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이 시끄럽다. 한국정부와 여당은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형 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아 공격을 계속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한중 관계를 해친다며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정부와 여당의 분노는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대사관저 만찬회동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정책을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또한 관저 만찬에 야당 대표를 먼저 초대한 것에 대한 불쾌감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한국 외교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한중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경제계와 다수 국민의 여망에 반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자아내 향후 한중 관계에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통령까지 나선 이번 사태는 몇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럽고 국익에 반한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한중 관계의 회복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1992년 수교 이후 량국 경제는 마치 '샴쌍둥이' 처럼 융합되어 있다.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데 억지로 분리하려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다.
둘째, 중국의 대표적인 친한국 외교관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 외교부가 초치를 하고 국민의힘 대표가 '침략국 대사' 운운하며 극언을 퍼부었다. 마침내 대통령까지 나서 대사를 비난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국 외교사에서 특정국가 외교관에게 이같은 공격을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특히 국정의 최후 보루인 대통령까지 이 사안에 로출된 것은 향후 대중국 외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대사에 대한 공격이 인신공격 수준으로 넘어가 한국의 외교적 국격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외교소식통을 출처로 형 대사의 울릉도 고급 리조트 접대 의혹을 보도했다. 이는 마치 한국 정부가 외국 대사의 동선을 감시하는 것 처럼 비칠 수 있는 위험한 보도이며, 인신공격성 보도라는 비판이다. 앞으로 다른 외국 대사들도 감시의 시선을 느끼며 불편한 한국 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외교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강대강 대치는 외교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과 정치적 대립을 하는 것은 정치의 속성상 리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외교는 꼬인 국가 관계를 대화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다. 국내정치에서 정적을 공격할 때 하는 방식으로 주한중국대사를 공격하는 것은 두고두고 한중 관계에 부담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대표적인 외교통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윤상현 의원이 자제를 주문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방까지 가서는 안 되고, 이런 걸 가지고 오히려 새롭게 뭔가 돌파구를 열어야 된다"고 주문했다.
한국은 반도 국가이자 분단 국가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이북과 대치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 나라다. 이는 외교가 곧 생존이라는 뜻이다. 외교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고, 특히 4강 외교의 성패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나라에서 외교를 국내정치하듯 몰고가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아마추어 외교라는 비판이다. 중국은 이미 형대사에 대한 신임을 확인하고 주중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럼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한중 관계의 파탄과 그로 인한 한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대사 추방인가? 외교는 정치가 아니다. 감정 표출의 장(場)도 아니다. 오로지 국익을 위한 치렬한 협상의 장(場)일 뿐이다. 일본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협력하면서 최대 경제 협력국인 중국에 대해 과도한 공세를 퍼붓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균형을 잃은 외교이다. 한국정부와 여당은 이제 대사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대화하기 바란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ㆍ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