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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5)
http://hljxinwen.dbw.cn   2009-05-08 16:26:48
 
 
 
 
 

 

 순간, 미란이는 눈까풀이 뒤집힐 지경으로 놀랐다.

 옛날 대학시절 짝사랑을 했던 철준이가 지금 미란이가 혼자서 옷을 벗고 있는 독방에 유령처럼 나타나다니? 그녀는 벗던 적삼을 아무렇게나 도로 입고 침대우에 놓았던 근시안경을 제꺽 눈에 끼고는 철준이를 마주 하고 섰다.

 “이 밤에 웬일이래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미란이는 입술까지 파르르 떨린다.

 “미란이 아들애의 병이 근심스러워서...”

 “우리 집 애가 병이 어떻든 그게 철준이한텐 그렇게 대단 한가요? 그래서 어데 숨어있다가 녀자가 혼자 있는 방에 유령처럼 들어와요?”

 “아니, 절대 오해는 하지 마오...”

 “오해가 아니라면 이렇게 단 둘이 아니라 동창들도 곁에 있을 때 혹은 래일 밝은 낮에 말해도 되겠지요?”

 “그런게 아니라...”

 “그런게 아니면 어서 이 방에서 나가요! 내가 소리치기 전에... ”

 미란이는 독기어린 눈으로 철준이를 쏘아보고 있다.

 철준이는 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어수선히 방을 나간다. 그러자 뒤따르던 미란이는 방안에서 출입문을 쾅 소리나게 잡아당긴다.

 “보다보다 별 쓰레기 같은 인간 다 보네.”

 미란이는 방안에서 혼자 두덜거리며 옷을 갈아입는다. 흰 적삼을 벗고 노란 운동복을 입었다. 그리고는 화장실 거울앞에 다가서서 눈섭과 입술화장을 간단히 했다.

 “어머!”

 미란이가 동창들이 노는 야식장으로 가려고 방문을 열고 나서는 찰나, 또 한번 소스라쳐 놀랐다. 철준이가 가지 않고 그때까지도 출입문밖 불빛이 어두운 복도에 유령처럼 서있었던것이다.

 미란이는 입만 딱 벌린채 무슨 말이 더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철준이가 기다렸다는듯이 입을 연다.

 “실은 나도 스무살나는 딸 하나 있었소...”

 철준이의 음성은 가늘게 떨고 있다.

 “그런데 그 딸이 재작년에... 재작년에 백혈병으로 죽었소...”

 철준이는 목이 메여 더 말을 잇지 못한다. 그 순간, 철준이를 마주하고 섰던 미란이는 그만 돌처럼 굳어져버렸다...

 이윽고 두 사람은 미란의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미란이가 눈물이 글썽해 서있는 철준이를 두손으로 끄당기며 방으로 들어왔다.

 “철준이, 정말 미안해요. 난 그런줄도 모르고...”

 “무슨, 나도 오해를 사게 놀았던것 같소.”

 “아니예요. 철준이한테 사연도 묻지 않고 제가 너무 충동적이였어요.”

 미란이는 미안해서 어쩔바를 모른다.

 미란이는 철준이를 침대곁에 놓여있는 쏘파에 앉히고 랭수 한컵 부어서 철준이에게 준다. 그리고는 랭장고를 열어 포도와 사과가 담긴 과일쟁반을 꺼내고 사과를 하나 골라 손칼로 껍질을 깎는다.  

 어제 저녁, 호텔안의 다른 식당에서 아들애를 저녁 먹일때도 지나가다 들어와서 그렇게 살갑게 굴던 철준이, 오늘 아침 돈을 잃어 버렸을 때도 호주머니에서 돈 5백원을 꺼내놓던 철준이, 그때만 해도 혹시 옛날 짝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해 저러는것이 아닐가 하고 혼자 제 좋은 생각만 하고 있었던 미란이였다. 그런데 남과는 달리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이였기에 누구집 자식이든 자라나는 애들이 어디 아프다 하면 자기 일처럼 근심과 걱정이 앞서는 철준일줄은 미란이는 정말 몰랐던것이다.

 “아니, 어쩌다가 그런 병에 걸렸어요?”

 “글쎄, 나나 집사람이나 너무도 뜻밖이였소. 대학입학시험을 반년앞둔 딸애가 입술에 빨간 점 하나가 돋았기에 별로 다른 생각 없이 병원에 가서 검사해본것이 백혈병이라더구만.”

 “어마나- 기가 차라...”

