 동안 나어린 계집애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를 폭 숙이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비아바이는 자기가 한 말이 계집애의 귀에 어느 정도 들어간것 같아 마음이 흡족해났다.

 비아바이는 이젠 그만 가보라고 손을 저었다. 그런데 천천히 고개를 쳐들던 그 계집애가 비아바이를 마주보며 픽- 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아바이두 참, 주새 없고 불쌍 하꾸마!”

 천만 뜻밖에도 그 계집애는 연변말투로 우리말을 하고 있었다.

 “어쩜, 나이를 가뜩 처먹고 중국말을 고마이 밖에 못 배웠슴둥?”

 비아바이는 대바람에 두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그 계집애는 침대우에 있는 백원짜리 돈을 확 나꿔채더니 자기 호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아바이는 돈을 깨끗하게 버는지는 몰라도 돈을 더럽게 씁꾸마. 이런 곳을 찾아 다니는게 돈을 더럽게 쓰는게 아니구 머임둥? 그러나 나는 돈은 더럽게 벌어도 깨끗하게 씁꾸마. 알았슴둥? 바이바이!”

 그 계집애는 해쭉 웃으며 손을 한들한들 저어보이더니 어느 사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비아바이’ 박재동은 입을 하- 벌린채 그 모양 그대로 돌처럼 굳어져버렸다.

 

4차 방정식

술을 마시면 흥분되고 흥분되면 언행이 거칠어지면서 우선은 말이 많아진다. 지금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어둠과 불빛이 조화를 이루는 바깥에서 떠들고 고아대는 동창들의 술판이 그렇게 분주해 지고 있었다. 이쪽에서 종교문제가 화제가 되여 떠들면 저쪽에서는 이라크정세가 터져 나오고 한쪽에서 한국의 대선을 끌어내며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에 이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이름들이 줄을 지어 나오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부시대통령을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심판대에 올려놓고 눈먼 손가락질을 해댄다. 과연 가정의 부부감정, 자녀교양부터 시작해서 주택문제, 돈벌 문제, 로후대비... 거기다 국제 주식, 국제 유가, 국제 정세까지 거리낌없이 나오다 보니 말 그대로 사회자는 없지만 모두가 기조발언을 하는 ‘세상만사 세미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같이 토론하는것이 아니라 여기에서는 이 소리를 하고 저기에서는 저 소리를 하며 유독 중국의 조선족들만 알아 들을수 있는 우리말에 한어가 마구 한데 섞여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다 또 한가지 재미나는 일은 모두가 한 교실에서 4년이나 같이 공부한 한반 동창들이였지만 존대 말에 하대 말에 서로간에 주고받는 말버릇도 다양했던것이다. 십년 문화대혁명이 끝나 대학입시 제도가 회복되던 두번째 해에 모여온 학생들이다 보니 7살에 학교에 붙어 고중을 졸업하자 곧바로 대학으로 온 김순애, 전수향이와 같은 나어린 동창들이 있는가 하면 십년이나 농촌에서 일하다 온 ‘비아바이’ 박재동이 같은 나 많은 동창들도 있어 상하 년령은 9살이나 차이가 났던것이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도 년령 차이에 따라 호칭이 복잡했었는데 졸업하고 헤여진후 25년만에 다시 만나자 또 많이 다르게 변했다. 남자, 녀자 동성끼리는 거의 모두가 ‘니내’돌이였고 이성사이는 녀성들은 대부분이고, 남성들은 절반쯤 서로간에 존대 말을 붙였는데 대머리 리수길, 앉으나 서나 강현수, 맥주병밑굽 리두성, 그리고 녀성들로는 구금자와 주영주까지 이들 다섯은 모두가 동갑들이다 보니 예나 지금이나 언어에는 간격이 없어 허물없이 막소릴 다 하는 사이들이였다.

 “야, 금자야? 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상 묘를 잘 쓰고 나왔겠다.”

 “왜? 또 무슨 허튼소릴 하려구?”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대머리와 구금자다.

