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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안개 흐르는 태양도(4)
http://hljxinwen.dbw.cn   2009-04-28 13:14:26
 
 
 
 
 

 

 

 “호호호 인제 보니 반장은 진짜 머리도 좋고 수단도 있는 사람이래요. 그러면서 또 성실한 면도 보이고요.”

 

 “어허, 윤희는 앞으로 직업을 신문기자를 택했으면 좋을듯 싶구만.”

 

 “왜요?”

 

 “질문도 교묘하게 들이대고 그 뒤엔 론평까지 멋대로 붙여대니 그거 기자들이나 하는 일이 아니겠소?”

 

 “어머! 전 별로 생각 없이 하는 말인데두요.”

 

 둘은 이야기꽃에 흥분되여 매서운 추위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오- 여기가 할머니가 말씀하던 두갈래 길이네요.”

 

 “그럼 우리가 어느 사이 30리 길을 걸었구만. 이제부턴 북쪽으로 굽어든 길로 가라고 했지?!”

 

 “네. 맞아요.”

 

 그런데 그때 바로 이곳에서 큰 일이 생겼던것이다.

 

 최윤희는 소변을 보려고 백일호를 보고 먼저 걸으라고 했다. 그래서 인츰 눈치챈 백일호가 앞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는데 별안간 길 아래 낭떠러지에서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어마나!’하는 최윤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백일호는 군대외투를 펄럭거리며 엎어질듯 정신없이 소리나는 쪽으로 뛰여갔다.

 

 한반 동창들이라 해도 필경은 서로 조심스러운 처녀, 총각들이라 최윤희는 처녀가 앉아서 오줌을 누는 모습을 백일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길우에서 둬 미터 아래에 있는 얼음강판에 내려가 바지를 벗으려고 조심조심 나무가지를 휘여잡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얼음우에 한발을 딛고 다른 한발까지 마저 옮겨 디디는 순간, 그 얼음이 풍덩 하고 그만 꺼져 내려갔다. 그곳은 밑으로는 샘물이 흐르고 있어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은 줄을 미처 몰랐던것이다. 다행이도 밑으로 흐르는 물은 깊지 않아 다리 허벅지에 이르고 있었다. 백일호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물에 풍덩 뛰여들어 두손으로 최윤희를 번쩍 안았다. 그리고는 최윤희를 가파로운 낭떠러지에 올려놓고 손에 닿는 나무가지를 꼭 쥐도록 하였다. 그렇게 백일호가 뒤에서 등을 떠밀어 최윤희가 먼저 언덕우로 올라왔다. 그 다음엔 최윤희가 우에서 당기는 손을 잡고 백일호도 뒤따라 언덕우에 올라설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길우에 올라서자 물에 푹 젖은 두 사람의 솜바지가 대뜸 꽁꽁 얼어들기 시작했던것이다.

 

 “이러다간 큰 일 나겠소. 이제부턴 힘들어도 뛰여가야 하오!”

 

 “어디까지요?...”

 

 “동천촌 인삼장이 10리길 남았으니 그쪽을 향해 무작정 뛰여야지. 어서!”

 

 그래서 백일호와 최윤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뛰여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먹은 솜바지가 단통 마른 소가죽처럼 뻣뻣해 나는데다 몸엔 겨울옷을 꽁꽁 껴입다보니 거퍼 몇백미터도 뛰지 못하고 숨통이 꽉 막혀 눈길우에 벌렁벌렁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조금 앉아 가쁜 숨을 돌리노라니 눈까풀이 무거워지며 잠이 소르륵 왔다. 먼길을 걸은데다 방금은 뛰기까지 했으니 몸이 몹시 지쳤던것이다.

 

 백일호는 다시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이렇게 거퍼 몇분만 더 눈을 감고있다가는 두 사람은 사르르 잠이 들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몸은 동태가 되여 영영 잠에서 깨여나지 못할것이다. 그러다가 날만 저물면 이 산속에 있는 짐승들이 만찬거리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올것이 아닌가.백일호는 더럭 겁이 났다. 

 

 “어서 일어나오. 이대로 있다간 우리 둘다 얼어죽고 마오! 아무리 힘들어도 비장한 결심을 내리고 그냥 뛰여야 하오!”

 

 “저는 이젠 죽어도 더 뛰지는 못하겠어요.!”

 

 “그럼 나한테 업히오!”

 

 백일호는 최윤희를 마구 둘쳐업고 일어섰다. 그런데 최윤희가 업히지 않으려고 몸을 탈며 백일호의 등에서 마구 굴러 내려갔다. 그래서 이번엔 최윤희의 한팔을 어깨에 걸치게 하고 최윤희를 질질 끌면서 백일호는 또 뛰였다. 얼마쯤 갔는지 그렇게 뛰다는 걷고 걷다는 뛰기를 반복하는데 그들이 가고 있는 오솔길에서 한 1리쯤 거리 되는 서쪽 산등성이에 오두막집이 하나 눈에 띄웠다.

 

 “됐소. 이젠 살았소!”

