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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하얼빈)= 10월 25일: 안중근은 할빈으로 되돌아오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지 안중근은 우덕순과 의논을 거듭했다.
안중근은 "우리가 이곳에 같이 있는것은 상책이 아닌것 같소. 만일 래일 새벽에 이토가 이 정거장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소? 또 아침 6시라면 어둠이 가시지 않을 때인데 저격하기도 쉽지 않을지 모르오."
안중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동지는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 래일 기회를 보아 거사하오. 나는 곧 할빈으로 돌아가서 거기서 놈을 기다리겠소. 만일 당신이 일을 성공하지 못하면 내가 할빈에서 꼭 해치울거요."
우덕순은 동의했다.
그들을 채가구와 할빈 두곳에서 거사하기로 하고 성공을 다짐하는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안중근은 채가구에서 12시 북행렬차를 타고 다시 할빈에 되돌아왔다.
안중근을 할빈으로 떠나보낸 우덕순과 조도선은 헌병이나 병사들의 눈에 띄우지 않기 위해 소매점 방안에 들어 박혀 오후를 보냈다. 저녁때가 되자 이들이 묵고 있는 소매점의 웃층 정거장 대합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날밤 두 사람은 또 소매점에서 주인과 같이 한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조도선은 자리에 눕자 어느새 잠이 들었다. 우덕순은 래일 새벽의 거사에 대한 생각으로 뒤치락 거리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다.
26일 새벽 우덕순은 잠시 눈을 부쳤다가 뜨니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조도선과 집주인이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고 조도선에게 물었더니 집주인이 대관이 올것이라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즉 병정이 서있고 나가는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는것이다.
우덕순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변소에 가려고 문을 열려 하니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우덕순은 일이 잘못 되는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사실은 우덕순 일행의 행동이 수상해서 정거장 구내와 세미고프의 집 주변에 보초를 배치하여 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또한 정거장의 조역이 집주인 세미고프한테 "한국인이 밖에 나가는 일이 있으면 즉시 병영에 알리라"고 명령했기에 자물쇠는 집주인이 채운것이다. 아침 6시쯤 되여 할빈으로 향하는 이토히로부미가 탄 특별렬차의 기적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갇혀있는 신세라 우덕순은 어쩔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