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2009-01-06)=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한 조선족이 수천만원(이하 한화)을 사기당한 뒤 좌절 속에 살다 기축년 새해 첫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한국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5시50분께(이하 현지시간) 구로구 구로동의 한 찜질방에서 종업원 신모(46)씨가 숨져 있는 것을 한 손님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손님은 "찜질방 토굴방에 다리에 피기가 없는 남자가 누워 있어 자세히 봤더니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병원의 검안 결과 신씨의 사인은 협심증에 의한 심근경색이었다.
유족 등에 따르면 중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1997년 한국에 간 신씨는 목욕탕과 찜질방에서 '때밀이'로 일하며 8천여만원을 저축했다.
그러나 3년 전 "큰 목욕탕을 세울 계획인데 투자하면 때밀이 사업을 보장하겠다"는 지인의 말에 속아 한푼두푼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을 날리고 말았다.
중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는커녕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신씨는 심한 좌절감에 빠졌고, 당시 충격으로 2년 전에는 협심증까지 얻게됐다.
먹고 사느라 바쁜 나머지 체류 연장을 못한 신씨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잠적한 지인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원래 자리로 돌아와 열심히 일해 온 신씨는 그러나 새해 첫날 소중한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세상과 영원히 리별했다.
유족측은 "한국에서 돈을 모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유일한 소원인 소박한 사람이었는데.."라며 애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