 “백일호한테 시집을 잘 갔겠다 아들이 출세했겠다 너처럼 복함지에 찰떡처럼 엉뎅이를 붙이고 사는 동창이 또 어데 있냐?”

 “그래도 네가 부러운걸. 넌 녀자복이 있지 않니? 저기 앉은 주영주하고 살고 싶으면 붙어살고 살다가 싫증나면 또 다른 녀자를 끼고 살고. 그렇게 리혼도 마음대로 하며 사는게 얼마나 자유스럽겠니...”

 “뭐야? 네 입에서 리혼이 부럽다는 소리도 나와?”

 “그래 부럽다 어째?”

 “야, 야, 삶은 소대가리 웃겠다 ‘우리 빽션샌님!’, ‘우리집 량반 정말 잘생겼죠?’ 어이쿠, 그 간사하게 애교를 부릴땐 곁에서 듣는 수컷들도 오줌 실실 싸겠더라. 보나마나 백일호하고 침대우에서 씨름판을 벌릴 땐 완전히 사내를 다 녹여 죽일거야.”

 “어머? 너 죠꼬만 놈, 누나하고 통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구금자는 피하려고 몸을 돌리는 대머리를 따라가며 손바닥으로 이마를 톡톡 때린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누나야?”

 “당연히 누나지. 다 잊었어? 나는 5월 2일생, 넌 5월 14일, 그러니 이 누나는 하루도 아니고 열이틀이나 이상이지.”

 이쯤 되자 술이 거나해진 동창들은 대머리와 구금자처럼 둘씩, 셋씩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저마끔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그 모습은 마치도 도처에서 ‘사구려’를 웨치고 흥정이 붙는 저녁 장마당 같다. 

 이럴 때 하루 종일 아들의 병을 보이러 시내에 나가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던 고미란이가 철준이와 함께 야식장에 나타났다. 술상에 새 사람이 끼여 드는건 그냥 저가락으로 뚜지던 안주들만 놓여있던 상에 눈길 끄는 새 안주가 들어오는것처럼 신선해 보였다. 그래서 동창들의 눈길은 일시에 고미란의 한 몸에 쏠려졌다.

 “미란아 큰 병원에 가 보였니?”

 “그래 무슨 병이래?...”

 동창들은 미란의 아들의 건강이 걱정스럽고 궁금해서 다투어 묻는다.

 “호- 부끄러워서 이거 어떻게 입을 열지요.”

 “?... ...”

 “병은 무슨 병이래요. 저의 집 그 앤 아무 병도 없었어요.”

 “병이 없다고? 그런데 여러날째 밥을 못 먹는다면서?... ...”

 “상세한 이야기를 하기전에 먼저 사과부터 드려야겠어요. 오늘 아침 공연히 돈이 없어졌다고 부산을 떨어 여러 동창들의 마음만 산란하게 했어요. 호- 기가 막혀 말이 잘 안나가네요. 도적놈은 곁에 있는줄도 모르고... 그 돈은 저의 집 아들 놈이 훔친거래요.”

 “아니, 그 앤 그렇게 착하다면서?...”

 “그리고 그 앤 그 돈을 훔쳐서 어디다 쓰려고?...”

 동창들은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보게, 구금자. 그러고 보면 백일호가 일 처리를 정말 잘했지?! 호텔 경리한테 말해서 어제 저녁 귀빈식당으로 나들던 복무원들을 하나 하나 조사하자는걸 백일호가 그러지 못하게 막았거든. 공연히 시끄러운 분위기를 만들지 말고 이제 동창모임이 끝나 모두들 다 헤여져 돌아간후에 보자고 했기 다행이야.”

 “그래 말이래요. 정말 우리 반장 생각 잘했어요.”

 강현수가 침착했던 백일호의 아침 처사를 꺼내자 미란이도 연신 머리를 끄덕인다.

 아침에 미란이가 돈을 잃어버렸다는 소릴 듣자 구금자는 그길로 호텔 경리를 찾아가려고 했었고 강현수도 시간을 지체 말고 얼른 복무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백일호에게 귀띔했었다. 그런데 백일호가 머리를 가로저었던것이다.

