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백총장은 심리학전문가인줄로만 알았더니 인제 보니 체육리론에 들어가서도 전문가이구만...정말이지 전교 사생들 앞에서 특강을 해도 얼마든지 되겠네.”
류총장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과연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과찬입니다. 토끼꼬리만큼 알면서 괜히 아는체 한 제가 뻔뻔스러운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기실 백일호가 방금 한 말들은 구금자가 덩치 큰 남편이 신체단련을 안 한다고 바가지를 너무 긁어 이젠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들어온 말이였다.
“ 듣고 보니 확실히 백총장의 말에 일리가 있소. 우리는 당장이라도 전교적으로 체육을 중시하는 운동을 벌려야겠소. 그리고 ‘생물공정실험실’건축문제는 후근 부총장이 다시 세밀히 연구한 다음 재차 검토해보는것이 어떻겠소?!”
류총장이 결론조로 이한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 뒤로도 어느 한 부총장은 또 강남과 강북 두곳의 학교를 보다 규범화하여 강북의 학교는 본과 대학생들만 있는 곳으로, 강남의 학교는 석사, 박사연구생들과 각 연구소만 두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좋은 제안을 내놓아 모두들 그것이 좋겠다고 호응해 3년 내로 그렇게 규범화하기로 하였다. 그밖에도 체육학원의 1명 부원장 임명문제를 놓고 잠간 인사토론을 하고 회의는 결속 되였다.
백일호가 시계를 보니 10시 50분이다. 보통때보다 오늘 총장사무회의는 아주 빨리 끝난 셈이였다.
“곧추 태양도 별무리호텔로 가시는거지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허리 굽히며 묻는다.
“아니, 잠간 교육심리학 석사, 박사생 관리처에 들릴 일이 있네. 얼른 그리로 가게.”
백일호를 태운 승용차는 이 대학의 정원안에 있는 또 다른 청사로 재빨리 움직였다.
(최윤희?... 박일화?... 박화?)
백일호의 머리속에는 대학총장사무회의를 하느라 잠시 잠을 자던 대문짝만한 물음부호가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교육심리학원에서 연구생공부를 하는 박화학생의 당안을 한번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수영장
강현수가 뜻밖의 전화를 받아 동창들이 한창 떠들고 있을 때 기념품 사러 시내로 나갔던 성만이와 송옥이가 돌아왔다.
“대충대충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걸 사가지고 돌아섰으면 좋겠더구만 송옥이가 꼬물거리며 당쳐 말을 들어야지.”
“호, 정말, 기가 차서...이 성만이는 글쎄, 한국 이불을 하나씩 사고 말잔다. 이 승용차에다 다 실을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부푼짐을 모두들 어떻게 들고가겠니.”
우르르 야식장에서 마중 나오는 동창들에게 김성만이와 안송옥이가 하는 소리다.
기념품은 인수에 따라 전지를 넣고 한 손에 들고 볼수 있는 담배곽만한 5인치짜리 텔레비젼에,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보건용 손목시계에, 밖에서 눈을 보호하는 보건용 색안경에 두루두루 몇 보따리가 되였다. 안송옥의 말대로 물건마다 시세도 따르고 될수록이면 부피가 작은것들로 골라와서 모두들 송옥이가 갔길래 기념품을 제대로 골랐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야, 이 나쁜 년들아, 그래도 개고생한건 나야, 이 짐을 내가 다 메나르고 내가 다 차에다 실었어?!”
성만이가 한근짜리 코를 벌름거리며 투덜거리자 “그래 그래 네가 송옥이 보다 더 고생하고 더 잘했어.”하며 모두들 성만이를 위로해준다. 이럴때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가릴것 없이 칭찬을 듣기 좋아하는건 똑 같은 심리인가 본다.
