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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4)
http://hljxinwen.dbw.cn   2009-04-28 13:14:26
 
 
 
 
 

 

 

 뚝배기며 대머리며 앞질러 노래소리가 흘러나오는 수림속으로 찾아 들어간다. 그래서 폭포로 향하던 동창들도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니, 이거 누구요? 강부장이 어쩌다...”

 

 “오- 윤사장이랑 이렇게 재밌게 노시는구려.”

 

 듬성듬성 아름드리 나무들로 우거진 수림속에는 강현수가 잘 아는 윤사장이 거느리고 온 사람들이 한창 놀음판을 벌리고 있었다. 윤사장은 7년전부터 할빈에 와서 가구공장을 차리고 있는데 경영도 잘 나가는 편이였다. 그래서 강현수는 신문에다 보도도 여러편 써주었고 윤사장 또한 신문사 사회부에다 해마다 활동경비를 조금씩 후원해주고 있는 터였다.

 

 윤사장의 소개에 따르면 지금 맥주며 소시지며 한마당 펴놓고 둘러앉은 20여명 사람들은 거의가 윤사장 수하의 직원들이라고 한다. 그중에는 한족도 있고 중국의 조선족도 있고 또 한국인들도 있단다. 그래서 한족들은 중국노래를 부르고 조선족들은 조선의 노래에 연변노래를 부르고 한국인들은 한국노래를 부르니 자그마한 놀음판이 국제파티에 국제무대로 변하는것 같아 희한하고 재미나기 그지 없다는것이다.

 

 “어허- 미스 주!”

 

 “알라뷰! 이사장, 여기서 만나네요.”

 

 강현수가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와하는데 이번엔 주영주가 또 어제 청도에서 같은 비행기로 온 이사장을 만났다. 강현수도 인츰 면목이 알렸다. 주영주가 소개해주어 어제 공항에서 인사를 나누던 그 한국인이였다.

 

 “대학동창파티를 가진다더니 이분들이 그 반가운 동창생들이겠구만.”

 

 “네, 그래요. 얘들아, 이분은 청도에서 의류회사를 차리는 이사장이셔.”

 

 주영주가 동창들에게 그 한국손님을 소개시킨다. 그러자 성이 이씨라는 그 한국손님은 허리굽혀 깍듯이 인사하더니 명함장을 꺼내 동창들에게 나눠준다.

 

 “이사장도 여기 할빈에 대학동기생이 있다더니 바로 저 윤사장이신가요?”

 

 “신통히 맞추네. 미스주와 이분들처럼 나하고 윤사장도 서울에서 대학 동기라니까.”

 

 지구가 촌으로 변해 세상이 점점 좁아진다더니 확실히 그 말이 비슷한것 같다. 이렇게 자그마한 섬에서도 국적이 다르지만 서로 잘 아는 사람들까지 숱해 만나게 되니 말이다.

 

 “이거 참 반갑네요. 모두들 여기 와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씩 드시지요.”

 

 “아닙니다. 공연히 뛰여든 불청객들 때문에 놀음판이 식어지는것 같아 죄송합니다.”

 

 “자 그럼 잘들 노세요.”

 

 강현수와 주영주만 놔두고 동창들은 뿔뿔이 그 자리를 피한다. 강현수는 동창들의 인솔자여서 여기에서 시간을 지체할 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의 성의를 무시하고 훌 돌아설수도 없고 하여 윤사장이 권하는 막걸리 한컵을 쭉 들이켜고서야 그 장소를 물러나온다. 그때까지도 주영주만은 청도에서 같이 온 이사장이란 사람과 마주서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럴때 그 수림속의 놀음판에서 먼저 피해 나온 동창들은 잔디밭에 앉아 강현수와 주영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명함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대머리가 초풍할 지경으로 화닥닥 놀란다. 명함장의 이름이 ‘이재모’라고 씌여져있었던것이다.

 

 (아니, 이제 방금 본 그 이사장이란 사람이 바로 이재모란 말인가? 두번이나 내 소설책 출판을 협찬해준 이재모? 그렇게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도 않던 이재모?)

 

 대머리는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수림속 그 놀음판을 찾아 들어간다.

 

 “대머리 왜 그래?”

 

 “너희들 알일 아니여!”

