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품었던 미술 열망은 세월 속에 한으로 남았다. 환갑 즈음 아들과의 생사리별후 줄곧 무용과 노래로 아픈 마음을 달래였던 심양시 서은희 할머니(71), 3년 전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이 늘면서부터 붓을 손에 들었다.
3년 동안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매일 2~3장씩 그렸다.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기에 스스로 공부하면서 보기 좋은 사진들을 백지에다 옮겨그렸다. 처음에는 정물화, 초상화가 주요였는데 그 뒤로는 복잡한 풍경화, 국화, 수채화도 그릴 수 있었다.
타고난 관찰력과 인내력으로 작품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고, 하나둘씩 쌓여나간 그림은 어느새 한권의 공책을 가득 채웠다.
마침 함께 무용을 배우고 모델쇼 활동을 하던 한족친구가 함께 온라인에서 공필화 수업 영상을 구독하자고 제안했다. 그뒤로는 인터넷에서 본격적으로 회화기법을 배우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다.
서은희는 인물, 꽃, 풍경을 담은 공필화(工笔画)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 특히 고대미인과 민속화에 흥취가 많아 5시간~6시간씩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끼니를 거르거나 밤잠을 설치며 창작할 때도 있었다.
“‘공’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공필화는 공교한 필법-선의 조형을 근간으 로 옅은 물감을 여러번 내지 수십번 반복적으로 선염하여 정성스럽게 그려내는 화법이기에 섬세하고 형상적이며 색채가 환하고 아름다우며 고귀한 멋을 담는 것이 매력적이다.” 작품이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그 성취감에 젖어 잠시나마 아들을 잃은 아픔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의 정성을 담은 붓 끝에서 창작된 공필화작품만 100여점이다. 한 동창생은 그의 그림에 감탄하며 료녕성조선족미술촬영서예협회의 김인국 회장에게 서은희를 소개했다. 미술 새내기라며 자신이 없다고 협회 가입에 주저했지만 김인국 회장의 격려에 끝내 협회에 발을 들였다.
협회에서 서은희는 성내 조선족 화가, 미술 애호가들과 미술기교를 교류하며 나날이 자신감을 쌓아갔고 안목도 넓혀갔다.
2021년 서은희는 협회의 추천으로 처음 작품전에 참가, ‘료녕성 리퇴직 로간부, 로전문가 사회조직 중국공산당 창건 100돐 경축 서화정품전’에 자신의 공필화작품 <국화(国花)>와 <년년유여(年年有余)>를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관객들의 긍정을 받으며 주최측으로부터 영예증서까지 수여받았다. 그뒤로 서은희는 협회 추천으로 ‘심양시 각 민족 군중 중국공산당 창건 100돐 경축 서화전’ 등 여러 작품전에 참가해 작품을 선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현재 서은희의 작품은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된 집콕생활 기간 화가의 꿈을 이룬 것이다. 최근 그는 료녕성조선족미술촬영서예협회 리사로 활약중이다.
서은희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우수한 지를 모르고 있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다면 결국 더 나은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언젠가는 개인작품전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아픔을 가슴에 묻고 요즘은 사의화(写意画), 붓글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는 서은희 할머니, 끊임없는 도전으로 아름다운 만년을 그려간다.
출처:료녕신문
편집:김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