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네가 진 것 같네.”
“이렇게 쉽게 지다니...다시 한번 더 둡세.”
11일, 연길시 공원가두 원신사회구역 로인활동실에 들어서니 남성 로인 4명이 조를 나누어 조선족장기를 두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나이에 집사람처럼 손주, 손녀나 잘 보살필 수 있나? 남성으로서 퇴직하니 정말 적적하고 마음이 외로웠다네.” 장기를 두면서 채규빈(72세) 로인은 이같이 운을 뗐다.
채규빈 로인은 퇴직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나 회사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나이였는데 퇴직하고 나니 자신이 지위가 점점 낮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데다 안해마저 퇴직후 손주를 봐주랴 가정일을 돌보랴 할 일이 줄어들 사이가 없이 바삐 돌아치기에 자신은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쓸모없는’ 사람으로 되여버리는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터놓았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여러 로인활동실을 찾아가 보았지만 녀성 로인들이 대다수였고 동성 친구를 찾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8년 원신사회구역에서 로인활동실을 새로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게 되였는데 여기는 남성 로인들이 장기를 둘 수 있도록 장기기자재들을 여러개 제공해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었단다.
젊었을 때부터 장기 두기를 좋아했던 채규빈 로인은 매일 오후 1시만 되면 원신사회구역 로인활동실로 가는데 채로인 뿐만아니라 원신사회구역에 거주하는 많은 남성 로인들도 여기에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이곳으로 찾아오는 로인들마다 “여기에 와서 ‘장이야 멍이야’ 하면서 장기를 재미있게 둘 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과도 사귀면서 매일 그들과 여러가지 주제의 대화도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싱글벙글해 자랑했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