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기념관' 건립에 3억원 내놓은 손동창 ㈜퍼시스 회장
"젊은 아이들이 줄 서서 관람할 만큼 감동 있는 기념관 세워주었으면…"
(흑룡강신문=하얼빈) = 백발 신사가 지난 10일 오전 한국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안중근의사기념관건립위원회(위원장 박유철 단국대 이사장·이하 건립위)를 방문했다.
안 의사를 기리는 새 기념관 건립에 3억원을 내놓겠다며 건립위원회를 찾아온 신사는 한국 사무가구 전문회사 ㈜퍼시스의 손동창(孫東昌·61)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지금의 안 의사 기념관이 낡고 좁아 새로운 기념관이 필요한데, 건립에 드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보도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남산공원의 새 기념관 부지에서 기공식을 하고서도 모자라는 재원 때문에 가슴 졸이던 건립위원해 사람들은 손 회장 덕분에 모처럼 얼굴이 펴졌다. 새로 지을 기념관은 지상 2층, 지하 2층, 연면적 3799㎡ 규모로, 연면적 590여㎡인 현재 기념관보다 훨씬 넓지만, 아직 건립 비용이 많이 부족하다. 올해 건립위가 꼭 모아야 할 돈만 20억원(한화)인데, 10일까지 한국 국민 3141명이 성금을 냈어도 모금액은 아직 8억원 남짓이었다.
손 회장이 기부한 3억원은 올해 최고 액수로, 그 덕에 총 모금액이 10억원을 넘게 됐다. 박유철 위원장이 덥석 손을 잡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자, 손 회장은 "젊은 아이들이 줄을 서서 관람할 만큼 감동이 있는 기념관을 세워달라"고 청했다.
경복중과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현 서울산업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한 손 회장은 평생을 가구에 바친 사업가다. 1976년 ㈜한샘에 입사해 가구 일을 시작한 뒤, 1983년 자기 회사를 세워 지난해 매출액 2512억원으로 현재 사무가구 점유율 1위인 퍼시스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사업가인 손 회장에겐 늘 돈벌이보다 재미나고 관심 가는 일이 있었다. 인문학과 예술, 그중에서도 민족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의 얘기를 다루는 일에 항상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퍼시스가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한 회사 '에이콤'을 1996년부터 후원해 온 데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손 회장은 2002년 사재를 출연해 퍼시스의 비영리법인 '목훈재단'을 세워, 학술지원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도 했지만 핵심은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대한 학술연구를 후원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도 관련 서적을 읽으며 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눴고, '임진왜란은 한·중·일이 모두 개입한 국제전쟁'이었다는 생각에서 2006년 국제학술회의가 경남 통영에서 열릴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한 적도 있다.
안 의사 기념관 건립에 기부금을 내기 전, 손 회장은 직접 중국을 찾았다. 아직 찬바람이 거센 지난 2월이었다. 그는 1909년 10월 26일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했던 하얼빈(哈爾濱)역과 1910년 3월 26일 안 의사가 순국한 다롄(大連)의 뤼순(旅順) 감옥을 돌아봤다.
안 의사에 대한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손 회장은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의거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은 깊은 인간성과 독창적 사상세계를 가진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안 의사의 높은 뜻이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전해져야 우리 민족이 또 그런 영웅을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념관 건립을 돕고 싶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에이콤이 올해 선보일 안중근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도 후원하기로 했다. 한국 서울 송파구 오금동 퍼시스 본사 건물 맞은편에 뮤지컬 연습실로 쓸 공간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영웅'은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는 오는 10월 26일 개막하는데, 손 회장은 지난 2월 중국 여행을 '영웅' 주연배우로 안 의사 역을 나눠 맡을 류정한·정성화와 함께 다녀왔다.
퍼시스 임직원들도 대표이사의 이런 열정에 호응해 지난주부터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의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10일까지 직원 1080명이 1236만5000원을 내놓았고, 다음 주쯤 모금을 마무리해 건립위원회에 그 돈을 전달할 예정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