 “나원, 답답해서...그러면 대체 어찌된 일인가?”

 성미가 급한 뚝배기가 어서 사연을 말하라고 미란이를  뚜진다.

 “저는 저녁에 태양도로 돌아오면서도 돈은 저의 아들놈이 훔친거라고 동창들에게 사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만 말하고 그 다음의 이야기는 더 꺼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 저녁 고마운 동창생 철준의 몸에서 많은걸 뉘우치고 또 많은걸 깨달았어요.”

 “철준이?... 철준이 자네가 미란이에게 뭘 어떻게 했길래?...”

 “아니야, 난 아무것도  한것 없어!”

 철준이는 미란의 입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도 자기에 대한 말은 더 꺼내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다.

 “호- 이건 저의 아들놈의 흉인데 참아 입에다 주어 담기조차 구차해요. 이제 내가 우리 애가 저지른 일을 그대로 말하면 여기 있는 동창들이 몽땅 뒤로 번져지며 까무러칠가바 두려워나요.”

 “뭐이 그리두 심각한가? 나원, 얼른 말해보라구.”

 “여기에 있는 동창들 모두 어제 내가 데리고 온 우리 집 작은아들을 봤지요? 걔가 올해 열다섯살밖에 안됐어요. 그런데 글쎄 아버지가 된대요.”

 “어마나! 저거 어쩌지?...”

 “그럼 어느 녀자애와 장난을 치다가 임신을 시켜 배를 불룩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말이겠구만.”

 “하긴 지금 애들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런지 우리가 자랄 때보다는 완전히 딴판이야. 우리 학교에도 초중에 다니는 녀학생들이 임신을 한 사례가 벌써 여러차례나 된다니깐.”

 “그래 임신한 녀자애는 한 반급 동창생이래?”

 “아니요.”

 “그러면 그 아들보다도 더 어린 소학생을?”

 “그것도 아니래요.”

 “그럼 어떤 애야?...”

 “우리 집 애보다 일곱살이나 더 많은 처녀, 그것도 대학생이래요!”

 “뭐야?...”

 “어머나!...”

 “이건 우리 머리로는 도저히 풀수 없는 4차방정식이구나!”

 아니나 다를가 동창들은 하나같이 뒤로 번져지기 일보 직전이였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 가운데 그것도 우리 신변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는것은 실로 믿기 어려운 일이였다. 하지만 미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믿기 어려워도 부득불 믿어야만 하는 진짜 사실이였다.

 “우리 집 애는 동녕현에서 왔다는 한 반급의 두 남학생과 셋이 중학교 근처에 있는 개인집에 하숙을 잡고 있어요. 하숙집에는 부모들은 여러 해전에 한국을 가고 없고 딸애와 할머니 둘이 살고 있었는데 딸애가 지난해 대학으로 가서 지금은 년로한 할머니 한분만 계시는 집이래요. 그런데 그 대학생처녀는 우리 애를 친동생처럼 귀여워 한대요. 그러니깐 우리 애도 그 처녀를 누나처럼 따른대요. 그러다가 지난 5.1절 련휴일 기간, 그 처녀애가 집으로 놀러오게 되였는데 그때 그런 한심한 일이 발생했던 모양이래요...

 배속의 태아는 이젠 3개월에 난대요. 우리 앤 여름방학이 될 무렵에야 그 일을 알게 되였던 모양이래요. 자기도 엄청 놀랐겠지요. 그러니깐 집에 와서도 마음이 황황해서 하루 종일 어쩔바를 모르며 당쳐 밥을 먹지 못했던거래요. 난 그런줄도 모르고 애가 무슨 큰 병에 걸렸다고만 생각했지요.

 그 처녀는 지금 여기 할빈에서 대학을 다녀요. 요새 방학기간에도 집으로 못 가고 학교에 있어요. 둘은 어제 핸드폰으로 메일로 주고받으면서 배속의 태아를 류산하기로 약속을 했던 모양이래요. 그래서 우리 그 애가 내 핸드빽을 열고 돈을 훔쳐냈던거였어요.”

