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태어나서부터 내내, 심지어 수능준비 시절까지도 밤샘은 커녕 하루 7시간은 꼬박꼬박 자오던 저였지만, 대학생이 된 후 시커먼 밤과의 긴밀한 밀회는 저에게 불가피한 것이었습니다.
뭐 얌전한 고양이도 오도구 바닥을 기게 만든다는 알코올과의 몽롱한 하룻밤은 말할 것도 없고, 저 멀리 계신 부모님을 그리며 만수네(MSN)서 밤새 북경유학동무들과 회포를 풀던 것도 부지기수, “나는 북경대학교 대학생이야-”하고 무한적 거만함을 뽐내다 데드라인 전 날 눈 밑에 기생하는, 일명 ‘다크써클’이라고도 불리는 어둠의 자식과 함께 레포트를 토해내던 분만(?)의 밤들까지……그 동안 밤 12시 취침 아침 7시 기상을 생활화 했던 바른생활어린이(…)였던 저였지만 말입니다.
한번은, 전공필수 중간레포트 데드라인이 바로 다음날인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손대지 않은 저와 룸메는 서로를 도와가며 밤을 새기로 했었습니다. 중국 물가상승에 대한 레포트였기에 내용에 대한 나름 심도있는 토론과 자료분석을 하며 열심히 두뇌노동을 하다가, 자꾸 ‘닭 값’, ‘돼지고기 값’이란 말과 더불어 꼭 심야에만 야기되는 맛나는 음식에 대한 욕구, 그리고 혼자가 아닌 두 명의 여자아이가 모였다는 사실이 결합되니 그게 즉각 야식을 향한 갈망으로 발전되고, 전화로 치킨 한마리를 배달시켰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게 그 날 따라 기분이 영 찝찝하더니, 역시나 전화한 지 1시간이 지나도 배달이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짜증 반 걱정 반에 식당에 전화를 해보니 이미 도착할 시간이 지났다는 대답에, 혹시나 배달하는 아저씨가 중간에 사고라도 당한 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우리 머릿 속을 어지럽혔고, 걱정스런 마음에 그 새벽 우리는 조용히 무릎 꿇고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지지배 둘이 이 새벽에 닭 한마리나 시켜버린 죄 사하시고 제발 몸만 건강히 와주세요-…”와주세요-…” 그렇게 1시간 반이라는 억겁같던 시간이 지나고 우리에게 몸과 닭 건강히 와주신 배달부 아저씨 덕분에 새벽 2시에 치킨을 들이 삼키던 우리는, 새벽녘 과식으로 인해 야기된 위통과 함께 언제 어디로나 투철한 정신으로 음식 배달해주시는 아저씨들에 대한 존경스런 마음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북대 토론동아리 논객에서 주최하는 중국어 토론대회에 참가하기 전날 밤, 일정한 목적 하에 복수의 주권국가로 구성된 국제기구 마냥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한 팀으로 구성된 저와 다른 두 친구들은, 다음 날 토론을 위한 초고조차 작성치 못한 잔혹한 현실의 벽에 부딫혀 다음날이 전공필수 중간고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커먼 밤과의 밀회를 즐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이미 창문에서는 따스함을 전해주는 햇님이 얼굴을 들이밀기 마련인데, 이쯤 되면 정신은 말짱하다 쳐도 혹사당한 몸은 오징어마냥 흐느적이는 신기한 경험을 겪게 될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힘들었지만 또 재미있었던 그날의 밤샘, 비록 그 날 밤 고생으로 준비한 토론대회에서는 졌지만 참 신기한 변화와 경험을 했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뭐 다음 날 오전에 본 중간고사야 비몽사몽 데굴데굴 말렸지만, 그거야 대학생활 하면서 한번쯤 겪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사는 북경유학생들은 그 특유의 신분으로 인해 밤샘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로 인해 또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만수네서 노는 것도, 사랑하는 교수님께 한글자라도 더 써드리려고 다크과 힘을 합쳐 레포트를 분만하는 것도, 심지어는 보안들 눈치 봐가며 새벽에 치킨 한 마리를 고이 저장시키는 것도 다 좋지만 아무래도 건강을 위한 제지의 필요성은 있겠죠. 하지만, 연체동물마냥 흐느적 거리며 눈 밑 어둠의 자식 뼈빠지게 키우는 밤샘은 우리 북경유학생들에게는 정말 불가피한 사항인사항인 듯 싶군요.
/최예지나(북경대학 07 국제관계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