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할빈의 한 휴대폰 매장에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말도 하지 않은 채 랭장고로 곧장 가 음료수 한 병을 집어 들고 그냥 걸어 나갔다.
매장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그 남성이 다시 찾아왔고, 전날과 똑같이 아무 말 없이 음료를 가져간 뒤 자리를 떴다.
남성의 이상한 행동에 주목한 매장주는 매장 CCTV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동종 업주들에게 이처럼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불청객을 주의하라고 당부하려 했다. 하지만 영상 게시 후 댓글 창에서 한 네티즌이 해당 청년이 자페스펙트럼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줬다. 매장주가 청년의 행동을 돌이켜보니 눈을 맞추지 못하고 침묵하며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이 흔히 ‘별의 아이’라 불리는 자페 장애인의 특징과 일치했다.
그 뒤로 며칠간 청년은 매일같이 매장을 찾았고, 도사우는 직원들에게 그를 막지 말고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마음껏 가져가도록 당부했다.
6월 5일 청년이 다시 매장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이전과 달리 곧바로 음료를 꺼내지 않고 랭장고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겨우 입을 떼였다.
직원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복숭아 오룡차 아래 있어”라는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침묵만 지키던 자페 장애 청년이 말문을 열기까지 엿새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따뜻한 CCTV 영상은 직원에 의해 인터넷에 공유돼 수많은 네티즌을 감동시켰고, 영상은 청년의 어머니 정춘영에게도 전달됐다. 그녀는 한눈에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의 25살 아들 다박임을 알아봤다.
다박은 돌 무렵 자페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난 20여 년간 밖에서 남의 도움을 받거나 선물을 받고 돌아올 때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은 단 네 글자, ‘남이 줬어’뿐이였다.
정춘영은 아들을 데리고 밀크티를 사 들고 매장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음료값을 지불하려 했지만 매장주는 이를 사양했다. 직원들은 청년이 사회와 교류하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그 자체가 무엇보다 값진 일이라고 전했다.
매장주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또 찾아온다면 언제든지 선의를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
짧은 CCTV 영상, 엿새의 기다림, 다박의 한마디 대화는 휴대폰 매장 입장에서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한 자페 장애 가정에게 있어서 낯선 이의 선의 한 번은 아이의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하나씩 열어주는 소중한 기회였다.
출처:중앙방송총국 흑룡강지국
편역: 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