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만에 유럽을 강타한 최악의 가뭄으로 강이 바짝 마르자 오랜 시간 강바닥에서 잊혔던 고대유적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유럽의 강과 저수지 바닥에서는 7000년 전 스페인판 ‘스톤헨지’와 청동기시대 건물터, 로마의 네로 황제가 건설한 다리 등 다양한 인류문화유산들이 발견됐다.
21일, 스페인 서부 카세레스주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는 이달초 수백개의 선사시대 돌기둥이 신비한 자태를 드러냈다.
스페인판 스톤헨지, 공식적으론 ‘과달페랄의 고인돌’로 불리는 이 유적은 이베리아반도의 건조한 날씨로 저수기 수위가 총량의 28%까지 내려가자 저수지 한쪽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로출했다.
70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1926년 독일 고고학자가 최초로 발견했으나 1963년 프랑코 독재정권 치하에서 농촌개발 프로젝트로 땜이 만들어지면서 침수됐다. 그 후로 고인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네번 밖에 되지 않았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지역에서는 올봄부터 기원후 69년-79년에 건설된 로마의 요새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1949년에 물 아래로 잠겼던 이 유적은 현재 2만 4000평방메터 규모의 면적 전체가 드러난 상태이다.
이와 함께 이곳에선 30년 전 저수지건설로 수몰된 아세레도 마을이 옛 모습을 드러내 관광객을 끌고 있다.
엘베강이 흐르는 체코 북부 제친에서는 ‘기근석’이 등장했다.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강물이 메마를 때 사람들이 이 기근석을 찾아 날자와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제친의 기근석 우에 새겨진 년도를 보면 1417년과 1473년은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1616년, 1707년, 1893년 등은 아직도 분명하게 보인다.
독일에서도 라인강이 흐르는 프랑크푸르트 남쪽의 보름스와 레버쿠젠 근처의 라인도르프 등지에서 기근석이 모습을 다시 나타냈다.
이딸리아에서는 포강의 수위가 7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북서부 피에몬테에서 고대마을의 유적이 나타났다.
또 롬바르디아 오글리오강에서는 청동기시절 목재 건축물 기초가 나왔고 린근 코모호수 바닥에선 10만년 전의 사슴 해골과 하이에나, 사자, 코뿔소의 잔해가 발견됐다.
로마 티베르강에서는 네로 황제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다리는 네로 황제가 강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모친 아그리피나의 저택에 편하게 가려고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철기시대의 양털옷과 로마시대 샌들, 1300년 전의 화살 등이 발견됐다.
메마른 강바닥에서 나오는 것은 고대유적만이 아니다.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린근 다뉴브강에서는 2차대전 때 탄약과 폭발물이 실린 채로 침몰한 독일 군함 20여척이 발견됐다.
이딸리아 포강에선 2차대전 당시 침몰한 화물선과 나치 군용차 등도 발견됐다. 450킬로그람에 달하는 대형 폭탄이 발견됐을 땐 해체를 위해 린근 주민 3000명이 일시 대피하기도 했다.
빙하가 녹고 있는 유럽 산악지역에서는 반세기 넘게 묻혔던 유골 등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스위스 남부 헤셴 빙하 등지에서는 1970년-1980년대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반객 3명의 유골이 수습됐다.
출처: 연변일보
편집: 정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