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화룡시 룡성진 천수촌. 립춘을 앞뒀지만 매서운 추위로 날씨가 여전히 맵짰다.
바깥은 차디찬 한기가 몸속까지 파고들 정도였지만 촌민위원회 사무실에 들어서니 모두들 일손을 다그치는 모습에 후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촌간부들이 쪽걸상을 깔고 모여앉아 한달전에 스티로폼에 심었던 파를 뽑아 다듬은 뒤 가을에 사뒀던 파를 다시 스티로폼에 심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가을에 파를 300근 사두길 참 잘했습니다. 스티로폼에 심어 파릇파릇하게 자란 파를 무공해남새 판매점에 가져다놓으면 잘 팔리겠습니다. 지난해에도 파는 없어서 못 팔았잖습니까.” 촌주재 제1서기 윤문방이 파줄기를 다듬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영양토를 담은 스티로폼 박스에 파를 빼곡이 옮겨심던 리배금 회계가 “촌집체에서 지난해 7월, 화룡 시가지에 무공해남새 판매점을 세운 후로 촌민들이 심은 남새와 촌의 입쌀, 잡곡, 콩기름 등 농산물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게사니고기 판매도 걱정이 없게 됐습니다.”라며 기쁨에 겨워 말을 꺼냈다.
“남새판매점이 설립되니 뜨락경제에서 애을 먹었던 판로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고 촌의 소규모 재배, 소규모 사육이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파껍질을 벗기던 촌사무감찰위원회 주임 류신연도 흥이 나서 동을 달았다.
이때 파를 한단씩 묶던 부녀주임 손학봉이 “이번 달은 음력설 특수를 맞아서 남새가게 장사가 대박입니다. 마른 목이버섯을 50근 팔고 포도즙은 200근, 닭알은 1000알 넘어 팔았지 뭡니까. 농한기에 바삐 보내도 보람이 있습니다.”라며 싱글벙글 웃으며 신이 나서 덧붙인다.
이에 파들을 전자저울에 놓고 근을 재던 치안보위주임 강흥발이 “어디 그 뿐입니까. 닭은 200마리 넘어 팔았고 잡곡도 1000여근 판매했으며 게사니는 없어서 못 팔고 있습니다. 소득이 짭짤합니다.”라며 흥에 겨워 웃으며 이야기한다.
어느새 바닥에 파껍질들이 수북이 쌓이고 대화분위기가 한참 무르익고 있을 때 마을에 사는 촌민 장전방과 추향이 촌민위원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택배가 도착해 찾으러 온 것이였다. 알고 보니 촌민들이 인터넷쇼핑으로 구매한 물품을 찾아가기 쉽게 촌민위원회 사무실로 배송되고 있었다.
장전방과 추향은 촌간부들이 파를 심고 있는 작업에 선뜻 동참해 일손을 거들기 시작했다. 오구작작 모여서 서로 나누는 따뜻한 대화에서 새해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장전방은 “설기간에 농산물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첫달부터 출발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한해 동안 이런 호황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기대에 넘쳐 말했다.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며 일손을 부지런히 놀리는 촌간부들과 촌민들의 얼굴마다에는 함박꽃 웃음이 떨기떨기 피여올랐다.
집안에서 그들의 창업 무용담에 귀를 기울이다가 밖으로 나가보니 논벌에는 흰 눈으로 은세계를 이뤘다. 하지만 어떤 집 뜨락에는 모이를 쫏는 닭들이 무리지어 다녔고 어떤 집 울안에는 꿀꿀대는 살찐 돼지들이 먹이를 재촉하고 있었다. 농한기가 따로 없는 겨울 천수촌의 활기찬 진풍경이였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