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산골 마을에 이제 곧 청실홍실을 늘인 새 신랑각시가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결혼 잔치 첫 3일 길을 갔다 온 나흘만에 고개 너머 새각시네 집에서 딸과 사위더러 일가 지체 말고 왔다 가라는 급별이 전해 왔다.
이리하여 그들 내외는 이웃에 가서 가장 날랜 적토마 한 벌을 얻어다 타고 떠나가게 되었다. 때는 한창 봄날이라 길가 실실이 늘어진 수양버들 사이에는 살구꽃, 복숭아꽃이 울긋불긋 만발했는데 그 향기 산들 바람에 코를 간질이고 제비 쌍쌍 흥겨워 지지배배 지배배 물을 차고 오가며 삼춘을 마음껏 고창하는데 멀리 수풀에서는 아지랑이 가물가물 새 신랑의 시흥을 한없이 불러 일으켰다.
조잘조잘 개울을 타고 봉긋봉긋 버들개지를 깨우며 만화방창 꽃을 피우며 오는 봄오, 너는 생명의 씨앗을 뿌리여라.
그러나, 각시는 각시대로 속에서 불이 일어 함께 탄 신랑을 재촉했다.
<여보세요. 어서 길을 재촉합시다요.> <아따, 그래. 지그 말이 닫는 게나 한 가지 아니요?> <허허 참, 그럼 바짝 치지!> 사람 좋은 새 신랑은 <짱!>하고 그제는 말엉덩이에 채찍을 되게 안겼다. 처가에 이르자 집안에서는 곡성이 울려 나왔다. 그들이 급히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인사불성이 된 어머니 곁에서 나이 어린 동생이 울고 있었다. <아니, 이게 웬 일이냐?>
그러자, 동생은 어제 아침 나절 어머니께서 앞 남산 밭일을 나가셨다가 돌아오는 길에 바위 오솔길에서 굴러 떨어져 전신에 멍이 들고 속에 어혈이 모여 이렇게 급급히 기별을 띄웠다는 것이었다.