 동창들은 인제 겨우 초중 2학년 학생이라는 미란이의 아들애의 일이 너무도 한심해서 더 무슨 말을 못 하고 혀만 끌끌 찬다.

 “그럼 그 처녀가 병원에 가 류산은 했구?”

 “예, 제가 데리고 가서 했어요.”

 “그 처녀는 뭐라고 하던데?...”

 “장난이 조금 지나쳤다고 한마디 할뿐 아주 뻔뻔스럽더군요.”

 “몇년이고 기다렸다가 미란이 아들놈한테 시집가겠다는 말은 안하고?”

 “너무 어처구니없어 그런 말은 묻지도 않았어요.”

 “그럼 아들애는 이리로 데려오구?”

 “오전에 벌써 어디론가 도망을 갔어요. 저의 핸드폰에다 제발 오늘 하루만은 밖에서 자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띄웠더군요.”

 “그런데 미란이는 아들애의 비밀을 어떻게 알아 낸거지?”

 “오늘 아침 병보이러 떠나려고 방에서 서둘 때 그 앤 자기 핸드폰을 침대우에 놓고 화장실에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마침 전화가 오길래 그렇지 않아도 요즘 누구하고 무슨 메시지를 저렇게도 정신없이 주고 받을가 하는 생각에 저으기 의심이 가던 참이라 아들애의 핸드폰을 제가 받아 들었지요. 그런데 어떤 처녀애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너 똑똑히 듣고 인츰 전화꺼! 오늘 류산을 하기로 약속해놓은 병원은 도리구 강안로 58호, 오전 10시전으로 너의 어머니 몰래 그 곳으로 오거라! 알았지?’ 이러더니 그쪽에서 전화를 뚝 끊어 버리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알게 된거지요.”

 “그 처년 법으로 말하면 미성년자를 유린한 죄를 범했네. 엄격히 따지면 강간죄를 범한거야.”

 “야, 야, 다 같은 조선족들끼리 그런 소린 꺼내지 않는게 좋겠다.”

 “그래 맞아요. 그런 일은 공연히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잖아요.”

 “누가 법에다 꼭 기소를 하라고 했나? 사실이 그렇다는 말이지.”

 “자, 자, 방금 미란이가 하나는 동생처럼 귀여워했고 하나는 누나처럼 따르던 사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이 일은 말이지 아무리 성년이 된 처녀의 차실이 많다고 할지라도 성년과 미성년이라기 보다는 자라나는 남자애와 다 커서 무르익은 처녀 사이에 서로 알고 싶고 욕심나는 흡인력의 작간으로 보면 되는거야. 어린애들의 호기심으로 일어난 불장난 같은거 말이야. 그 불장난이 조금은 엄중한 후과를 초래해 집 한채가 불에 탔다 그런거야.”

 동창들은 이 일을 두고 옴니암니 시비가 일어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나름대로 평어까지 붙여댄다.

 “오늘 식전에 미란이가 돈을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도 나는 속으로 그 애부터 의심이 가게 된거네.”

 어디에서 언제 나타났는지 백일호의 웅글진 목소리가 동창들속에서 나온다.

 “그래서 서뿔리 호텔경리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던거였어?”

 강현수가 백일호에게 묻는다.

 “그럼, 오늘 아침 미란이가 그 애를 데리고 성만이의 승용차에 앉을 땐 내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리고 수심이 가득찬 그 애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말못할 큰 일에 봉착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

 “오, 그랬구나!”

 강현수와 구금자는 인제야 백일호가 아침에 자기들을 말리던 그 연유를 알게 되였다.

 “미란이, 래일 오후 동창모임이 끝나거들랑 그 애들 둘 다 데리고 우리 대학 심리전문병원에 가보게.”

 백일호가 미란이에게 하는 말이다.

 “래일 오전에 내가 미리 련계를 해 놓을테니 거기 가서 상세한 심리검진을 받으면 앞으로 애들의 심신에 모두 좋을거네.”