 

 대머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수림속으로 향한다. 수림속 놀음판에서는 이번엔 ‘작은 백양나무’라는 중국노래가 흘러나온다. 윤사장의 수하에 있는 어느 한족직원이  부르는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아름드리 나무를 하나 하나 지나며 곧바로 놀음판을 찾아 들어가던 대머리는 갑자기 화살을 맞은 수탉모양으로 몸이 흠칫했다. 윤사장이랑 모여 노는 장소에서 동쪽으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아름드리 나무 두대가 가지런히 붙어있어 윤사장이랑과는 시선이 가리우고 있었는데 그 나무를 등지고 이사장과 주영주가 서로 목을 꼭 끌어안고 한창 열렬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던것이다.

 

 그 순간, 대머리는 모든것을 알게 되였다. 어제밤 숲속에서 주영주는 청도에 있는 이재모라는 사람을 자기는 모른다고 했지만 이재모란 사장과 주영주가 무슨 관계인것도 이제는 환히 알만했고 또 생면부지인 이재모가 어떻게 되여 대머리의 책출판을 협찬해 줄가 하는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도 답안이 술술 풀려나오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그런 못볼 장면이 눈에 띄우자 대머리는 제꺽 몸을 돌리며 가던 길을 도로 걸어나왔다. 참 세상은 재미나는 놀음판이라는 생각에 그는 혼자 피씩- 웃으며 나왔다.

 

 대머리가 다시 동창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돌아와 거퍼 몇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수림속으로부터 주영주도 할딱거리며 달려나오고 있었다.

 

 “저 윤사장이란 사람은 이젠 중국사람 다 되였어. 중국말도 잘하고 한국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못 먹는 고수풀도 제법 잘 먹거든.”

 

 강현수가 동창들에게 방금 수림속에서 본 윤사장이란 한국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뚝배기가 팔을 가로 젓는다.

 

 “내 눈엔 한국사람 좋은 놈 하나도 못봤다. 나원, 저 놈들은 열이면 아홉은 속이 다르고 겉이 다른 놈들이야. 돈이나 좀 있다고 나원, 턱을 바싹 쳐들고 다니는 그 꼴 눈뜨고 못보겠더라. 나원!”

 

 “나도 뚝배기 말에 동감이야, 저것들은 세사람만 모여보지. 거퍼 사흘이 못 가서 저희들끼리 물고 뜯으며 싸움질이야.”

 

 맥주병밑굽도 한국사람들이라 하면 질색인 모양이다. 

 

 “쩌쩌, 귀신이 씨나락까먹는 소리들을 하고 자빠졌네. 너네 둘은 한국에서도 쓰레기로 취급받는 몇몇 사기군들만 눈에 띄여 그런거야. 한국에 가서 눈 바로 뜨고 잘 관찰해봐! 사회의 밑바닥과 우에 앉아 정치하는 사람들은 좀 시끌벅적 하지만 그래도 우리 보다 많이 문명하고 심성이 바르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거야.”

 

 ‘비아바이’ 박재동이가 둘의 말을 반박해 나선다.

 

 “맞아요. 청도에서도 보면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기업인들 대부분이 열심히 일하며 살거든요. 우리 보다 경영리념도 한발 앞섰고 세상을 보는 눈도 더 트였어요. 그래서 우리가 본을 받아야 할것이 참 많아요.”

 

 어느 사이 동창들속에 끼여든 주영주가 비아바이 손을 들어준다.

 

 (너는 한국 사내들이 달라면 밑천까지 다 내주니까. 그런 말밖에 더 나오겠냐?)

 

 대머리는 그러는 주영주의 얼굴을 얼핏 스쳐보고는 또 혼자서 피씩 웃는다.

 

 이러다 보니 한국인들을 보는 관점이 뚝배기와 맥주병밑굽이 부정하는 편이고 비아바이와 주영주가 긍정하는 편으로 갈라졌다.

 

 “듣자니 청도에서도 한국인들과 조선족들간에 갈등이 심하다던데...”

 

 “누가 그래요? 저는 듣는 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실감하고 있어요. 하긴 몇해전엔 상호간에 모순도 많았고 갈등도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거든요. 서로 상대방을 리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마음을 열면서 서서히 한몸이 되여가고 있거든요.”

 

 (옳지, 옳지, 한국 사내들과 한몸이 잘 되겠다.)

 

 대머리는 턱을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 느물느물 황소웃음을 웃는다

 

 “자, 그대들! 서로 각기 생각이 다를수는 있겠지만 공연히 쓸데없는 일 가지고 점심에 나처럼 얼굴은 붉히지 말자구.”

