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8-12-18)= 한국 국적 포기자 명단 중에는 어렵게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다시 포기한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국 사람과 결혼했거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들과 재외동포가 대부분인 이들은 왜 어렵게 얻은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까.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대부분 녀성=2003∼2007년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리유로 한국 국적을 상실한 1361명 가운데는 원래 국적이 중국이었던 사람이 6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272명, 미국 85명, 필리핀 79명, 대만 45명, 베트남 44명, 몽골 36명, 우즈베키스탄 25명, 태국 21명, 캐나다 16명 등 순이었다. 10명 이하인 나라는 36개국이었다. 여기에는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 영국 독일 터키 벨기에 등 유럽권 국가, 브라질 페루 과테말라 등 미주 국가, 네팔 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1111명(81.6%)이 녀성이었고 남성은 250명(18.4%)에 불과했다. 한국 법무부 관계자는 "국제결혼 열풍이 불면서 한국 남성들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었지만 이후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간 녀성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리안 드림'의 그늘=국제결혼 실패 외에도 이들이 한국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들은 많았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와 한국내에 입국한 재외동포에 대한 렬악한 처우, 한국 사회의 페쇄적인 문화 등이 주요한 리유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을 찾아온 재중동포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고립돼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올해 재한 중국동포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동포의 54.4%는 건설업에 종사했다. 녀성은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48.1%로 가장 많았다. 전문직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남성과 녀성 각각 0.2%와 1.0%에 그쳤다.
급여 수준에 대해서는 남성의 30.4%, 여성의 31.9%만이 만족한다고 답했고 근로시간·작업 내용·작업 환경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남녀 모두 20%대에 머물렀다. 한국 생활에서 애로사항이 생겼을 경우 해결 방법은 '참는다'가 남성의 53.4%, 녀성의 61.3%로 나타나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해소할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또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는다는 비률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한국 재외동포재단이 2004년 실시한 '재한중국인의 취업과 문화적 적응에 대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지적됐다.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인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해졌으며 특히 1993∼2001년 1만8000명의 조선족 녀성들이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통해 입국했다.
보고서는 불법 취업 문제와 임금 체불을 한국 사회 적응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는 한편 한국 사회의 페쇄적인 시각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선진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에만 신경쓸 뿐 조선족이나 러시아 고려인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면서 "뚜렷한 철학과 원리를 가진 재외동포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