 “예, 반장 말대로 그렇게 하겠어요.”

 미란이는 언제 봐도 믿음이 가는 반장의 말에 련속 머리를 끄덕인다. 


술 친구

 동창들은 고미란이를 끄당겨 자리에 앉히며 다시 술판을 벌린다.

 “윤희!...”

 “예?...”

 “내 좀 조용히 윤희를 보기오.”

 그럴 때 백일호가 숱한 동창생들 앞에서 큰 소리로 최윤희를 부른다. 백일호다운 떳떳한 행동이다.

 “반장이 저와 단독으로요?”

 “뭐, 윤희에게 데이트를 청하는건 아니고 몇마디 물어볼말이 있어서 그러오.”

 “물어볼 일 있으면 여기서 물어봐도 되지 않아요? 안 그래 금자? 날도 어두운데 난 공연히 너한테 쓸데없는 오해를 받긴 싫어!”

 “윤희네 학교에 길흥섭이란 교원이 있지? 그 집의 딸애의 일인데 윤희 혼자만 아는게 좋을것 같아서 그러오.”

 윤희는 가슴이 섬뜩해 났다. 자기네 학교엔 길흥섭이란 사람은 근본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백일호가 왜 남들의 눈을 속이며 자기를 단독으로 찾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호호 별난 애 다있네. 공연히 내 눈치 볼것 없이 그런 일이라면 어서 가보렴.”

 구금자는 아무 일 없는듯이 백일호를 따라 얼른 가라고 최윤희를 추긴다.

 “반장, 어디 멀리로 가면 전 안가요.”

 “그러지, 저기 가로등이 총총한 수영장으로 가기오. 여기 동창들도 환히 보여서 우리 두 사람을 얼마든지 감시할수 있으니까.”

 백일호는 최윤희를 뒤에 달고 서쪽으로 거퍼 30미터 거리도 안되는 수영장으로 씨엉씨엉 걸어간다.

 구금자는 눈살을 찌프리고 백일호와 최윤희가 걸어가는 뒤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구금자는 옛날 대학다닐 때부터 벌써 백일호와 최윤희 사이에 어떤 말못할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1년전부터 구금자는 백일호와 비밀리에 련애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그러니깐, 최윤희가 한 학기를 휴양하고 돌아온 후였는데 구금자는 학교 정원에서 백일호와 최윤희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최윤희가 마주 오다 말고 얼른 다른 길로 피해가든지 아니면 낯선 사람 대하듯이 아예 한켠으로 고개를 돌리며 지나가는것을 여러번이나 보게 되였다. 그래서 백일호에게 최윤희와 몰래 련애편지가 오고 갔던지 어떤 말못할 사연이 있지 않았냐고 꼬집어 물어보았어도 백일호는 전혀 그런 일은 없다고 딱 잡아뗐다. 그런데다 구금자의 직감으로 더욱 의심스럽게 느껴지는것은 대학을 졸업할 때 동창들마다 서로 자기수첩을 돌리며 나름대로 각자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말을 쓰고 사인을 했는데 백일호의 수첩에 유독 최윤희만은 글 한자 남겨놓지도 않았고 또 이름 석자도 없었다. 하지만 구금자는 백일호를 이미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승자로서의 떳떳한 심정에 더 캐여 묻지도 않았다. 몇해전에 북방사범대학의 령도들이 동부인해서 림구현 경내에 있는 련화저수지로 유람을 갔을 때도 구금자는 은근슬쩍 떠보느라고 여기까지 왔던바에 림구에 있는 최윤희한테 들려보고 가자고 백일호의 옆구리를 찔러보았다. 하지만 구금자의 속짐작과 같이 백일호는 단둘이도 아니고 여럿이 함께 왔는데 어찌 개별행동을 하겠느냐며 후에 시간이 편편할 때 한번 놀라오자고 뒤로 미루는것이였다.

