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렇겠지. 방금 그 향의 김향장이 그러는데 능달촌 오촌장이 분해서 펄펄 뛰는 리유는 두가지래. 하나는 다른 조선족마을들도 다 그러그러한데 왜 능달촌만 망신주느냐 하는것이고 두번째는 대접을 잘해줬는데 인정이 너무 없다는 거래. 하긴 좋은 소릴 하면 장단지를 보고 허벅지를 봤다해도 아무 말 없다가도 비평보도 하나만 쓰면 저렇게 죽일놈 살릴놈 하며 야단을 치는 조선족들의 자질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은 우리 기자들도 참 모순속에 빠져있는거야. 첫째, 신문기사는 비평보도가 많아야 사회발전도 떠밀고 독자들의 구독열도 높일수 있는데 한국이나 조선과 달리 중국이란 너른 땅에 조선족은 쌀에 뉘처럼 적은데 같은 민족끼리 서로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왜 얼굴을 붉히며 비평을 하겠는가 해서 될수록이면 적게 쓰고 피하려고 하는것이고 두번째는 당당하게 자기 돈을 쓰며 취재를 한다면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쓰겠건만 기층에 내려가면 남들이 주는걸 얻어먹으면서 눈치보며 기사를 만들어야 하니 좋은 기사가 나오면 얼마나 나오고 또 어제 그제 썼다는 ‘한심한 량반동네’같이 요만큼이라도 인기 기사를 쓰려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네들은 모를거야.”
강현수는 동창들에게 한국 기자들과도 전혀 다르고 중국기자들과도 또 다른 중국 조선족 기자들의 말못할 고충을 털어놓는다.
“자네 기자들뿐만 그런줄 알어, 우리 조선족이 다 그런 틈새속에서 살아가는거야. 그래서 누군가 조선족은 ‘틈새철학’을 잘 연구하라고 하더구나.”
“맞어, 맞어!”
“자네 현수가 신문에 냈다는 그 능달촌인지 하는 동넨 좀 더 심한것 같지만 옛날 우리 민족의 근거지였던 조선족농촌들은 지금 다 그렇게 위기에 처해 있는거네.”
“사회발전을 보면 그건 막을수도 없고 또 막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는거 아닌가?”
“막는 다기보다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겠는가가 문제지.”
“나원, 여하튼 우리 조선족들은 칼도마우에 오른 물고기처럼 너무 팔딱대는게 골치거리야. 한족들은 우리를 ‘소비민족’, ‘동면민족’이라고들 하지 않나?! 나원, 땀흘리며 돈을 벌어와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먹고 놀고 그 돈을 다 쓰면 또 고생하러 나가니 개구리나 곰같이 동면하는 동물에다 비유해서 ‘동면민족’이라고까지 하는 거여 나원.”
“한 민족의 성격은 그 민족이 생존하는 환경과 관계된다는 설을 나는 동의하거든. 우리 한반도를 보면 어디 가나 산이 좋고 물이 맑아 손바닥으로 그 자리에서 흐르는 물을 퍼 마셔도 되지 않나?! 그러나 황하류역에서 생겨나 황하를 어머니강이라고 부르는 중국사람들은 다른거야, 황하물은 더러워서 그대로는 마실수 없고 끓여서 훌훌 불며 천천히 마셔야 하거든. 그래서 우리 민족은 성격이 급하고 선명하고 팔딱거리지만 한족들은 ‘만만디’야. 그 흐린물속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잘 모르는거야. 그래서 머리는 우리 민족이 더 좋을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한족들이 더 깊다고 나는 봐.”
“글쎄 만만디고 팔딱이고 지금 보면 우리 조선족 농촌은 전부 우리 부모들인 로년들이 지켜주는것 같애. 어델가나 로인활동은 얼마나 잘된다구. 그거 그저 우습게 스쳐버릴 일이 아니라구. 현재 농촌의 로년세대는 옛날엔 우리 마을들을 개척했고 지금은 흔들리고 기울어져가는 우리 마을을 꿋꿋이 버티며 지켜주는 보배세대란 말이야... 현수, 정말이지, 자네 신문사에서는 어느 동네 로년협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다고 그 ‘로년’면인지 하는데 그냥 소학생들 작문처럼 토막소식이나 낼거 아니라 조선족농촌의 로일대들을 대서 특필해야 한다니깐. 현실이 안 그런가?...”
강현수가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는 바람에 동창들은 네 한마디 내 한마디 엉뚱하게 우리 농촌과 조선족이 화제가 되여 떠들어댄다.
북방사범대학
백일호는 승용차에 앉아 북방사범대학으로 가고 있다. 북방사범대학은 원래 남강구 학부로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5년전부터 송화강북쪽에 있는 강북구에 수만 평방미터 되는 너른 땅을 사서 또 하나의 새로운 대학단지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음악, 체육, 생물, 문과류 등 3분의 2의 학원들은 이미 강북으로 옮겨갔고 원래의 자리에는 많은 연구소들과 소부분의 학원들만 남게 되였다. 하지만 대학의 수뇌부인 총장, 행정사무청사는 원래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백일호가 탄 승용차는 남으로 송화강대교를 넘어 번화한 남강구 화흥로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최윤희가?... 북방사범대학에서 연구생공부를 하는 박화가 친척이 된다면서 왜 한방에 든 안송옥이가 엿듣지 못하게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핸드폰을 쳤을가? 또 왜서 동창들의 눈을 피해가며 비밀리에 그 애를 만나러 망강호텔로 가야 하는걸가?