 “결국 병원에서 6개월 앓다가 가버렸소...”

 “철준이넨 그 애밖에는 또?...”

 “드나 놓으나 그 딸애 하나뿐이였소.”

 “속타라 어쩌지...”

 미란이는 무슨 말로 어떻게 이 동창생을 위로해 주었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기만 한다.

 “허허 시간이 약이라고 이젠 해가 두번 바뀌니 그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소. 그리고 지금은 양딸도 둘이나 키우고 있소.”

 “양딸이라니요?”

 “생활이 구차한 시골 애들 둘을 데려다 우리 집에서 키워주고 있소. 큰 놈은 열한살이고 작은 놈은 일곱 살이요.”

 “그거 정말 생각을 잘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난 딸애를 잃고 나서 많이 변했소.”

 “어떻게요?”

 미란이는 이제는 자기 앞에 있는 이 철준이란 동창생에게 마음을 활 열고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내 이 마음을 바꿔가고 있소. 전에는 손을 내밀며 얻어 가지고만 싶던 린색함과 옹졸함을 버리고 지금은 나보다 못살고 불쌍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베푸는 마음을 채워가고 있소.”

 미란이는 철준이가 하는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딸애가 앓아서 입원했을 때만 해도 난 참 유치한 사람이였소. 하긴 딸애를 살리려는 마음에서도 그랬겠지만 여하튼 누구한테든 손내밀며 돈을 얻고 싶은 마음에 여기 할빈에 있는 강현수한테까지 전화로 알렸지 뭐요. 연변 신문사들에 면목 아는 기자들이 있으면 그 사람들을 통해 신문에 좀 내달라고 말이오. 그래서 현수의 도움으로 연변일보기자들이 병원에까지 찾아왔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린다’는 보도도 신문에 냈던거요.”

 “... ...”

 “참, 알고 보니 세상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소.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나가자 생전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줄을 지어 병원으로 찾아와서는 딸애의 손에 돈을 쥐여주고 가는거였소. 후- 애는 살리지 못했지만 나는 많은것을 얻었소. 생각하면 할수록 하늘나라로 간 내 딸이 눈물나게 고마왔소. 그 딸이 가면서 이 못난 애비의 마음을 완전이 바꿔 놓은것 같았소. ‘아버지, 마음이란 한 뙈기 밭과 같아요. 무엇을 심으면 무엇이 자라나요.’ 하늘 나라로 간 내 딸이 이 애비의 귀전에다 그냥, 그냥 이렇게 귀띔해 주는것만 같았소... 난 지금 인터넷사이트에다 ‘베풀며 사는 동네’란 동인회를 하나 조직했소. 자원으로 참가한 사람이 한 60명 되오.”

 “그래요? 그 동인회에 저도 참가하겠어요. 그리고 여기 모인 동창들과도 말해서 모두 참가시키자요.”

 “아니요. 절대 소문내면서 돈 모으는 짓은 안하겠소. 그건 진정 베푸는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연변일보사 기자들도 내가 이런 동인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번이나 찾아오는것도 제발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한사코 반대했던거요. 진정 마음이 우러나고 가슴에 나처럼 멍이 들었던 사람들로 모여 떡이 두개 생기면 하나는 불쌍한 사람들을 주고 하나는 반을 끊어 이웃에 주는 그런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려고 하오. 허허, 좌우간 이렇게 마음을 비우니 지금은 사는게 아주 편안하오.”

 “호- 그렇겠어요. 정말 철준이를 다시 보게 돼요.”

 “그런데 어째 아들애는 보이지 않는거요? 혹시 병원에 입원시키고 온거 아니오?”

 “그런 일 아니래요.”

 “그럼?”

 “저는 참, 헛 똑똑이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제가 눈이 어두워 철준이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듯이 제 몸에서 떨어진 아들애의 행실마저도 제대로 보아내지 못했던 거래요.”

 “?... ...”

 “오늘 아침에 돈을 잃어버렸다고 제가 어쩌다 모여온 동창들까지도 마음을 부산하게 만들지 않고 뭐래요. 글쎄 그 돈은 제 아들놈이 훔쳤어요.”

 “?... ...”

 “방금 저는 옷을 갈아입고 동창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가려고 서두르던 참이였어요. 부끄러워 얼굴 못쳐들 일이지만 아침부터 그렇게 걱정들을 많이 한 동창들에게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려고요.”

 철준이는 더 캐여 묻지 않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나란히 미란이의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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