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강현수! 네가 아는 김운재는 그럼 어떤 사람이냐?”
“내보기엔 김운재가 중국의 현장들중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현장이야!”
“도대체 어떻게 우수한데?...”
“너네 그 화남현에서 30년간 손도 대지 않은 농전 수리공정을 누가 다 했어? 김운재가 아니야? 가목사지구에서 경제발전이 제일 말등이던 너네 화남현을 누가 전 시적으로 첫손에 꼽히는 부유현으로 춰세웠어? 그것도 김운재가 절강성 온주의 자금을 유치하고 온주 모식을 도입해 시장경제를 춰세운 덕분이 아니야?”
“야, 네 말대로 김운재가 우리 화남현 경제는 춰세웠다 하자. 그만큼 불법기업주들에게 편리를 주어 돈을 깍쟁이로 챙기고 숱한 계집들을 차고 다니는건 또 뭐냐?”
“돈을 깍쟁이로 챙기고 계집들을 차고 다니는걸 네가 봤나?”
“야, 야, 우리 화남현에 30만이 사는데 입가진 사람은 다 말한다!”
“그럼 소문난건 다 사실이냐? 내가 김운재한테 들은 대로라면 너네 그 화남현위의 맹서기란 작자가 김운재를 질투해서 그런 소문을 퍼뜨린다더라!”
동창모임에 나타나지도 않은 김운재를 놓고 강현수와 맥주병밑굽은 저마다 목에 지렁이 같은 피줄을 세우고 대들이 싸움이 벌어진다.
김운재의 내막을 잘 모르는 동창들은 모두가 긴장한 눈길로 강현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고 맥주병밑굽의 입에서는 또 무슨 말이 나오는가만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조선족간부들이 한족사람들 속에서 령도노릇 하자면 머리와 재능도 더 뛰여나야 하거니와 일도 두배, 세배 더 해야 위신이 서는거야. 중국사람들처럼 거미줄 같은 친인척 련계망이 없고 등에 업을 산도 없는 김운재는 너무 고생하고 힘들어서 한번은 여기 할빈에 와 회의 하다가 중도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까지 했댔어. 너 그런걸 알아?”
“야, 야, 내 정말 열받아 미치겠다. 김운재가 그렇게 입원한게 할빈에서 한번뿐인줄아냐? 작년에 가목사에서도 입원했는데 숱한 사람들이 돈뭉치를 들고 가더라. 나도 동창이라고 돈 2백원 들고 병문안을 갔다가 거지 취급받으며 쫓겨난적도 있어!”
“누가? 김운재가 너를 쫓아냈단 말이야?”
동창들이 맥주병밑굽이 하는 말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김운재는 얼굴도 구경 못했고 그 자식 비서라는 젊은 놈이 병실로 들어도 못가게 하더라!”
“그럼 그게 비서가 한짓이지 김운재가 쫓아낸거냐?”
“그 비서라는 녀석도 내가 김현장 동창생이란걸 잘 알고 있는 놈이야! 다 운재 그 자식 물을 먹은 더러운 한통속이지. 내 이 리두성이가 사회의 밑바닥에서 훈장노릇하니깐 거지취급해서 그러는게 아니겠냐! 야, 야, 그때 같아선 그 병원에다 불이라도 확 질러놓고 싶더라!”
“그건 그렇다 치고 김운재가 현의 한족직업중학교에다는 숱한 돈을 처넣으며 새 교사를 멋지게 지어주면서 왜 저 맥주병밑굽네 조선족중학교는 그렇게 애걸복걸 해도 돈 한푼 주지 않는대? 그래 현수 자넨 이건 또 어떻게 해석할래?”
이번엔 김성만이도 맥주병밑굽의 편을 들어 팔을 겉어붙이며 강현수에게 따지고 든다. 간밤에 맥주병밑굽한테서 많은 이야길 들어 다른 동창들보다는 김운재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김성만이다.
“성만이 자넨 뭘 잘 모르면 아는 소리 작작 하라구. 자네 저 두성이네 중학교를 가봤어?”
“안가봐도 우리 민족의 학교지.”
“모르면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구. 저 두성이네 중학교는 지금 학생이 모두 합쳐야 40명밖에 안되는 학교야. 그래 당금 무너질 학교에 새 교사를 지어 달라구? 몰라, 성만이 너라면 두고 두고 죽은애 옷까지 장만 할는지? 여기 있는 동창들이 어디 한번 생각들 해보라구. 그런 학교에도 새 교사를 지어주어야 하는가?”
이말 역시 김운재가 강현수에게 들려준 말이였다. 그런데 강현수는 “맥주병밑굽은 자기도 부교장쯤 시켜줬으면 하는 눈치던데 걔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으로는 훌륭하지만 령도로 될 재목은 아니지.”라고 하던 김운재의 말만은 지금 목구멍까지 올라 오는것도 맥주병밑굽의 체면을 고려해 억지로 꿀꺽 삼켜버린다.
“허허 인제 보니 너 현수는 김운재 어른한테서 많이 얻어 가진것 같구나.”
맥주병밑굽은 배포유하게 도수 높은 안경을 벗어서 안경유리를 닦으며 슬슬 강현수를 비꼬아준다.
“얻어 가지다니? 김운재한테서 중화담배 두보밖에는 가진거 없어.”
“저런, 저런... 그 담배곽속에 담배만 들어있었겠나? 담배처럼 돌돌 말아 넣은 백원짜리 인민페가 들어있을지 누가 알아?... 한 담배곽속에 돈이 2천원은 잘 들어간다더라. 그럼 20곽이면 돈이 얼마 될가?...”
“이 개새끼 생사람 잡는구나!”
“뭐, 개새끼? 너 기자질 한다는 놈도 입이 더럽긴 역시 변소간이구나!”
“뭐 어쩌구 어째?”
순간, 강현수는 상우에 있던 맥주병을 머리우로 번쩍 쳐들었다.
당장 맥주병밑굽의 머리를 박산 낼 잡도리다.
동창들이 일시에 얼어붙었다. 맥주병밑굽도 너무 놀라 입만 딱 벌리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현수는 피씩- 웃으며 머리우로 쳐들었던 맥주병을 도로 천천히 상우에 내려놓는다.
필경 수십년간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신문기자로 굴러먹은 강현수라 그만한 수양과 참을성은 이미 몸에 배였던것이다.
“이 자식, 사내라는게 칼을 뽑았으면 하다못해 발톱이라도 깎아야지 그저 도로 집어 넣는법이 어디 있어?”
맥주병밑굽도 따라 웃으며 해보는 소리다. 그 웃음속에는 자기 말이 너무 빗나갔음을 량해하라는 의미도 들어있는듯 싶었다.
“씨팔, 바라오지도 않는 그 김운재 녀석 바람에 우리 술상이 다 개판난다. 자식, 이제 만나기만 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