최윤희는 강현수한텐 그 박화란 조카애를 아직 시간이 없어 만나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네 학교의 교원이 돈지갑을 잃어버렸다는둥 엉뚱한 거짓말을 꾸며냈다. 도대체 최윤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는건가?)
승용차 뒤좌석의 푹신한 등받이에 긴 허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지긋이 감고있는 백일호는 어제 오후 안송옥이가 하던 말과 방금 전에 숲속에서 ‘보배찾기’를 할 때 사무실 왕주임이 들려주던 말에 이어 강현수와 최윤희가 속삭이던 이야기가 수두룩한 물음부호를 끄집어내며 머리에서 뱅글뱅글 맴돌고 있었다.
(최윤희가 외사촌언니네 딸애를 어릴때부터 키웠다?...줄곧 엄마라고 부른다?...올해 나이 스물여섯이라?... 그런데 강현수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한번도 번지지 않았을가?)
백일호는 이상야릇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긴장해서 꾹 움켜쥔 두 주먹에는 어느새 흔건히 땀이 고였다.
(박일화는 최윤희가 키운 애?... 박화는 최윤희의 조카딸?... 오늘 새벽 산책할 때 김만융교수의 입에서도 어쩜 신통히 박화의 이름이 나올가? 혹시 장춘에 있는 친구의 손녀가 아니라 같은 림구현에 사는 최윤희와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닐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박일화는 어떤 애고 박화는 또 어떤 앤가?...)
백일호는 갑자기 전기라도 대인듯 깜짝 놀란다. 어느 사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두 다리가 바르르 떨린다. 순간, 백일호의 굵은 눈섭은 일자로 곧아지고 빛나던 두 눈은 초점을 잃고 있다...
“백총장님! 도착했습니다.”
승용차운전기사가 조용히 백일호를 불렀다.
그제야 백일호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4분전 10시였다.
“시간을 면바로 맞춰 왔군.”
백일호가 이러면서 차에서 내리려 하는데 운전기사가 또 부른다. 사모님의 분부대로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회의실로 들어가라는것이다...
백일호가 3층에 있는 총장회의실 문을 열고 한발을 성큼 안으로 들여놓는데 회의실 한복판에 길고 둥근 상에 둘러 앉아있던 1인자 류총장을 비롯한 부총장들이 일시에 박수를 쳐댄다.
“아니? 지금 시간은 딱 10시 정각 아닙니까?! 제가 지각은 하지 않았는데요?...”
백일호는 자기를 바라보며 터지는 박수소리에 어리둥절해진다. 그러는데 머리가 희슥희슥한 류총장이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어서 자리에 와 앉으라고 손짓한다.
“백총장이 우리 대학을 위해 또 하나 큰 공을 세웠다니깐. 이제 방금 중앙 교육부의 진부장한테서 전화가 왔소. 백총장이 제안한 ‘중국 교육개혁에 대한 새로운 건의’를 교육부에선 상당히 중시할뿐만 아니라 부장사무회의에서 이미 원칙상 통과되여 연구자금도 조만간에 조달하고 이 ‘항목 추진위원회’ 사무실도 일단 우리 북방사범대학에다 설치하기로 했다는구만. 과연 우리 대학이 전국에서 또 한번 명성을 떨치게 되였다니깐.”
“그래요?!”
그제야 백일호는 총장들이 자기가 들어서자 일시에 박수를 보낸 그 의미를 알수 있었다.
개혁개방이래 중국의 기업들은 국영에서 민영, 사영으로 대폭 전의되고 있었지만 중국의 교육은 나라에서 풀어 놓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꼭 끌어안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수많은 대학들에서는 나라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질 치고 나라에서는 또 그러한 모순속에서 헤매다 보니 교육을 제대로 떠밀어주기 어려운 실정이였다. 그렇다면 중국의 교육도 민영, 사영으로 나가야 진정 나라도 쉽고 교육도 나름대로 발전할수 있다는것이 백일호의 주장이였다. 그래서 한달전에 류총장과 상의하고 총장사무회의에서 통과한 뒤 북방사범대학의 이름으로 중앙 교육부에다 ‘중국의 교육업체들을 국영에서 민영, 사영으로 전이시키는 항목 추진위원회’를 설립할데 관한 신청서를 올려보냈던것이다. 실로 이한 구상은 현재 교육연구항목으로는 공백으로 되는, 앞으로 30년을 내다보는 거창한 계획이고 중국의 교육의 틀을 왕청 뒤바꿔 놓는 위대한 발상이였다...