이렇게 기다리던 기념품이 도착해서 동창들은 새삼스레 기분이 들떠 있는데 땀흘리며 급히 온 송옥이가 바로 야식장 곁에 있는 수영장 돌층계를 내려서더니 두손바닥으로 얼굴에 물을 퍼부으며 세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층계보다 수면이 아래여서 함지처럼 큰 엉뎅이를 하늘공중에 쳐든 그 모습도 우습지만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까치가 꼬리를 까닥거리듯 거꾸로 세운 몸체를 자꾸만 뒤로 옴찔거리는 그 자태를 ‘뚝배기’ 박두천은 보면 볼수록 우스워서 참고 견딜수가 없었다. 전에 대학시절부터 심술기가 많고 장난이 심해 익살군으로 소문난 뚝배기인지라 슬금슬금 송옥이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공중에 쳐든 송옥이의 함지 같은 엉뎅이를 손으로 슬쩍 밀어놓았다.
첨벙!
순간, 논뚝에 있던 개구리가 논판으로 뛰여들듯 송옥이는 옷을 입은 그채로 허망 거꾸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어마나!-
너무나 급작스레 일어난 돌발사태라 황소눈이 된 동창들은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다행이도 조금 지나자 송옥이가 수면우로 머리를 내밀었다. 물깊이는 송옥의 겨드랑이에 와있었다. 그러자 수면우로 송옥이가 솟아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동창들이 안도의 숨을 쉬기 바쁘게 이번엔 비 맞은 수탉처럼 옷이 물에 폭 젖어 초췌해진 그 모습이 우스워서 너나없이 허리건사를 못하고 뱅글뱅글 돌아간다.
바로 그럴 때 첨벙!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수영장안에서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폭탄 터지듯 치솟는다. 익살꾸러기 뚝배기가 보다 더 요란스런 돌발사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판이다. 그는 지금 포복절도하는 녀동창들만 골라가며 손에 쥐우는 대로 수영장에다 마구 밀어넣는 판이다. 그래서 눈깜빡 할 사이에 7~8명이나 물에 허망 떨어져 송옥이와 꼭같은 신세가 되여버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머지 녀동창들은 ‘어마나’를 째지게 웨치며 기겁해서 멀리쯤 도망을 간다.
갑자기 뚝 힘을 많이 써서 황소처럼 거센 숨을 씩씩 몰아쉬는 뚝배기는 그랬어도 성차지 않았던지 이번엔 키가 작은 강현수를 번쩍 안아 물에다 허망 처넣는다. 그 다음엔 철준이를 처넣으려고 했는데 철준이가 물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뚝배기의 어깨를 꾹 움켜쥐는 바람에 둘은 그만 수영장 언덕우에서 밀치락 닥치락 황소씨름이 붙었다. 그러는 뚝배기를 힘이 센 남자들 몇이 달려들어 네각을 번쩍 들어 물에다 훌렁 던져버렸다.
그 바람에 한무리는 수영장 물속에서 좋다고 첨벙거리고 한무리는 수영장 언덕우에서 재미나다고 입을 싸쥐고 돌아간다.
“야, 야, 너희들도 모두 물에 들어오너라! 날씨도 무더운데 아예 수영을 하며 놀자꾸나!”
강현수가 푸- 푸- 입에서 물을 뿜으며 밖에 서있는 동창들에게 손짓한다.
“수영복이 저 밖에 다 준비되여 있어요. 그러지 말고 우리 모두 나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다시 들어와 놀아요.”
역시 어쩔새도 없이 봉변을 당한 구금자가 수영장안에서 강현수에게 말한다.
이럴 때 송옥이가 큰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걸 뚝배기는 알리가 없었다. 구금자의 말대로 물에 빠졌던 동창들이 흠뻑 젖은 몸을 떨며 기신기신 물에서 밖으로 나오고들 있는데 송옥이가 하나 하나 귀에다 대고 무엇인가 소곤거린다. 그때마다 듣는 사람은 좋다고 손벽친다. 송옥이는 뚝배기의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녀성들에게 귀띔한 다음 이번엔 힘이 센 남성들을 찾아왔다.
