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하나 없이 일방통행만 가능한 외골목, 그 끄트머리에 있는 철제 울타리 그리고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측백나무들과 가지런히 놓여진 장독들.
지난달 29일에 다년간 전통적인 방법으로 된장, 썩장, 고추장 등을 담그는 연길시 의란진 신암촌 제1촌민소조의 연변이도령식품유한회사를 찾았다.
“생선장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일들을 해봤습니다만 그래도 우리 민족 전통음식의 장래성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잘 해낼 거란 신심이 있었습니다.”
연변이도령식품유한회사의 책임자 리경애(61세), 리흥문(58세) 오누이가 장을 담그게 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고향이 안도현 영경향인 이들 오누이는 2002년에 연길시 철남구역으로 이사를 온 뒤 된장을 담그기 시작, 2013년부터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게 됐다.
“우리 어머니가 워낙 된장과 김치를 잘 담그기로 동네에 소문이 났었습니다.” 어머니 한옥순씨는 당시 길림건축공정학원에 입학하게 된 리흥문씨를 따라 장춘으로 이사하고 그곳에서 김치, 된장 장사를 했었다고 한다. 리경애씨는 어머니에 대해 다섯 자식을 뒤바라지한 억척스러운 녀성이였다고 돌이켰다.
‘이도령’ 브랜드를 일떠세우기까지 온 가족이 총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리경애, 리흥문씨의 셋째, 넷째 동생과 연길시에서 직접 판매에 나선 막내동생까지 모두 합심하여 회사의 설립에 토대를 마련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3만 6000여평방메터에 달하는 부지를 구입한 뒤 이곳에 꽃도 가꾸고 우물도 파고 장독도 하나둘씩 장만해갔다. 그리고 2015년에 연변이도령식품유한회사가 정식 설립됐다. 현재 회사에서는 개당 200킬로그람 정도의 장을 담을 수 있는 장독을 1200개 남짓이 보유하고 있으며 한꺼번에 1000킬로그람의 콩을 찔수 있는 설비도 갖추고 있다.
3년 숙성과 5년 숙성 된장은 킬로그람당 각각 16원, 20원에, 썩장은 킬로그람당 20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소 높은 가격에도 장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북경, 천진, 청도, 상해, 소주, 광주 등 주내외 각지로 판매되면서 단골고객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번은 상해에 거주하는 단골고객이 고향 방문차 회사를 직접 찾았다고 한다. 된장 15킬로그람과 고추장 10킬로그람을 사가면서 그는 “이 맛을 그대로 이어가주세요. 저희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든 장맛이 나네요. 타향에 간 뒤로는 처음 먹어보는 맛입니다. 전통적인 우리 장을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고 이들 오누이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상품을 판매하면서 되려 고객들로부터 감사의 말을 듣다니요.” 리경애씨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20년 가까이 된장을 담그다 보니 막내동생도 어느새 50대에 들어섰다는 리경애씨, 몸이 지쳐서 그만두려고도 했었으나 마당에 늘어선 장독들을 바라보노라면 또 저도 모르게 힘이 솟구친다고 한다.
“그저 량심적으로 장을 잘 만들어보자는 것밖에 없습니다.”
회사 마당에서 3년간 숙성된 된장을 그릇에 담으면서 리경애씨, 리흥문씨는 이렇게 언급했다. 소박한 이들 오누이의 바람이 구수한 된장향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코끝을 간지럽혔다.
출처:연변일보
편집:김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