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태(烟台)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도시 중 하나다. 인구가 8백만에 달하는 산동성의 대표 경제도시이다. 인천공항을 리륙한 비행기가 뜨는 듯 하더니 이내 착륙 안내멘트가 나왔다. 비행기에서 내려본 공항의 모습은 광활한 과수원 한 가운데 섬 처럼 자리하고 있다.
중국 4대 루각인 봉래각 정상에서 서해를 바라보는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지난 24일부터 본격 일정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에는 봉래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해안 개발구를 방문해 설명을 들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해안에 세개의 인공섬이 들어서 있었다. 200만평에 달하는 인공섬을 건설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곳을 상업, 위락시설로 조성하려는 구상이 놀랍다. 북경과 대련, 인천 등이 모두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어 봉래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수수연(隋修妍) 개발구 서기는 한국에도 다녀간 적이 있는 40대의 당찬 녀성이다. 그는 해안개발구 조성 과정에 한국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봉래 해안개발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가운데)과 봉래구 관계자들.
간담회 후 봉래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봉래각(蓬萊閣)에 올랐다. 이곳은 송나라 시절 건축된 루각으로 산서(山西)성의 관작루 등과 함께 중국 4대 루각으로 꼽힌다. 습근평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2018년 이곳을 방문해 명나라 시대의 명장 척계광(戚繼光) 기념비를 세우도록 했다. 봉래 출신인 척계광의 우국충정을 후대에 기리기 위한 뜻이리라. 이곳은 루각을 중심으로 도교와 불교사원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풍랑이 이는 바닷가이니 백성들을 위한 기도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루각에 오르니 서해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과연 중국 4대 누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풍광이다. 코로나가 끝난 탓인지 단체 관광객이 물밀 듯 밀려왔다. 습 주석이 바다를 바라보았다는 곳에 서서 한국쪽을 바라보았다. 물리적으로나 력사적으로나 가장 가까워야 하는 한중 관계의 불편한 현실이 느껴진다. 한국인은 나 밖에 없었다. 그 많던 한국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저녁에는 연태시 인민정부 초청 만찬이 있었다. 부사예(付思睿) 판공실 부주임 등 10여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한중 수교 이후 물밀듯 밀려왔던 한국 기업들과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간 것을 안타까워했다. 연태가 한중 경제협력의 상징도시인 만큼 옛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뜻을 여러번 필자에게 토로했다. 필자는 사람이든 국가든 좋은 관계가 되려면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지극히 원론적인 말이지만 이 말이 가장 효과적인 처방약일 것이다.
20만평 규모의 포도농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
25일 오전 리국안(李國安) 북경 아무스그룹 회장의 안내로 봉래구에 있는 포도농장을 방문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만들어 성공한 청년이 만들었다고 한다. 마치 유럽의 포도농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20만평 규모의 광활한 면적에 포도밭과 와이너리, 숙소 등이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종류별로 음미하며 리국안 회장과 오찬을 함께 했다. 하루빨리 한중 관계가 정상화되어 많은 한국인들이 연태를 방문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리 회장과 필자는 그런 소망을 담아 건배했다.
연태는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