“우리 녀성들이 저 익살꾸러기 뚝배기녀석을 바지고 팬티고 몽땅 벗겨버릴 참이야, 그러니 너네 힘센 남성들이 좀 도와주렴.”
“어떻게?”
남자들도 귀가 벌쭉해졌다.
“너네 남성들이 저 녀석을 땅바닥에다 먼저 자빠뜨리기만해라. 그 다음엔 우리 녀성들이 달려들테니깐.”
“퉤! 그거 재밌는 연극이구나!”
남성들은 씨름장에 나서는 장수들처럼 손바닥에 침을 뱉는다. 뚝배기를 자빠뜨릴 잡도리다.
서로 눈치로 약속을 한 철준이랑 대머리랑 슬금슬금 뚝배기곁으로 다가섰다.
“야, 나도 옷을 갈아입고 와야겠다.”
뚝배기가 이러면서 자리를 뜨려는 찰나, “이 자식 갈아입긴 뭘 갈아입어!” 하며 남자들이 달려들어 뚝배기를 허망 땅바닥에다 자빠뜨렸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녀성들이 우와-하고 뚝배기 몸우에 새까맣게 덮쳐든다. 목부터 시작해서 펄럭이는 배우에만도 셋이나 올라탔고 거덜거리는 다리에도 한다리에 두 사람씩 엉뎅이로 깔아뭉개고 두팔도 꼼짝못하게 손이 대여섯개씩 달라붙어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다.
“이 심술꾸러기 뚝배기야! 오늘 좀 단단히 혼쭐 나봐라!”
송옥이가 두팔을 걷어 부치고 뚝배기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한다.
“벗겨라, 벗겨!”
“그 밑에 팬티도 마저 다 벗겨!”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남성들이 응원한다.
그 순간, 녀성들의 엉뎅이에 깔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 뚝배기는 그저 돼지 멱따는 소리다. 너무도 한심하고 억울해서 요두환을 먹은 술집의 기생들처럼 머리만 쉴새없이 좌우로 흔들어댄다. 처음엔 밑에 깔렸어도 여러번 움찔거리더니 이젠 그럴 맥조차 없어졌는지 온몸이 나른해진다.
그럴쯤 바지가 벗겨져 나오고 팬티가 벗겨져 나온다. 뚝배기 허리아래는 과연 알몸뚱이 그대로 되여버렸다.
“허허 요놈도 이마가 홀랑 벗겨진게 꽤 잘생겼구나. 옳지?! 옳지?! 숱한 사람 구경하니 기분 좋냐? 머리도 끄덕거리구...”
대머리가 어느 틈에 끼여들어 뚝배기의 그 사타구니에 달린 쟁기를 손으로 주무르며 지껄인다. 그 바람에 송옥이는 고개를 딴 곳으로 돌리면서 펄쩍 일어난다. 그러자 엉뎅이로 뚝배기를 깔고 뭉개던 녀성들도 와- 하고 도망을 간다. 바지를 벗길 용기까지는 생겼어도 그 이상 눈주어 구경할 비유들은 없는 모양들이다.
그렇게 녀동창들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한 뚝배기를 남자들이 달려들어 또 네각을 번쩍 들어서 수영장에다 처넣는다. 그리고 팬티를 입으라고 물에다 던져준다...
수영장 수면으로 허망 날아 들어간 뚝배기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 두 주먹으로 물을 정신없이 두드려댄다. 옛날 대학 다닐 때도 한밤중에 숱한 학생들에게 그 놈을 드러내 보이더니 아마 유독 뚝배기의 사타구니에 달린 그 놈만은 이래저래 숱한 사람들에게 구경시키는 운명인 모양이다...
한참이나 물안에 있던 뚝배기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팬티 따위는 주어 입을 념도 않고 벌렁벌렁 물에서 걸어나온다. 그러더니 사타구니 주위의 검은 숲이며 두바퀴가 달린 대포며 그대로 덜렁덜렁 드러낸채 수영장밖 옥돌로 만든 언덕우에 말뚝처럼 버티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