 

 백일호는 점점 기진맥진하는 최윤희를 끌고 그 오두막집으로 간신히 올라갔다.

 

 창문도 부서지고 출입문도 다 거덜이난 텅 빈 오두막집이였지만 서넛이 누울만한 구들도 있었고 밑이 깨진 가마에 부엌도 있었다. 백일호는 바깥 주위를 다니며 나무 가지를 한아름 주어다가 우선 먼저 부엌앞에다 불을 지폈다.

 

 이윽고 생명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후- 뜨거운 불을 보자 시름이 훌 놓이며 긴 숨이 나왔다. 둘은 말없이 외투를 벗고 물에 젖고 얼어든 바지부터 불에 녹인 다음 벗어서 말리우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땀에 흠뻑 젖어 물주머니가 된 속옷들도 한벌 또 한벌 벗어서 말리워야 했다. 이젠 이글이글 타는 불 앞에서 반쯤 등을 돌리고 앉은 백일호는 속살이 다 드러나는 팬티바람이고 최윤희 웃몸에도 젖싸개 하나 더 걸쳤을뿐이다.

 

 백일호는 메고 온 가방에서 감자를 꺼내 불에 구운 다음 최윤희에게 한알 건네준다. 얼굴을 붉히며 그 감자를 받아 쥐는 최윤희는 별로 사양할 겨를도 없이 감자속을 파먹고 있다. 지치고 허기졌던것이다.

 

 타오르는 불만 바라보는 두 사람은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앗, 따가워라!”

 

 갑자기 타던 나무에서 불똥이 튀여 최윤희의 허벅지에 날아갔다.

 

 “어디가? 뎄소?”

 

 백일호는 반사적으로 흰살이 드러난 최윤희의 어깨를 꾹 쥐였다. 

 

 그 순간, 빛발치는 눈과 눈이 마주쳤다.

 

 백일호는 최윤희를 한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군외투를 요로 삼고 그 우에 함께 쓰러졌다.

 

 “어마나! 반장! 전, 전, 몰라요...”

 

 “윤희!... 윤희!...”

 

 고요하던 오두막에서 최윤희의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그리고 백일호의 거친 숨소리도 간단없이 터졌다...

 

 “이젠 어쩌지요?”

 

 “어쩌다니? 이젠 윤희 몸이 내몸으로 되였고 내 몸도 윤희몸으로 되지 않았소?!”

 

 “전 속으로 반장을 좋아했어요.”

 

 “그런 눈치라곤 전혀 없던데...”

 

 “호- 속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전 언제나 겉으론 더 멀리 하는척 하거든요.”

 

 “그럼 우리 반 동창들은 다 멀리 하니까 윤희 눈엔 다 밉지 않다 그런 말이오?”

 

 “그것과는 다르지요. 전, 저만의 삶의 방식이 따로 있어요. ...호호, 아까 길을 걷다가 저 혼자 왜 웃었는지 아세요?”

 

 “?... ...”

 

 “동천촌 고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어요. ‘우리 조선족들 가운데도 이렇게 멀쑥하게 키 큰 청년들도 있어나? 둘은 어찌 봐도 천상 배필이여’라고 하던 말씀 말이래요.”

 

 “그 할머니가 그런 말씀도 했던가?”

 

 “이- 같이 듣고서도 모르쇠를 놓기는...”

 

 ...

 

 백일호와 최윤희가 동천촌 인삼장으로 들어섰을 때는 해가 서산으로 떨어지고 어둠이 기신기신 내려앉는 저녁녘이였다...

 

 아니나 다를가 고할머니의 말처럼 성이 지씨라는 바깥로인은 민간이야기 ‘보따리’였다. 로인은 저녁상을 물리기 바쁘게 메주덩이만큼 큰 나무로 만든 초담배 통을 앞에다 끌어놓더니 입에서 뿜어대는 뽀얀 담배연기와 함께 이야기가 끝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백일호와 최윤희는 너무도 피곤해서 눈까풀이 천근만근 되였다. 그래서 최윤희는 먼저 한옆에서 자라고 하고 백일호만 눈을 뜯으며 열심히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후에 동창들이 수집해온 민간이야기들로 78년급 조문반에서는 ‘불로송’이란 제목으로 민간이야기책 한권을 묶었는데 그중에는 ‘인삼꽃’ ‘도끼 한자루’ 등 그날 밤, 지로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13편이나 수록되였다.

 

 이튿날 늦잠에서 깨여난 그들 둘은 점심때가 거의 되여서야 점심 삼아 아침을 먹고 인삼장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곧추 산속에서 나오지 않고 어제 사랑의 씨앗을 심었던 오두막에 재차 올라가 또 한번 뜨겁게 한몸이 되여 살과 살을 섞었다.

 

 산에서 나오는 길엔 둘이 별로 할말이 없었다. 최윤희는 백일호의 한 팔을 꼭 끌어안고 백일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인채 조용히 눈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백일호는 오두막에서 나오자부터 머리가 천근 되는 바위가 누르듯이 무겁고 아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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