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 저녁이 되어 안중근은 김성백의 집 방안의 호롱불밑에 앉아 장차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감개한 마음을 이길길 없어 조선글과 한자로 같은 내용의 시를 썼다.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
천하를 응시함이여 어느 날에 업을 이룰고.
동풍이 점점 참이여 장사의 의기가 뜨겁도다.
분개히 한번 감이여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로다.
쥐도적 이등이여 어찌 즐겨 목숨을 비길고.
어찌 이에 이를줄을 헤아렸으리요 시세가 고연하도다.
동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룰지어다.
만세 만세여 대한독립이도다.
만세 만세여 대한독리이도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
그 시기에 일본과 러시아는 중국 동부에 대한 지배권을 서로 쟁탈하고 있었다. 이토히로부미와 코코프체프가 일부러 할빈으로 오는 목적은 러시아로 하여금 일본제국주의의 일한합병정책의 추진을 승인케 하고 일본과 러시아의 밀약을 수정하여 중국 동북에 대한 분할 문제를 협의하려는데 있었던것이다. 코코프체프는 10월 24일 할빈에 도착하여 25일 중동철도관리국을 시찰하고 강화를 발표하였다. 그는 "러시아를 위하여 영구성적인 철도를 부설하여야 한다."고 떠들었다.
여러 면으로 탐지한 결과 안중근은 중동철도총국에서는 이토히로부미를 할빈으로 영접해오기 위하여 특별렬차를 장춘에 파견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또 '원동보'에서 이토히로부미가 25일 장춘을 떠나 할빈으로 온다는 소식을 보았다. 안중근은 우덕순과 거사방안을 연구하였다. 이토히로부미는 장춘에서 기차를 타고 할빈으로 온다. 장춘역은 일본사람의 통제하에 있고 할빈역은 러시아 사람의 통제하에 있다. 때문에 할빈역의 경계가 장춘역보다 더 심할것이니 장춘에 가서 거사하는것이 리상적일것이라 판단하고 두 사람은 장춘으로 가기로 했다. 장춘까지 가는데는 려비가 부족하였다. 안중근은 유동하더러 김성백에게 돈 50원을 채용해 오라고 하였으나 김성백이 꿔주지 않아 장춘으로 갈수 없었다. 이때 유동하는 나이도 어리고 또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기에 안중근은 조도선을 보고 조선에서 오는 가족을 영접하려 남쪽으로 가려는데 러시아말을 몰라 불편하니 동행해 줄수 없겠는가 상의하였더니 조도선은 선뜻 대답하였다. 그들은 장춘으로 가지 못하게 되자 할빈에서 가장 가까운 교행역인 채가구역에 가서 거사하기로 하였다. 24일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세사람은 채가구로 갔다. 하차하여 역사 아래츰에 있는 차식점에 들었다. (채가구는 조그마한 역이라 려관이 없었다) 안중근은 정거장 사무원에게서 오늘밤 특별렬차가 할빈에서 장춘으로 떠나서 이토히로부미를 영접해 가지고 모레아침(26일) 6시에 이곳을 지나 할빈으로 간다는것을 알았다. 안중근은 아침 6시라면 어둠이 가시지 않을때인데 이토가 이 정거장에서 내리지 않을수도 있고 내린다 하더라도 어느것이 이토인지 저격하기도 어려울것이라 생각되였다. 만약 이번 기회를 잃어버리면다시는 일을 도모하기가 어려울것으로 판단하고 우덕순과 조도선은 채가구에 남아 기회를 보아 거사하고 안중근은 할빈으로 돌아와서 거사하기로 하였다.이와 같이 두곳에서 일을 치러 꼭 성공할것을 약속하고 안중근은 우덕순과 작별하고 기차를 타고 도로 할빈으로 돌아왔다.
10월 26일 안중근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는 천주님께 기도를 드린후 입고있던 옷을 모조리 벗고 검은색 나는 신사복을 갈아입고 그 우에 반코트를 걸치고 머리에는 운동모자를 썼다. 안중근은 8년발 브라오닝식 권총을 오른쪽 속주머니에 넣고 김성백의 집을 나섰다. 안중근은 아침 7시 좌우에 할빈역으로 왔다. 러시아 장교들과 군인들이 이토히로부미 환영준비를 하느라 분주히 뛰여다녔다. 안중근은 일본인 환영객들이 역 안으로 들어갈 때 끼여 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러시아 사람들은 일본사람과 조선사람을 가리기 어렵기에 주목을 받지 않았다. 안중근은 대합실 가운데 있는 차식점에 자리잡고 차를 사서 마시면서 이토히로부미가 도착하기를 태연스레 기다렸다.
아침 9시 정각 이토가 탄 특별렬차가 서서히 닿았다. 플랫폼에는 환영대오가 줄을 지어 있었다. 의장대는 경례하고 군악소리가 하늘을 울리며 사람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안중근은 분한 생각이 터져 일어나고 엄화가 머리속에서 치솟아올랐다. "어째서 세상일이 이같이 공평하지 못한가 슬프다 이웃나라를 강제로 뺏고 사람의 목숨을 참혹하게 해치는자는 이같이 날뛰고 조금도 꺼림이 없는 대신, 죄 없이 어질고 약한 인종은 이처럼 곤경에 빠져야 하는가" 안중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서 용기 있게 플랫폼으로 나가 러시아 군대가 늘어서 있는 뒤줄에 바짝 붙어섰다. 안중근이 예리한 눈초리로 앞을 내다보니 일본사람들과 러시아 관리들의 호위하에 오는 무리중 맨 앞에 누런 얼굴에 흰 수염을 가진, 일개 조그만한 늙은이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는 "저것이 필시 이토 로적일것이다" 판단하였다. 사람을 쏘는데 정면에서 겨누면 발각되기 쉽기에 이토히로부기가 자신의 앞을 2,3보 지나갔다고 생각될 때 안중근은 곧 권총을 뽑아들고 5미터 남짓한 사격거리를 두고 이토의 오른쪽 가슴을 겨누고 3발 사격했다.
이때 만일 한번 잘못 쏜다면 큰 일이 랑패가 된다는 생각을 한 안중근은 다시 그 뒤쪽을 향해서 의젓해 보이는 일본신사들을 목표하고 4발을 발사했다. 안중근은 명사수로 3발을 이토히로부미의 가슴, 옆구리, 복부를 명중하여 이토는 치명상을 입고 목숨을 거두었다. 총소리가 나자 러시아군인들은 총탄을 피하느라 물러서고 플랫폼에는 한 청년이 우뚬 서 있었다. 헌병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안중근을 체포하였다.안중근은 이토히로부미가 그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것을 보고 "코레아 우라!"라고 러시아어로 대한국만세를 목청껏 세차례 웨쳤다.
안중근이 쏜 7발의 총탄은 이토히로부미를 쏜 3발은 이토를 명중한 이외에 할빈주재 일본총령사관 총령사 가와카미토시히코가 한발을 맞아 오른팔 골절 관통상을 입고 불구자가 되였다. 한발은 일본 궁내대신 이토의 수행비서관 모리야스지로가 왼쪽 허리를 관통하고 복부에 철알이 박혔다. 한발은 남만철도주식회사 리사 타나카세이지로의 왼쪽다리 관절을 관통하였다. 또 한발은 남만철도주식회사 총재 나카무라제코의 외투를 뚫고 오른편 바지에 박혔다. 안중근이 사용한 탄환은 일반 탄환과는 달라 탄환끝에 열십자형으로 홈이 패여 있다. 이런 탄환은 인체에 닿는 즉시 탄환의 파렬을 촉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창상을 확대시켜 치명상을 입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