 

 강현수는 점심에 맥주병밑굽하고 대들이 싸움을 했던 일이 떠올라 맥주병밑굽의 눈치를 힐끔 쳐다본다. 하면서도 입을 잠그고는 한시도 견딜수가 없는 그는 남들은 그만 해라 해놓고 자기는 입을 놀린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 돼선 아니 되지. 세상 그 어데나 좋은 사람도 살고 나쁜 사람도 사니깐. 그런데 문제는 지금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인들을 어떤 눈으로 봐야하고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가 그것이거든.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이 약 70만으로 보고 있는데 이제 거퍼 3년안팎으로 100만 소리가 나온다니까. 기실 몇년 사이 농촌을 위주로 살던 조선족들의 거주판도가 연해지구 대도시로 바뀌게 된것도 한국인들의 중국진출 영향이 대단히 컸거든. 한국사람 한사람이 가는 곳에 조선족 다섯이 꼬랑지처럼 따라붙는다는 말도 나왔으니 말이야. 그래서 뚝배기동지하고 맥주병밑굽동지는 너무 켕겨듣지 마시기를 바라면서 방금 주영주사장님께서 하신 ‘서서히 한몸이 된다’는 그 말씀이 아주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말이우다. 이상!”

 

 “야, 야, 누가 널 심판원 시켰어?”

 

 “아니네. 강현수가 방금 한 말은 들을만하네.”

 

 여직껏 말없이 조용히 따라만 다니던 김만융교수가 정색해서 입을 연다.

 

 “거기다 한마디 더 보태고 싶은 말은 우리는 조선이 잠시 못 산다고 절대 업신여기거나 깔보아서는 안된다는거네. 중국의 조선족은 우월한 조건이 많고 해야 할 역할도 크네. 현재 우리는 한국사람들 보다 조선을 더 잘 알고 또 조선사람들 보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있네. 그러니 부디 중국 조선족의 우세를 망각하지들 말라고 당부하고 싶네.”

 

 “예, 지당한 말씀입니다.”

 

 “교수님 말씀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뭐 그렇게 심각합니까? 대충대충 운명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지요.”

 

 ‘한근짜리’ 김성만이는 이런 말들은 다 입으로만 불어대는 허튼 소리들이여서 시끄럽고 귀찮기만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보게 성만이, 인류의 절반은 그 ‘대충대충’이란 소리를 딱 질색한다니까.”

 

 대머리가 성만의 어깨를 툭툭 친다.

 

 “인류의 절반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인류의 절반은 녀성들이 아닌가? 그래 성만이처럼 밤에도 대충대충 해보라구. 좋아서 반겨주겠는가 아니면 미워서 질색하겠는가.”

 

 이러자 안송옥이랑 전수향이랑 녀동창들이 대머리에게 달려들어 익살스럽게 잡아뜯고 꼬집는다.

 

 그렇게 떠드는 사이 동창들은 어느덧 쏴-쏴- 소리치며 폭이 넓은 물줄기가 락차 큰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경치 수려한 태양도 폭포앞에 이르렀다.

 

 

   백청아

 

 

  폭포를 구경하고 욕일대를 거쳐서 태양도의 상질물중의 하나인 태양문에 이르자 누군가 이제부턴 소형기차나 꽃마차를 타든지 배놀이를 하든지 좀 마음대로 자유롭게 행동하였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래서 강현수는 저녁 5시반까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별무리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자유시간을 선포했다. 그런데 녀성들은 차를 타든 배놀이를 하든 될수록이면 다 같이 다니자고 떠들었다. 그래서 녀성들의 요구를 존중해 모두들 소형기차놀이부터 하려고 태양문역에서 소형기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나가던 젊은 청년 셋이 구금자 앞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청아어머니 안녕하세요?”

 

 “오- 너희들은 우리 청아 고중동창들이구나. 너희 셋은 모두 청화대학생이지?!”

 

 “예! 청아는 방학에 집으로 오지 않았지요? 도사와 함께 무슨 연구항목이 있어서...”

 

 “그래, 잘 알고 있는걸 보니 너희들끼리는 그냥 련계를 가지는 모양이구나. 너희 셋은 청화대학을 이미 졸업했을텐데 지금 뭘 하지?...”

 

 “우리 셋은 래달에 모두 미국하버드대학으로 공부하러 가기로 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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