 구금자는 또 녀성의 직감으로 최윤희도 겉으로는 자기와 친절하고 아무런 허물도 없는듯 대하지만 기실 내심으로는 자기를 꺼리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오늘 오전 수영장에서도 그랬다. 구금자가 수영복을 갈아입으려고 수영장서쪽에 있는 녀성 환의실로 들어갔는데 최윤희가 따라서 들어오다가 구금자가 혼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걸 보더니 “아이고...난 화장실이 더 바쁘네” 하며 도로 밖으로 나가는것이였다. 같은 녀성이고 허물없는 동창들이라 하지만 구금자와 단둘이서는 서로에게 홀딱 벗은 알몸을 보이기 싫었던것이 분명했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오늘 아침 최윤희와 사돈을 맺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했을 때도 최윤희는 반가와하는 기색이 아니라 은근히 꺼려하는 눈치가 육감으로 안겨왔던것이다.

 “수길아, 너 이 누나 같이 독한 소주를 마시지 않을래?”

 신통히도 둘이 다 키가 쭉 빠진 백일호와 최윤희가 수영장의 밝은 가로수 아래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구금자는 아래 입술을 야금야금 깨물고 있다. 갑자기 가슴은 텅 빈 벌판처럼 허전해진다. 그래서 곁에 앉은 대머리를 충동질하고 있다.

 “소주를 또 마시자고?...”

 “그래, 여기서 말고 저기 호텔 귀빈식당에 가서 개장국에다 소주를 마시면 어때?”

 “그런데 나는 괜찮다만 금자 너 술을 더 마셔도 되겠냐?”

 “야, 야, 졸업해서 처음 만나는 동창모임인데 술밖엔 즐거울게 또 뭐 있겠니? 그리고 웬지 오늘밤엔 한번 폭 취해보고 싶구나.”

 그 말은 진담이였다. 구금자는 대학다닐 때도 소주는 개눈만한 알각잔으로 한잔만 입에 들어가도 얼굴이 빨개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에 참가한 후에도 단위에서 조직하는 연회석에나 동료들이 가지는 술장소에 참가하는 기회가 많았지만 독한 소주는 그만두고 맥주나 와인도 한잔 이상은 마셔본적이 없었다. 남편 백일호도 단위에서 손님접대로 가끔가다 술이 과해서 집으로 올 때는 있지만 술에 별로 찹찹한 사람이 아니여서 음식상에 아무리 좋은 안주가 올라와도 주동적으로 술을 찾을 때가 없었다. 근년에는 아들애도 머리가 다 큰 청년이 된지라 가끔 아들이 방학이 되여 집으로 오게 되면 오히려 구금자가 기분 살리려고 맥주나 와인병을 음식상에 올려놓군 했는데 그럴 때도 세 식구가 맥주 한병이면 맞춤 했고 와인은 한잔씩 그득 부으면 다 마시지 못하고 밑굽에 남을 때가 많았다. 그래왔던 구금자가 이번 동창모임에는 주인이란 책임감에서 술은 사양 않고 주는대로 마셔왔다. 오히려 어떤때는 술상의 기분을 살리려고 앞장서 술을 마시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 연회석에서부터 남편 백일호도 희한스러워하는 눈길로 안해를 힐끔힐끔 쳐다보군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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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미스 중화 세계선발대...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4)   09-04-28 13:14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3)   09-04-11 19:11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2)   09-04-01 14:42
·.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1)   09-03-20 13:59
·미국 달구는 '시크릿 산타', 한화 1...
·들깨 가루의 위험성!
·조선족 안무가 손룡규의 무용작품
·미국인들은 천재인가,,,,,바보인가,...
·콘돔, 언제 많이 팔렸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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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성교육 교재, 왜 탈 많나
·한국 영화 '황해'에 비친 재한...
·"아이패드 없으면 강의 듣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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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방한 특집
·2014년 전국 인대 정협 회의
·당의 군중노선교육실천 활동
·제24회 중국 하얼빈국제경제무역상...
·중국 꿈
·칭하이 위수현 7.1규모 강진
·조선전장에서의 팽덕회 장군
·실제 촬영-개를 삼킨 바다 괴물
·KBS열린음악회 성황리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