류총장의 제의로 백일호가 제안한 이 거사를 또 한번 다 같이 박수로 축하한 다음 총장사무회의를 시작했다. 오늘의 회의는 강북에 있는 대학단지 건축공정에서의 일환으로 되는 ‘생물공정 실험청사’를 옮겨 지을데 관한 사무회의였는데 사회를 하는 류총장은 후근을 책임진 부총장을 보고 먼저 구체정황을 여러 총장들에게 소개하라고 하였다.
후근 부총장의 소개에 따르면 생물학원교수청사는 원래 계획은 강북에 있는 사범대학단지 제일 남쪽에 위치한 지금의 교육관리학원자리를 차지하기로 되여 있었다. 그런데 생물학원이 새로 학부가 2개 더 늘어나면서 두 학원이 자리를 서로 바꾸게 되였다. 그래서 생물학원은 대학단지 제일 뒤 동네에 위치한 음악학원의 바로 앞에 있는 더 큰 청사로 옮겨오게 되였는데 그리하다보니 부속으로 따라 다니는 생물공정실험실들만은 그냥 남쪽에 있는 교육관리학원에 남게 되여 학생들의 실험수업에 아주 큰 불편을 가져오게 되였다. 그래서 음악학원의 운동장으로 만들려고 1헥타르 남겨놓은 공지에 3층짜리 생물공정실험실을 새로 짓자는 제안이였다. 그러면서 음악학원에서 남으로 청사 2개만 지나면 대형 로천체육장이 있으니 처음 계획했던 음악학원 운동장은 없어도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후근 총장의 말대로 그렇게 하면 좋겠네...”
“아주 간단한 일이구만.”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총장사무회의에서 통과시켜야 일을 시작하지요.”
후근부총장이 여러 사람들의 말을 받는다.
“그렇게 합시다.”
“동의 합니다!”
총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성이다.
그런데 유독 백일호만은 좋다 궂다 말이 없이 진작부터 입을 꾹 봉하고 있었다.
“왜 백총장은 말이 없소? 혹시 다른 의견이라도 있는거 아니요?”
류총장이 백일호를 바라보며 한마디 묻는다.
“허허 ‘구대동 존소의’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다 동의하면 저도 찬성표를 내겠습니다만 저 개인의 소견으로는 이 일이 결코 너무 간단하고 작은 일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 ...”
모두들 백일호의 말에 눈이 둥그래진다. 아무리 시끄럽고 복잡한 토론이 벌어져도 언제나 통쾌하고 시원시원한 백일호가 이쯤의 작은 일을 가지고 반대해 나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것이다.
“우리는 다 방면의 고급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인것만큼 어떤 자그마한 일 한가지 해도 우선은 학생들의 미래를 두고 걱정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미래에서 무엇보다 첫째는 신체건강이 아니겠습니까. 현재 우리 대학에는 학생들의 체육운동에 대한 중시가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살펴보면 어느 학원을 막론하고 정도 부동하게 문제들이 존재하고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대학 음악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신체단련문제가 놀라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최근 몇년간 음악학원 학생들은 체육시간이면 뿔뿔이 도망을 가 체육시간은 아예 유명무실해졌다고 합디다. 지난해 봄인가 음악학원 학생들은 아성 모얼산이란 곳에 가서 등산활동을 했는데 그렇게 경사지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산꼭대기로 거퍼 몇명 안되는 무용학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성악, 악기, 작곡, 지휘 어느 학부를 막론하고 단 한 학생도 올라간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니, 모두들 운동을 하지 않아 다리가 떨리고 숨이 차서 올라갈수가 없었다는 겁니다...그러니 음악학부는 단독으로 운동장이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체육교원도 더 배치하고 학생마다 내심으로 체육을 중시하도록 인도하고 교육하는 이 일이 절실히 필요할것 같습니다.”
백일호의 조리 정연하면서도 무게를 실은 열변에 총장회의실은 물뿌린듯 조용해졌다. 그러자 백일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신체단련은 기실 저부터 너무나 등한시 했기에 반성을 해야 할것 같고 또 여기에 계시는 총장 어르신님들부터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할것 같습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명랑하게 살려면 반드시 체육을 해야 한다는 도리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만 실천은 항상 머리에서 새까맣게 멀리 떨어져서 어물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체육을 하면 우선 혈액순환계통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심장기능이 강화됩니다. 보통 사람은 안정상태에서 심장이 한번 수축할 때 매번 70립방센티미터의 피를 내보내는데 체육을 정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90내지 120립방센티미터 또는 그 이상의 피를 내보냅니다. 이것은 심장이 한번 수축할 때 소모되는 에네르기 량이 체육을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50%절약되는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체육을 하는 사람은 심장의 피로가 적게 오고 피로 된 다음에는 곧 회복이 됩니다.
보통 사람이 안정시에 16~18회 정도 숨을 쉰다면 체육훈련을 경상적으로 하는 사람은 12회, 또는 9~8회까지 그 회수가 단축됩니다. 그러나 매번 숨을 쉴 때 들어오는 산소량과 내보내는 탄산가스의 량이 많아져 페활량이 증가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체육을 하면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고 그외 뼈, 근육, 관절 등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골고루 발달시키며 사람들이 규률에 대한 자각적인 태도, 용감성, 인내성을 고양할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