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아픈 건 아닌데 일상에서 약간의 불편감을 주는 증상이 있다. 례컨대 몸이 붓거나 가려운 경우, 대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난 뒤 관절이 뻣뻣한 느낌이 들 때다. 별다른 통증은 없는 터라 병원에 가기도 모호하다고 여겨 넘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 속 ‘사소한 불편감’이 때로는 의외의 질병이 숨어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사소해보이는 증상도 가볍게 여겨선 안되는 리유다. 일상 속 흔한 불편감에 숨어있을 수 있는 질환을 찾아보자.
◆가려움
가려움증으로 피부과를 찾는 환자의 20~30%는 그 원인이 피부질환과 관련 없는 내과질환으로 진단받는다. 수개월에서 수년간 전신에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국소 부위에 한해 일시적으로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는 피부질환과 다르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만성 콩팥병(신부전)이다. 콩팥기능이 떨어지면서 콩팥이 거르지 못해 쌓인 ‘뇨독’이 가려움증을 유발해서다. 만성 콩팥병 말기 환자의 22~48%에서 뇨독성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환자는 가려움증과 함께 피부 건조증도 호소한다. 뇨독이 땀, 피지를 분비하는 한선, 피지선을 위축시켜서다.또 다른 원인은 간의 이상이다. 온몸이 가려우면서 눈 흰자위와 손발이 노랗다면 담즙 정체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도를 거쳐 쓸개에 도달한다. 이 길을 담석, 담도암 같은 덩어리가 막으면 담즙이 정체됐다가 혈관을 타고 역류해 전신을 돌아다닌다. 학계에선 담즙 성분중 담즙산이 가려움증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한다.
◆잔변, 잔뇨감
대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내보낼 대변이 더 남은 것 같은 잔변감의 대표적인 원인은 과민성 장증후군과 치핵이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는 배에 가스가 차고 잦은 변비, 설사로 직장, 항문의 감각신경이 자극을 받으면서 잔변감을 느낀다. 흔히 ‘치질’로 불리는 치핵도 잔변감을 부르는데 치핵이 항문 쪽 감각신경을 자극해서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같이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이 있어도 잔변감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의 만성 염증이 잔변감을 유발해서다. 잔변감은 대장암의 신호일 수도 있다. 직장, 하부 결장에 암이 생기면 장이 좁아져 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변 후 잔변감과 함께 변이 가늘어졌거나 혈변이 동반되고 배변습관이 달라졌다면 대장내시경 검사 등을 통한 조기 진단, 치료로 심각한 대장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의 발생 기전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방광이 약해졌거나 뇨로계에 염증이 생겨 소변을 실제로 다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다. 소변을 볼 때 잔뇨감과 함께 통증이나 불편감이 따라오면 방광염, 뇨로감염, 전립샘염 등 염증 질환이나 뇨로결석을 의심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잔뇨감과 함께 소변이 뜸을 들여야 겨우 나오고 소변 줄기가 힘이 없거나 끊기면 전립샘비대증의 신호일 수 있다. 전립샘암이 발병해도 암이 뇨도를 압박해 잔뇨감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소변은 다 내보냈지만 방광이 너무 민감해진 경우다. 대표적인 례로 과민성 방광은 염증질환, 통증은 없는데 소변을 참을 수 없고 소변을 자주 봐도 잔뇨감이 있다.
◆뻣뻣함
하루중 유독 아침에 잠에서 깬 직후에 특정 부위의 관절이 1시간 이상 뻣뻣한 증상을 ‘조조강직’이라고 한다. 1시간이 지나거나 움직이면 뻣뻣함이 풀리는 게 특징이다. 특히 손가락 마디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류머티즘 관절염일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손과 손목, 발과 발목 등의 관절에서 염증이 차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활막(관절을 감싸는 막)을 침범해 관절염을 유발하는데 활막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활액을 분비하는 곳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면역계가 병원체가 아닌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활막에 염증을 유발한다.조조강직이 허리에서 3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주로 만 40세 이전에 3개월 넘게 허리가 뻣뻣하고 허리 통증으로 나타난다. 잠을 자고 난 아침, 오래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할 때 더 심해지며 움직이면 허리 통증이 완화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40%에선 눈에 포도막염이 발생한다. 눈 통증과 눈부심,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동반된다. 치료를 놓치면 실명까지 다다를 수 있어 진찰을 빨리 받아야 한다.
출처: 종합
편집: 김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